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구단, 제로섬이 아닌 윈윈을 해야 한다 [KS 우승 비법 18.끝]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22.03.04 12: 05

<사진>승부보다는 함께 한 가족, 지인들과의 즐거운 대화와 식사 등을 더 즐기는 야구문화를 지닌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이 지금은 오라클 파크로 변경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AT&T 파크를 찾은 모습. /OSEN DB 
한국프로야구단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평소 느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글로 풀어내봤습니다. 수년간 프런트 고위관계자로 지내며 얻은 경험들을 더 쏟아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지면사정상 여기서 끝내려고 합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동안 저의 글들을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신 야구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유진 올림]
=국내팬 성향 인식과 변화를 추구

=구단간 경쟁은 하지만 협력이 필요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공영을 꾀해야 흑자가 된다 
                                                  
내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했을 때였다. 친구들과 같이 가까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 프로야구팀의 경기장인 AT&T 파크*를 간 적이 있다. (*지금은 Oracle 파크로 이름이 바뀌었다) AT&T 파크는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중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이날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팀과 LA 다저스팀간의 대결이었다. 두 팀은 같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해 있으면서, 라이벌 의식이 강한 관계이다. 내셔널리그 서부리그에서 두 팀은 항상 우승을 다투는 사이였다. 그래서 두 팀간의 경기는 관중이 많았다. 
이날도 관중이 많았다. 그런데 경기장 입구에 위치한 매표소는 뜻밖에도 한가했다. 인기팀들끼리의 경기에는 매표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한국 경기장과는 매우 다른 풍경이었다. 같이 갔던 미국인 친구가 설명해주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팬들이 많아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팀과 같은 인기 팀의 입장권은 대부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시즌권이나 정기권으로 팔려 나간단다. 그래서 정작 시즌이 시작되면 미리 입장권을 사놓은 사람들이 내놓은 물량을 인터넷을 통해서 사거나, 간혹 남아있는 소수 입장권만을 경기장에서 살 수 있단다.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부러웠다. 한국은 시즌 전에 판매되는 시즌권이나 정기권의 비중이 20%도 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까 팀 성적이나 상대팀에 따라서 입장권 판매량이 들쑥날쑥 했다. 그만큼 프로야구 시장이 성숙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것이다.   
AT&T 파크 야구장에 들어서면 외야 관중석 너머에 태평양 바다가 보인다. 바다에서 크고 작은 배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이언트구단에서는 가끔 바다 위에 배를 띄워서 분수 쇼를 연출하기도 한다. 때로 홈런 볼이 바다로 빠지는 광경을 구경할 수도 있다. 다른 경기장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날 AT&T 파크에서는 한국의 야구장처럼, 경기 중 홈런이나 득점 장면과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큰 함성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야구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여기저기서 퍼져 나오는 산만한 웅성거림만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과 같은 치어리더 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 팬들을 자세히 살펴보니까, 홈런이나 득점 장면 등 결정적인 순간을 빼고는 도대체 야구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야구 경기보다는 오히려 가족이나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잡담을 즐기는 것에 더 집중했다. 야구경기는 자신들의 이야기 주제 중 단지 하나일 뿐이지, 전부가 아닌 듯했다. 야구장은 이들에게 야유회 장소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야구장을 아름다운 야유회 장소와 비슷하게 만든 걸까?
한국 팬들이 야구 경기를 즐기는 장면을 상상하고 온 나에게는, 미국 관중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는 경기 내내 팬들의 함성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홈 팬과 어웨이 팬이 결정적인 순간에 번갈아 가면서 소리를 지를 뿐 아니라, 양팀 응원단의 리드에 따라 쉴 새 없이 응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친다. 심지어 일부 팬들이 조용히 야구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시끄럽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혼자 조용히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오는 팬들도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미국과 한국의 야구팬들이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행동이 다를까? 이 질문은 내가 야구단에 있으면서 항상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국 야구팬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속 시원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양국 국민들의 가치관 차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 팬들은 자신의 생활이 중심이 되고, 야구는 자신의 생활에 윤기를 더해주는 하나의 재료로 인식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야구장에 가는 것이 색다른 하루를 지내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더 좋겠지만, 지더라도 야구장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만족해한다. 
반면 한국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간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기를 빌면서, 목이 쉬어라 응원을 한다. 야구장에서는 야구가 제일 중요한 주제이고, 그래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겨야 속이 시원해진다.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만다. 두 팀으로 나뉘어서 응원전을 펼치는 야구장의 분위기가 승부욕을 자극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겼을 때의 희열을 즐기고 싶어 하기에 더욱 더 승부에 집착한다. 
승부에 집착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분위기는 관객 숫자에도 큰 영향을 준다. 승률이 좋고, 상위권에 있는 팀의 관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 승률이 높은 팀은 자연스럽게 매출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구단들도 승부에 집착한다. 
