천재타자도 고민이 있다, 홈런이냐 타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쎈 기장]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2.11 12: 40

“감독님 제가 어떤 타자가 됐으면 좋겠습니까.”
KT 위즈의 천재타자 강백호는 얼마 전 이강철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2018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3년 연속 3할 타율, 2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 국가대표 승선 등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뤘지만 그럼에도 타격 고민이 많은 모습이었다.
고민의 핵심은 방향성이다. 홈런을 많이 치면서 타율도 관리하고 싶은데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데뷔 첫해 고졸 신인 홈런 신기록(29개)으로 장타력을 뽐냈지만 이듬해 타율 3할3푼6리에 홈런이 13개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타율 3할4푼7리와 달리 홈런이 16개에 그쳤다. 타율 3할3푼-23홈런을 때려낸 2020년이 그나마 둘 사이의 격차가 적었다.

KT 강백호가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2.02.05 /rumi@osen.co.kr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본인이 어떻게 할지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득점권에서 주자를 불러들이고 주자가 없으면 홈런을 치면 되는데 홈런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 있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작년 4할 타율 도전 여파로 컨택에 신경을 쓴 것 같다. 그러면서 장타력이 떨어졌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KT 강백호와 박병호가 1루에서 수비훈련을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2.02.04 /rumi@osen.co.kr
강백호는 사령탑과 더불어 새롭게 팀에 합류한 홈런타자 박병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박병호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는 “(강)백호에게 넌 뭘 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경기를 많이 나가고 투수를 많이 상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안타가 2루타가 되고 2루타가 홈런이 된다. 1, 2년만 지나면 안타와 홈런을 모두 잘 칠 것 같다. 그런 능력을 갖춘 선수다”라고 앞날을 밝게 바라봤다.
결국은 강백호라는 천재타자이기에 할 수 있는 고민이다. 그리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다만 박병호의 말대로 굳이 방향성을 설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강백호는 컨택과 장타력을 동시에 겸비한 리그에 몇 안 되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경험치가 쌓인다면 본인이 상황에 맞게 타격 유형을 조정하며 두 지표를 함께 끌어올릴 수도 있다.
데이터에 능한 KT 나도현 단장도 “강백호는 리그에서 가장 강한타구를 만들어내는 선수다. 타구 질이 라인드라이브에 가깝다. 그런데 또 홈런 역시 가장 점수를 쉽게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가치가 높은 지표”라며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든 강백호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면서 자신만의 타격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결국 가장 좋은 건 셀프 피드백이다”라는 시선을 보였다.
그렇다면 사령탑은 제자의 고민 상담에 어떤 답을 내렸을까. 이강철 감독은 “어려운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다. 결국 선수가 알아서 잘해야 한다. 득점권 상황에서 타점을 올려주고 주자 없을 때 홈런을 치는 타자가 좋다고 했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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