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은 4승에 불과했고 부상 등으로 로테이션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던 외국인 투수다. 보통이라면 내구성에 의문을 품고 재계약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선수는 재계약에 성공했다. 올해 시범경기, 그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웨스 파슨스는 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66구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 12일 KIA전 2이닝 1피안타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쳤고 두 번째 등판에서 이닝과 투구수를 끌어올리며 위력을 떨쳤다.
이날 파슨스의 포심(30개) 최고 구속은 151km까지 찍혔다. 투심(9개)도 147km까지 나왔다. 주무기 슬라이더(22개)를 집중적으로 테스트했고 132km까지 나온 고속 커브도 4개를 던졌다. 페이스가 빠르게 궤도에 올라왔음을 알렸다.

이날 파슨스는 1회 다소 흔들렸다. 1회초 선두타자 마이크 터크먼에게 볼넷을 내줬다. 김태연을 삼지 ㄴ처리한 뒤 하주석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해 1사 2,3루 위기를 자초했다. 노시환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아웃카운트와 실점을 맞바꿨다. 노수광에게도 볼넷과 2루 도루를 허용, 2사 2,3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정민규를 슬라이더로 꼼짝없이 돌려세워 추가 실점을 막았다. 2회에는 이성곤, 이해창, 이원석을 내리 삼진으로 솎아내 4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했다.
3회도 터크먼을 우익수 뜬공, 김태연을 유격수 땅볼, 하주석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4회 선두타자 노시환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노수광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1사 2루에서 정민규에게 3개 연속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을 솎아냈고 이후 이성곤에게는 149km 패스트볼로 윽박지르며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날 자신의 이닝을 모두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파슨스는 지난해 24경기 4승8패 평균자책점 3.72(133이닝 55자책점), 148탈삼진, 퀄리티 스타트 13회, WHIP 1.29의 성적을 남겼다. 개막을 앞두고 어깨 염증이 발견돼 시즌 출발이 늦었다. 직전시즌,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으면서 1년을 쉬었던 여파를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이후 제구력도 들쑥날쑥했고 느린 슬라이드 스텝으로 도루 허용도 많았다.
여기에 올림픽 휴식기 동안 코로나19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후반기 시작도 늦었다. 불운은 이어졌다. 8월 복귀 두 번째 경기에서 타구에 손을 맞으며 골절 부상을 당했다. 결국 온전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슬라이드 스텝을 개선했고 제구력까지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건강한 파슨스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 셈이다.
후반기 개선의 징조가 보이자 NC는 파슨스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파슨스의 구위 자체는 의심하지 않았기에 다시 한 번 믿음을 준 것.
건강하게 준비한 파슨스는 의심 할 필요가 없는 듯 하다. 연습경기부터 페이스를 꾸준히 끌어올렸고 시범경기에서도 150km가 넘는 공을 뿌리면서 구위를 증명했다. 4승만 거둔 외국인 투수라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린 셈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