승부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일까? 한국 프로야구 경기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는 제로섬(zero sum game)인 듯하다. 팬들도 그렇고, 구단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경쟁만이 있을 뿐, 협력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2021시즌 여름철에 있었던 시즌 중단 사건이 그 단적인 예이다. 몇 개 구단의 선수 중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이들 구단이 시즌을 일시 중단하자고 제안한다. 시즌 초에 운영규칙을 정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 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체선수로 시즌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주요 선수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자, 이들 구단은 승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시즌 중단을 제안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TV 중계로만 프로야구를 볼 수 있었던 팬들은, 그것마저도 어렵게 되자 크게 실망하고 만다.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몇몇 구단의 승부에 대한 집착이 두드러졌을 뿐, 팬들을 위한 관점이나 공정한 규칙의 집행이라는 측면은 이 사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물론 격렬한 순위 경쟁이 존재한다. 그리고 순위가 높은 팀에 대해서는,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따라온다. 입장료도 더 높게 받을 수 있고, 구단이 판매하는 각종 상품들의 매출이 덩달아 뛴다.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협회를 중심으로 프로야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협력의 게임도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그 결과 MLB구단들이 많게는 수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장면이나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콘텐트를 이용해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체계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2000년에 자회사인 MLBAM(MLB Advanced Media)을 설립해서, 프로야구 경기를 통해 만들어진 온라인 콘텐트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또한 프로야구 구단의 통합 마케팅 체계를 갖추어서, 통합된 티켓팅(ticketing)과 마케팅을 하고 있다. MLBAM은 거의 조 단위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고, 다양한 마케팅과 기술 역량을 갖춘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함께 큰소리로 응원전을 펼치며 야구 승부에 집중하는 국내야구팬들. 구단들도 이와 비슷하게 공생보다는 승자독식에 여념이 없어 발전이 더딘 현실이다. 윈윈이 절실한 시점이다.  /OSEN DB
야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는 ‘winner takes all(승자독식)’ 경기가 아니다. 경쟁과 협력의 영역이 모두 존재한다. 프로야구 경기는 공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격렬한 순위경쟁을 펼쳐야, 팬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 순위 경쟁은 명백한 경쟁의 영역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산업을 키워나가는 영역에서는 협력의 여지가 많다. 
KBO 리그는 통합 마케팅이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몇몇 인기 있는 구단들은 통합 마케팅이 오히려 자신들의 매출을 축소시킬 것을 염려하고 있다. KBO 리그 전체의 파이를 높이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자기 구단의 파이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수백억 원씩의 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KBO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통합 마케팅을 통해서 흑자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쟁의 영역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협력의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 아니 오히려 협력의 영역을 확대시키기 위한 경쟁이 되어야 한다. 협력의 영역이 활성화될수록 프로야구 팬 층이 두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한 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양한 온라인 콘텐트 제작 등 통합마케팅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기를 위한 규칙 제정, 실업리그와 독립리그 등 프로야구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리그 활성화 등 다양한 협력의 영역이 존재할 수 있다. 
협력을 통해서 프로야구단이 흑자전환을 할 수 있고, 프로야구 산업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팬들에게 프로야구 세계가 경쟁만이 아닌 협력을 통한 윈-윈(win-win) 구조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글. 유진 
*이전 기사 목록
=팀을 제대로 이끌 감독 선임이 최우선이다 [KS우승 비법①] (http://osen.mt.co.kr/article/G1111732106)
=감독 선임의 3가지 덕목이란 [KS 우승 비법②] (http://osen.mt.co.kr/article/G1111734361)
=FA 계약, 그라운드의 영웅 찾기이다 [KS우승 비법③] (https://osen.mt.co.kr/article/G1111737951)
=FA 계약, 몸값 협상의 비결은 [KS우승 비법④] (http://osen.mt.co.kr/article/G1111740493)
=외국인 투수 영입, 완성형이냐 육성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KS우승 비법⑤](https://osen.mt.co.kr/article/G1111743668)
=육성형 외국인 투수 선택의 결과는. '대박' [KS 우승 비법⑥] (http://osen.mt.co.kr/article/G1111746541)
=미국 마이너와 일본을 떠돌던 외국인 타자가 한국무대서 성공한 비결은[KS 우승 비법 ⑦] (https://osen.mt.co.kr/article/G1111749226)
=삼각 트레이드 성공작도 필요하다 [KS우승 비법 ⑧] (https://osen.mt.co.kr/article/G1111752206)
=트레이드는 선수 성장의 기회이기도 [KS우승 비법 ⑨] (https://osen.mt.co.kr/article/G1111753836)
='한국형 빌리빈'을 잘 택해야 한다 [KS 우승비법 ⑩] (https://osen.mt.co.kr/article/G1111756217)
=육성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KS 우승 비법 11] (https://osen.mt.co.kr/article/G1111757709)
=육성선수 성공,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뒤따라야 한다 [KS 우승비법 12] (https://osen.mt.co.kr/article/G1111760304)
=선수 성장, 알찬 코치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KS 우승 비법 13] (https://osen.mt.co.kr/article/G1111763456)
=야구단 사장 등 리더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KS 우승 비법 14] (https://osen.mt.co.kr/article/G1111765359)
=프런트, 야구와 선수를 사랑하며 구단을 움직인다 [KS 우승 비법 15] (https://osen.mt.co.kr/article/G1111768143)
=구단 미래를 위한 스카우트의 외로운 전쟁  [KS 우승비법 16](https://osen.mt.co.kr/article/G1111770579)
='영웅'이 될 신인선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KS 우승 비법 17] (https://osen.mt.co.kr/article/G1111774183)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