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MBC 떠난 이유는..” 김태호PD, ‘서울체크인’으로 새 출발 (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22.04.06 13: 59

김태호 PD가 ‘서울체크인’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태호 PD는 6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연출 김태호, 김훈범, 강령미/ 작가 최혜정/ 제공 티빙)은 제주살이 9년차 이효리가 '서울에서 스케줄을 마친 후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갈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리얼리티 콘텐츠다.

지난 1월 공개된 파일럿 방송은 공개 직후 티빙 인기 콘텐츠 순위 1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으며, 공개 당일 전체 콘텐츠 중 유료가입기여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이에 2022년 봄 정규 오리지널을 확정짓고 오는 8일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울체크인’은 김태호 PD가 MBC를 퇴사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프로그램. 지난 2001년 1월 MBC 입사 후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 반열에 오른 그는 지난해 8월 MBC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1월 17일 마지막 출근을 끝으로 21년 만에 MBC에서 퇴사했다.
그는 “MBC라는 회사에 20년간 있으면서 사랑하지만 이별을 택했던 이유는 10년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매년 느꼈던 시장의 변화, 시청자들의 변화였다. 중간에 많은 유혹도 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달콤해 보이지 않았다”며 “그런데 작년부터 느꼈던 것이 콘텐츠 시장이 변하고 있구나 이걸 체험해보지 않으면 후회하겠다 해서 지금의 선택을 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6개월 동안 지난 20년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이 성장했다”고 전했다.
티빙과 새롭게 협업을 한 소감을 묻자 그는 “MBC를 퇴사하고 OTT 업무를 하면서 가장 달라진건 일요일 아침에 시청률을 통보받던 문자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나 성과에 대해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매주 방송을 내야하다보니 기획 부족으로 미흡함이 드러나는 콘텐츠가 있을 수도 있었는데 OTT에서는 그런걸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제가 대중을 상대로 콘텐츠를 하다보니 어떤 연령대 어떤 사람들이 보는지 몰랐는데 OTT는 명확한 타겟층이 있다. 그렇다보니까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장르에 대한 자율성이 높아진 것 같다. 시청자의 중요한 시간을 뺏어오는 것은 똑같고 진정성은 똑같지만 창작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하기에 다양성 면에서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티빙은 채널과 오티티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시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것은 없다. 행복하게 콘텐츠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출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기존에 했던 프로그램들은 MC와 저와의 대화나 호흡을 통해 만들어가는 부분도 있었고 빌드업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있었다면 작년부터 했던 콘텐츠는 최대한 저의 개입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출연자의 특성도 있고 작년, 올해 협업을 하다보니까 제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시청자들에게 선입견이 들어가게 되더라.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보니까 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데 오해를 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파일럿 때부터 제 이름을 부각하지 않았다”며 “이효리 씨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제작진 개입을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여러 가지 콘텐츠를 할텐데 상황에 따라서는 개입이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상황, 콘텐츠의 특성, 출연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포인트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OTT 플랫폼이 많아지며 콘텐츠 역시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태호 PD는 급변하는 방송 시장을 ㅇ러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스토리텔러들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앞에 K를 붙이는 것도 오히려 저희를 작게 표현하는 것 같다. 드라마, 음악이 글로벌 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예능 같은 논스크립트 장르들도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훨씬 더 높은 주목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예능을 하는 저도 기쁘게 생각학도 있다. 저희 팀도 글로벌에는 뭐가 통할까 이야기하고 있는데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예능의 강점을 묻자 “예능 장르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건 어느 장르 보다도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음악으로 전달되는 콘텐츠는 충분히 감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예능은 뉘앙스,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자막으로만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찾아보니 더빙이 가능한 예능들이 해외에서 반응이 있다는 것을 봐서 접근성을 높여서 전략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저희가 재미있는 예능이 해외에서도 재미있다고 평가받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많은 예능 콘텐츠가 OTT들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지 않나 싶다. 저도 올 가을이나 내년에는 글로벌 하게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핫한 예능 PD 중 한 명인 만큼 김태호 PD의 향후 계획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바. 그는 “제가 OTT만 하겠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 제가 혼자 독립을 해서 혼자 새로운 콘텐츠를 해봐야지 할 때는 저의 어떤 꿈도 있었지만 저와 함께 일하던 후배들의 고민도 담겨있었던 결정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가장 돋보이는 플랫폼을 찾아가는 것이 공통된 고민일 것 같다.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를 좋은 플랫폼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OTT가 성장하면서 다른 쪽이 축소된다기보다는 산업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에 맞춰서 저희 예능피디들도 적합한 쪽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본다. 하반기 부터는 ‘서울체크인’을 시작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김태호 PD는 “저는 프로그램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혜택 받은 피디 중 하나다. 그런데 저와 함께하는 후배들을 보면 저보다 재능이 많고 열심히 하는데 기회를 가지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제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커지더라. 피디 역할도 충실히 하겠지만 후배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 고민도 하고 있다. 많은 OTT 사이에서 창작자들이 멋진 플레이 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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