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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사람들' 윤박 "'구남친' 연기 스트레스, 원형탈모까지 왔어요" [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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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세상 지질한 '구남친'인데 쉽게 미워할 수가 없다. '기상청 사람들'에서 배우 윤박이 애증의 '구남친' 한기준으로 열연한 비화를 밝혔다.

윤박은 지난 3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약칭 '기상청 사람들')에서 한기준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최근 작품 종영에 앞서 국내 취재진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상청 사람들'은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그 중에서도 한기준(윤박 분)은 결혼까지 준비하며 오랜 시간 사귄 진하경(박민영 분)을 두고 채유진(유라 분)과 바람을 피우는 인물. 이에 윤박은 바람을 들키는 순간부터 진하경과 이시우(송강 분)의 로맨스를 미행하는 순간들까지 '찌질한 구 남친'의 전형을 보여줬다. 

윤박은 "지난 더운 여름부터 추운 겨울까지 6개월 동안 열심히 찍었는데 찍으면서도 '우리 거 언제 방송하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 시원섭섭하면서 아쉽다"라며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주셔서 시청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좋은 드라마 만들 수 있게 만들어주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 동료 배우들에게도 고맙고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엔딩을 기준이로 보자면 초반보다는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진중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줘서 조금이나마 철든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후에 기준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좋게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한기준이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윤박을 향한 불평은 없었다. 이에 윤박은 "어떤 드라마를 찍든 좋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시작한다. 결과는 흔한 말로 까봐야 아는 거라 항상 기대를 안 하는 편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신기하고 뿌듯했다. 인기를 제일 실감하는 건 주변 지인들 반응인 것 같다"라며 만족했다. 

또한 그는 한기준 캐릭터를 연기하며 신경쓴 점에 대해 "한기준의 성향을 하나로 정의하지는 않았다. 어떤 행동, 어떤 말을 하든 '쟤는 저럴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시게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유연하게 하려고 여지를 많이 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진지하거나 돌출행동을 했을 때도 쉽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제가 방송에 나오는 거니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가 어느 순간 제 스스로 한기준을 미화시켜서 표현하려고 하는 위험한 순간이 있더라. 최대한 대본에 충실해 유연하게 보일 수 있게 중점을 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할 때 기준이와 일하지 않을 때 기준이 차이가 클 것 같아서 의상도 재킷부터 베스트, 바지까지 맞춤으로 준비해서 암밴드까지 해봤다. 그런 게 캐릭터의 이중성을 더 보여줄 수 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정작 윤박은 호평 이전에 촬영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겪었다. 그는 "처음엔 이게 원형탈모인지 몰랐다. 그런데 샵을 자주 가니까 헤어를 해주는 형이 원형탈모라고 했다. 바로 병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주사 치료를 했다. 두 달 지나니까 원래대로 돌아왔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윤박에게도 한기준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방송으로 보는 한기준은 저도 '쟤 왜 저래'를 입에 달고 살게 했다. 시청자 분들의 마음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는 윤박은 "한기준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장마철에 내리는 비 같다. 장마철에 비는 한결같이 꾸준히 내린다. 기준이도 어떤 면을 보면 사람이 한결같다. 극 후반에서 조금씩 변화하긴 하지만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장마철에 내리는 비 같다"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캐릭터와 저의 싱크로율은 저도 남들 앞에서 보이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보니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있다. 기준이도 남들 앞에서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 부분이 닮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외에 부분들은 다 저와 달라서 50% 정도 닮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윤박은 '기상청 사람들' 출연과 한기준 역할을 한 차례 고사한 바 있었다. 그런 캐릭터를 수락한 배경엔 감독의 설득이 있었다. 윤박은 "감독님이 '기준이는 나쁜 게 아니라 찌질한 건데 자칫 나쁘게 보일 수 있다. 그건 되게 위험한 부분인데 네 성향이 기준이와 만나서 위험한 게 상쇄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도전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 감독님 말처럼 '나라는 사람이 한기준을 만났을 때 감독님이 원하는 지점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반대로 감독님 말씀처럼 했는데 마냥 나쁜 놈처럼 나올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면 제 도전이 실패해서 좌절에 빠졌을 거다. 그런 생각들에 도전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윤박은 "한기준의 매력은 많이 열려 있을 수 있는 캐릭터라는 거다. 어떤 행동을 해도 납득은 안 가지만 '쟤라면 저럴 수 있어'라는 게 한기준에겐 있었다. 연기할 때는 힘들었지만 제가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뭘 해도 가능하게 보이는 게 한기준의 매력 같다. 어떻게 보면 선입견이 있으면서도 없는 인물"이라고 자부했다. 

