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던진 선발이 패전 눈물...‘투타 엇박자’ 디펜딩 챔피언이 수상하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4.07 06: 29

작년 후반기 철벽을 자랑했던 불펜은 왜 갑자기 흔들렸고, 하필이면 왜 토종 에이스가 8이닝을 책임진 날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진 것일까. 디펜딩챔피언 KT 위즈가 극심한 투타 엇박자 속 3연패 수렁에 빠졌다.
KT 위즈는 지난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2차전에서 0-3 완패했다. 개막전 승리 이후 내리 3경기를 패한 KT는 시즌 1승 3패 공동 7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6일 경기는 객관적 전력 상 KT의 우위가 점쳐졌다. 작년 퀄리티스타트 1위 고영표와 3년차 신예 오원석의 선발 매치업에서 기세 가 KT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SSG 김원형 감독은 오원석에게 “상대 선발이 좋은데 이를 크게 개의치 않고 자기 공을 던졌으면 한다”고 선수에게 마음을 비우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6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SSG 타선을 상대로 KT 선발 고영표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4.06 / dreamer@osen.co.kr

KT 마운드는 제 역할을 해냈다. 선발 고영표가 1회 잠시 흔들리며 한유섬에게 결승 3점홈런을 헌납했지만 2회부터 에이스의 품격을 되찾고 무려 8회까지 경기를 책임졌다. 이날 기록은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1사구 10탈삼진 3실점 99구. 혼신을 다한 역투였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좌완 오원석을 대비해 장성우, 김병희, 박경수 등 우타자를 대거 중심에 배치했지만 효과는 ‘제로’였다. 오원석을 시작으로 박민호-김태훈-김택형으로 이어진 마운드에 3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하며 충격의 영봉패를 당했다. 8이닝을 던진 고영표는 패전투수였다.
가장 뼈아픈 순간은 3회였다. 1사 후 심우준이 7구 끝 볼넷을 골라낸 뒤 조용호-황재균이 연달아 내야안타를 치며 1사 만루를 만든 상황. 그러나 박병호-헨리 라모스가 나란히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찬스를 무산시켰고, 동시에 오원석의 기를 제대로 살려줬다.
6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3회말 1사 만루 상황 KT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2022.04.06 / dreamer@osen.co.kr
3일부터 시작된 KT의 연패. 타선이 침묵한 이날과 달리 지난 2경기서는 믿었던 불펜이 말썽을 부렸다. 3일 삼성을 만나 3-0으로 앞선 채 마지막 9회를 맞이했지만 마무리 김재윤이 ⅓이닝 5실점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고, 5일 SSG전 역시 3-3으로 맞선 7회 조현우, 엄상백 등 필승 자원들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아울러 이날은 두 차례의 야수 실책도 치명적이었다.
사령탑은 근본적인 이유로 타선의 전반적인 페이스 저하를 꼽았다. 6일 만난 이강철 감독은 “확 잡고 갈 수 있는 경기들을 계속 타이트하게 만들었다. 원사이드로 갈 수 있는 찬스를 살리지 못하다보니 중반 넘어가면서 밀리는 경기를 하게 된다”며 “개막전은 그래도 잘 끝냈는데 역시 쉽게 갈 수 있는 상황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간판타자 강백호의 빈자리가 확실히 커 보인다. 박병호와 헨리 라모스라는 걸출한 두 타자가 중심에 포진하고 있으나 승부처 한방을 치는 능력은 강백호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박병호-라모스-장성우 순의 클린업트리오는 장성우가 4경기 타율 7푼7리 부진에 빠지며 파괴력을 잃은 상황. 이 감독의 말대로 점수를 내야할 때 내지 못하니 후반부 자연스럽게 불펜과 타선의 부담이 가중된다.
일단 그래도 표면적인 기록은 나쁘지 않다. KT의 팀 타율(2할5푼리)은 2위, 득점권타율(2할5푼6리)은 4위로 모두 상위권인 상황. 팀 평균자책점은 공동 7위(3.25)로 처져 있지만 일단 지금까지 출전한 선발 4명은 모두 자기 역할을 해냈다.
결국 지금 KT에게 필요한 건 투타의 자연스러운 조화다. 그래도 지난해 후반기에는 마운드의 힘으로 타선 침묵을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지금은 시즌 초반에 강백호까지 이탈하면서 타격과 마운드 중 어느 하나 특출난 파트를 꼽기 어렵다. 다시 말해 톱니바퀴가 맞물려야만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KT는 통합우승을 차지한 작년에도 시즌 초반 4연패 수렁에 빠지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바 있다. 올해 역시 출발이 매끄럽지 못한 가운데 어떤 묘책을 통해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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