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위"…'야차' 나현 감독, 亞첩보액션에 녹여낸 정의란 무엇인가[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4.12 14: 40

중국 선양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정원 블랙팀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중간에 끼어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아시아의 정세를 파악한다.
지강인(설경구 분)이 이끄는 사람 잡는 귀신, 일명 ‘야차’ 블랙팀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는 향후 북한과 일본, 중국에 대한 국정원의 임무 수행에 영향을 끼친다. ‘두더지’를 잡기 위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강인의 야심찬 계획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한국에서 뒤늦게 합류하게 된 열혈 검사 한지훈(박해수 분)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한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나현 감독은 12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 선양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첩보 액션물인데, 저는 같은 목적을 가진 두 인물이 다른 신념을 가져서 서로 부딪히며 나가는 얘기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 감독은 “이들이 갈등하고 부딪히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한지훈은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고, 반면 지강인은 ‘정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목표물에 대한 방향성이 다른 인물이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그렸다”고 이 같이 작품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나 감독의 ‘야차’(제작 상상필름, 제공 넷플릭스)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막히는 접전을 그린 첩보 액션. 나현 감독이 영화 ‘프리즌’(2017)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지난 8일 전세계 공개 이후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 압도적 스케일, 다채로운 볼거리, 숨막히는 액션으로 극강의 쾌감을 선사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늘(12일) 플릭스 패트롤 집계를 보면 ‘야차’는 현지 시간으로 9일부터 어제(11일)까지 글로벌 순위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나 감독은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걸로 알고 있다.(웃음) 전세계 3위를 했다던데, 저로선 아주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외국 관객들이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첩보액션물을 신선하게 지켜보신 거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해수가 ‘오징어 게임’으로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해외 관객들도 그의 새 작품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당초 ‘야차’는 극장에서 먼저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개봉을 연기하다가 이달 8일 넷플릭스 전세계 공개를 택했다. “넷플릭스로 공개됐을 때 전세계 관객들이 다 볼 수 있게돼 좋았다. 그러나 저희가 총기 액션신마다 비주얼과 사운드를 각기 다르게 구현했는데, (각자 가진 휴대전화) 기기가 다르니까 그만의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휴대전화 기기가 좋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밝혔다.   
오프닝은 홍콩의 밤거리에서 리얼한 카 액션으로 시작한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거친 카 체이싱과 지강인의 맨몸 액션이 향후 전개에 시작부터 호기심을 지핀다. 이어 한국으로 옮겨 특별감찰 검사 한지훈의 일상을 지켜본다. 기본에 충실했던 한지훈이 좌천되고, 우연한 기회로 블랙팀에 합류하면서 지강인을 만나 대립한다.
이에 나 감독은 “한지훈은 (범죄자를) 반드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잡는 사람이다. 다만 지강인처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는 인물은 아니다. 예전엔 원리원칙주의자였지만 강인을 만나 이전보다 조금 더 유연한 방법을 찾는다. 반면 지강인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 하거나 배신하면) 무조건 처단해버리는 스타일”이라고 두 인물의 성격을 비교했다. 임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강인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한지훈은 선양에서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며 한 팀이 되어간다.
“두 개의 신념 중 어떤 게 옳고 더 좋다고 선택하긴 힘들지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저희 영화를 보시면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실 거 같다. 한지훈 검사가 맞을까? 아니면 지강인이 옳을까? 고민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해수의 한지훈은 악의 안내자 같은 역할이다. 단순히 두 주인공이 부딪히는 게 아니다. 영화 중반까지는 한지훈의 입장에서 야차를 바라보게 된다. 원리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배우의 올곧고 바른 이미지가 필요했다. 허당기도 있어야 해서 연기력을 갖춰야 했다. 박해수는 연극무대에서도 연기력은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에 캐스팅할 때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지훈의 대사처럼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는 말은 사람들이 평소 잘 안 쓰지 않나. 근데 박해수의 입에서 나왔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허술한 역할도 곧잘 해냈고 설경구와 케미스트리도 좋았다.”
나현 감독은 ‘야차’를 촬영하면서 크게 세 가지 미션에 집중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대만과 한국에서 선양을 구현해야 했다는 거다. 두 번째는 외국인 배우와 우리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며 감정 연기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언어적 문제가 있었고, 그리고 총기 액션을 잘 소화해야 했다. 규모감 있는 총기액션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짚었다.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던 스펙터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블랙팀은 최정예 요원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총기를 어설프게 다뤄선 안 됐다. 총기를 실제처럼 리얼하게 다뤄야했다. 총을 다룰 때 손에 완전히 익숙해져야 했기 때문에 배우들이 촬영 몇 달 전부터 혼자서도 따로 연습을 해왔다”고 전했다. “블랙팀에게 각각 권총 하나, 소총 2~3개를 지급했다.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해 인물에 맞게끔. 예를 들면 지강인이 들고 있는 총은 되게 유명한 스테디 셀러다. 영화 ‘다이하드’나 오우삼 감독님의 영화에 나왔던 총이다. 숙련된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 총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강인 역의 설경구를 비롯해 국정원 선양 지부의 홍 과장 역은 양동근, 블랙팀의 가장 오래된 요원 희원은 이엘,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터프한 재규는 송재림, 블랙팀의 막내 정대는 갓세븐 출신 배우 진영이 맡았다. 이에 감독은 “블랙팀의 팀 워크, 서로간의 신뢰, 눈빛만 봐도 알아서 척척 해내는 믿음, 팀원에 대한 책임감이 깔려 있기를 바랐다. 한 번 더 영화를 보시면 느끼실 수 있지만 블랙팀 4명이 지강인의 면모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전했다.
캐스팅에 대해 나 감독은 “박진영은 영화 ‘눈발’을 보고 캐스팅했다.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서 다음에 같이 해야겠다 싶었다. 이번에 ‘야차’를 제안했는데 선배들과 같이 하고 싶어해서 그의 모습 그대로 '정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총을 쏠 때도 눈빛이 엄청나더라. 실제로 촬영을 할 때 무술감독에게 사사 받아서 차를 몰기도 했다”고 밝혔다.
나현 감독은 전세계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다면 시즌2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에필로그에 나왔듯, 나중에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블랙팀의 각기 다른 일상을 그렸다. 강인이 (다음 미션 수행을 위해) 이들을 집합을 시키는 모습을 담아 다음을 예상해보게 만들었다. 상쾌한 엔딩을 그렸는데, 연출자로서 새 시즌을 다시 만든다면 좋을 거 같다. 영화 촬영 중 속편에 대한 스토리도 떠올라서 메모해 놓았다. 촬영 중 배우들이 다들 ‘또 하고 싶다’는 얘기도 나눴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좋아해주신다면 저도 좋을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한 나현 감독은 장편 상업영화 ‘프리즌’(2017)으로 데뷔해 시작부터 흥행에 성공했다. 연출작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그 사이 휴먼 드라마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 2019)의 각색을 맡아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제가 작가였을 때 휴먼 드라마 장르를 많이 썼었다. 시대물, 전쟁물, 스포츠물도 했다. 전반적으로 휴먼 드라마를 많이 했었는데 연출을 결심한 후엔 작가 때 했던 스타일과 달리 센 작품을 하고 있다. 데뷔작 ‘프리즌’은 작가로서 썼던 작품의 색깔과 정반대로 나갔다. 굉장히 센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큰 이야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총기 액션을 스펙터클을 보여줬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나 감독은 “다음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자면, 작가 시절처럼 잔잔한 감동을 갖춘 휴먼 드라마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물론 또 다른 액션 스타일의 영화나, 스릴러 장르에도 관심이 많다”는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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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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