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프로야구 스토리는 없었다. 프로야구단 운영의 한축을 맡아 3년 프로젝트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마침내 목표를 이룬 야구단 임원이 직접 밝힌 비법이다. 한국프로야구 40년사에 야구단 경영진이 팬들의 야구단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에세이로 펼쳐낸 것은 처음이다. 프로야구단의 고위 임원으로 지내면서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 과정 하나씩을 세밀하게 풀어내 팬들에게 알려주는 첫 작품인 것이다. 물론 유진은 필명이고 등장인물은 가명으로 썼다. [편집자주]
-KBO리그의 발전을 위한 리더의 역할
-단순 구단 대표로서가 아닌 KBO 미래를 위한 장기발전에 힘써야

2018년말로 기억한다. 강남에 있는 KBO 건물 5층 회의실에서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사회는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여서, 중요한 이슈들이 다뤄진다. 그런데 이날은 비교적 가벼운 이슈들이 상정되어서, 회의가 일찍 끝나는 분위기였다. 상정된 안건들이 거의 다 다뤄져서 회의를 마무리하려는 순간, 어느 한 구단의 사장이 갑자기 이사회에서 다루어야 할 안건이 있다면서 발언 신청을 했다.
“프로야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프로 야구단들이 공정하게 출발해서, 치열한 경쟁이 유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신인 지명이 같은 출발선상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신인 1차 지명에 대한 지역 연고제도를 폐지하고,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었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부터 지역 연고제가 실시되었으나, 한때 폐지되기도 하는 등 부침을 겪은 제도였다.* 그만큼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던 이슈였다. 끝나가던 이사회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가라앉을 만큼 예민한 주제였다.
(* 프로야구 원년에는 지역 연고선수 대상으로 1차 우선지명제도를 실시하였으나, 2010년부터 우선지명제도가 사라지고 전면 드래프트 제도로 전환되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1차 우선지명제도가 다시 부활되었다.)
당시 후발 프로야구단들의 연고지역 고등학교 야구단들이 창단된 지 오래 되지 않아서, 우수한 선수가 부족하거나 서울지역으로 우수 선수가 유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구단들이 지역 우선지명제도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였다. 2018년말 H구단이 전년도 1차 지명자를 1년만에 방출하면서, 이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 사건은 일부 구단들의 신인 지명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가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였다.
반면 서울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는 구단들은 전면 드래프트 제도 도입에 반대하였다. 우수한 아마야구 선수들이 서울지역에 많아서, 연고지역에서 1차 지명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아마야구의 토대가 비교적 튼튼한 몇몇 지방 구단들도, 지역 우선지명제도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후발 프로야구단들은 절박한 심정이었다. 우수한 아마야구 선수를 뽑기 어렵기 때문에, 거금을 투자해서 FA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으로 우수 선수를 끌어올 수 밖에 없었다. 트레이드 등 기타 방법으로 우수 선수를 수혈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적자가 누적이 되고 있는 야구단에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FA 계약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역 연고제 폐지를 둘러싼 논의는 이후 KBO의 실행위원회와 이사회에서 수 차례 진행되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만큼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었다.
실행위원회는 KBO 사무총장과 각 구단의 단장들로 구성되어서, 리그 운영과 관련된 규칙을 정하거나 리그와 관련된 중요한 주제들을 협의하거나 결정하는 기구이다. 이사회는 KBO 총재와 사무총장, 그리고 각 구단의 사장들이 참석한다. 리그의 중요한 이슈들을 논의하고 결론을 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이 두 기구는 KBO리그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 수개월 동안 지역연고제 폐지와 관련된 논의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였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는 KBO의 의사결정기구인 실행위원회와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솟았다. 이 기구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들이 협의체가 아닌 의사결정 기구로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하는가? 이 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각 구단의 단장이나 사장들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논의에 참여해야 하는가?
실행위원회나 이사회가 단지 구단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KBO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역할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KBO 조직의 한 기구가 아니라, 구단간 협의체를 따로 만들면 그만이다. 하지만 KBO내에 존재하는 의사결정 기구라면, 갈등 조정 역할을 넘어서서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포츠세계에서는 공정한 rule에 기반한 경쟁이라는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다.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과정이, 성공보다 더 감동적인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자칫 성공만을 위해 공정하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면, 아무리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도 호응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또한 스포츠정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각 구단 육성 능력의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성적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구단의 역량 차이는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능력의 선수를 선발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지역연고제 폐지와 전면 드래프트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라면,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합의점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2022 시즌 이후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수많은 토론을 거쳐서, 실행위원회와 이사회가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굳이 지역 연고제 폐지와 전면 드래프트 제도 도입이라는 주제를 이 자리에서 꺼낸 것은, 이것이 매우 예민하게 다뤄진 사안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 대한 논쟁을 통해서 단장과 사장은 특정 구단만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의사결정자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코로나 여파도 있지만.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들은 야구 등 오프라인 스포츠보다는 온라인 게임을 더 손쉽게 즐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서 기업들도 오프라인 경기장에서의 광고보다는 온라인 광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관중과 수입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미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서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어려울 때일수록, 리더의 경쟁력이 조직의 사활에 큰 영향을 준다. 지금은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행해나가야 한다. 사장이나 단장들이 단지 구단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넘어서서, KBO의 미래를 만들어갈 리더가 되어야 한다.
/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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