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발진이 6년 전 판타스틱4의 명성을 되찾는 것일까. 기대를 모았던 1차 지명 트리오가 연일 호투쇼를 펼치며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곽빈(23·두산)은 지난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1패)을 신고했다.
첫 등판이었던 6일 잠실 삼성전에서 5이닝 2실점(비자책)에도 패전을 당했던 곽빈. 이날은 호투가 승리로 이어졌다. 1회 황재균의 2루타로 처한 1사 2루 위기를 헨리 라모스의 삼진, 박병호의 3루수 땅볼로 극복한 게 주효했다. 이후 2회와 3회를 연달아 삼자범퇴를 만들었고, 4회 라모스-박병호(2루타)의 연속안타, 장성우의 볼넷으로 몰린 2사 만루서 오윤석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0으로 앞선 5회 첫 실점했지만 승리 요건에는 지장이 없었다. 2사 후 김민혁(내야안타)-황재균의 연속안타로 맞이한 1, 3루서 폭투로 3루주자에게 처음 홈을 허용한 것. 이후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 김병희에게 좌전안타를 맞자 곧바로 홍건희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곽빈의 이날 투구수는 86개. 스트라이크가 59개(볼 27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이었고, 최고 147km의 직구(26개) 아래 슬라이더(25개), 포크볼(13개), 커브(12개)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2경기 연속 5이닝을 소화했다. 홍건희-임창민-권휘-김강률로 이어진 필승조가 무실점 짠물투를 펼친 덕분에 첫 승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두산은 시즌에 앞서 아리엘 미란다-로버트 스탁-최원준-이영하-곽빈으로 이어지는 뉴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그러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물음표가 컸던 게 사실이었다. 에이스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며 모든 플랜이 꼬였고, 스탁은 KBO리그, 이영하는 돌아온 선발진 내 적응이 각각 필요한 상태였다. 곽빈마저 스프링캠프서 경미한 부상을 겪으며 시즌 준비가 늦은 터. 사실상 믿을만한 자원은 최원준이 유일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미란다를 제외한 4명의 투수가 모두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일단 새롭게 에이스가 된 스탁이 2일 개막전 승리(5이닝 3실점)에 이어 8일 사직 롯데전에서 7⅔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로 연승에 성공했다. 또한 최원준이 2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25로 중심을 잡은 가운데 이영하가 10일 사직 롯데전 6⅔이닝 3실점, 곽빈이 12일 5이닝 1실점으로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내 기억으로는 2년간 선발 나가서 그 정도 던진 적이 별로 없다”고 농담하며 “1회부터 베스트로 전력을 다해 던졌고, 밸런스도 좋았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고 특히 이영하의 반등을 반겼다.
여기에 두산은 에이스 미란다가 어깨 부상을 털고 오는 17일 잠실 키움전에 복귀한다. 두 차례의 불펜피칭을 거쳐 10일 영동대학교와의 퓨처스 연습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무실점으로 실전 준비를 마친 상황. 에이스의 부재 속에서도 꾸준히 선발야구를 펼쳐온 두산 선발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강력한 선발야구를 앞세워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한국시리즈를 밟았다. 2016년 니퍼트(22승)-보우덴(18승)-유희관(15승)-장원준(15승)이 이른바 ‘판타스틱4’를 이루며 통합우승을 견인했고, 2018년 후랭코프(18승)-린드블럼(15승)-이용찬(15승)-유희관(10승)-이영하(10승) 등 선발 5명의 10승 속 14.5경기 차 압도적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올해는 두산이 선발야구의 명예를 회복할 적기다. 그리고 실제로 로테이션에 들어올 정도로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다소 포진하고 있다. 과연 부상에서 복귀하는 에이스 미란다와 최원준-이영하-곽빈 순의 토종 1차 지명 트리오가 꾸준히 제 몫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선발 5명 10승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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