미움받기 쉬운 캐릭터인 만큼 연기의 적정선은 늘 고민거리였단다. 윤박은 "세트 촬영은 같은 장소에서 몰아찍는 경우가 많지 않나. 제 스케줄 표에 '기준 유진 데이'라고 적은 날이 있었다. 다투는 장면만 몰아 찍는 날이 있었다. 여러 날의 싸움을 같은 날에 몰아 찍었다. 그래도 감독님이 잘 컨트롤해주셔서 오래는 걸렸으나 하나하나 집중하고 정리하면서 찍었다. 하나하나 잡아가면서. 그날 에너지를 많이 쓰기도 했고, 하나하나 같이 얘기하면서 적정선을 찾아갔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기준의 본질에 대해서도 "모든 게 유진이를 사랑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하경이가 시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면 이런 갈등은 안 일어날 것 같다. 하경이와 안 좋게 결말을 맺었지만 기준에게 하경은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라 생각해서 미련보다 친한 베스트 프렌드에게 상담을 하고 부탁을 하는 거라고 봤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전 여자친구한테 일거리를 부탁할 수 없을 거다. 기준은 하경을 전 여친보다 대학생 때부터 나를 생각해준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했다. 

기상청을 배경으로 대변인 소속이라는 설정도 쉽지 않았다. 다만 윤박은 "사실 기상청에서 나오는 전문적인 용어나 직업을 특정지어서 표현하려고 하기 보다는 기준이의 기준으로 봤다. 대변인 자체의 연구보다는 대변인을 하는 기준이에 초점을 맞췄다. 멋있는 게 아니라 멋져 보이려는 척을 조금 더 연기하려고 했다. 일상에서 기준의 모습보다는 대변인으로서 기준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열린 캐릭터 해석 덕분일까. 캐릭터를 향한 미움과 별개로 윤박을 향한 호평이 많았다. 이에 윤박은 "이런 반응이 올 걸 알았다면 원형탈모 30개가 와도 상관 없다"라며 웃었다. 그는 "결국 감독님이 우려했던 걸 잘 만들어주셔서 이런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시청자 분들이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원형탈모 왔던 건 하나의 훈장처럼 여겼다. 그때는 스트레스 너무 받았는데 지금 와서는 행복한 결말을 맺어주려고 내게 원형 탈모를 내려주셨구나 생각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기준 같은 '도전거리'는 윤박에게 늘 욕심나는 대상이기도 했다. "사실 캐릭터 고를 때 악역, 선역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윤박은 "스스로에게 도전거리가 될 만한 캐릭터면 어떤 역이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 비슷하거나 더 강렬한 악역도 스스로 도전거리가 안 될 것 같고 전형적인 캐릭터는 고사할 것 같다. 반대로 배우로서 도전할 만한 캐릭터는 다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제는 갖춰입는 옷 말고 캐주얼하게 편안한 옷을 입고 날것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은 게 제 욕심"이라며 "정형화된 캐릭터 말고 자유로울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 열혈 형사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동네 백수 삼촌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조금 행동이나 언행에 있어서 제약이 덜한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윤박은 2012년 방송된 데뷔작 MBC에브리원 드라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후 연기 10년을 돌아보며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데뷔를 하고 나서도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잘 못해서 아쉬운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작품 끝나고 조금 더 성장한 것 같다. 그렇게 차근차근 성장한 것 같아서 아쉽지만 감사했던 10년이었다. 앞으로 도태될 수도 있지만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할 10년으로 채우고 싶다. 연기도 중요하지만 동료나 스태프 분들과 감독님한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H&엔터테인먼트, 앤피오엔터테인먼트, JTBC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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