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얻은 게 아니다...양현종의 땀과 눈물이 배인 2000이닝 [오!쎈 人]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2.04.15 13: 08

땀과 눈물의 2000이닝이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4)이 지난 1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경기에서 통산 2000이닝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사상 7번째이자 34세 1개월 13일 최연소 기록이다. 2000이닝은 그냥 얻은 것은 아니였다. 부단한 노력과 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양현종의 2000이닝은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현종은 2007년 2차 1번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직구는 국내 최고라는 평가 속에 KIA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첫 해는 불펜투수로 뛰었고,  2008년은 구원과 선발을 오가며 수업을 받았다. 드디어 2009년 조범현 감독과 간베 도시오 투수코치의 결단으로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14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2회초 KIA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2.04.14 /cej@osen.co.kr

2009년 12승, 2010년 16승을 거두는 에이스급 투수로 올라섰으나 문제는 구종과 제구였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형 투수였다. 제구도 정교함이 모자랐다. 그래서 2013년까지 5년동안 규정이닝은 두 번에 그쳤다. 9이닝당 볼넷 비율도 높았고, 투구수가 많다보니 경기당 6이닝 소화가 쉽지 않았다.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땅볼을 유도형 컷 패스트볼까지 배우려고 했다. 그런데 강한 직구를 만드는 팔 스윙이 높고 크다보니 어깨부상이 왔다. 2012년은 41이닝에 그쳤다. 투수 생명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때 생존을 위해 투구에 대한 철학이 바뀌었다. 완급이 필요했다. 팔스윙이 작아졌고, 제 3의 구종으로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당시 선배 서재응이 체인지업을 잘 던졌다. 
체인지업의 터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직구와 똑같이 들어오다 갑자기 가라앉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대단했다. 팔스윙이 작아지면서 제구력도 훨씬 정교해졌다. 투구수도 확 줄었고 소화하는 이닝도 많아졌다. 2014년부터 7년 동안 평균 170이닝 이상을 던지는 풀타임 철완으로 변신했다.
14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2회초 이닝을 마친 KIA 선발 양현종이 최연소 통산 2000이닝을 완성하고 있다. 2022.04.14 /cej@osen.co.kr키워드
2009년에는 200이닝과 20승까지 따냈다. 대투수라는 별칭도 얻었다. 선배 장성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지금의 양현종을 만든 것은 체인지업이다"라고 단언했다.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패턴과 실적을 만든 양현종이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 경기가 끝나고 캄캄한 야구장에 남았다. 불펜에서 이강철 투수코치와 함께 수건으로 새도우 피칭을 하는 모습은 지금도 선하다. 스프링캠프에서 밸런스를 찾지못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즌이 끝나면 어깨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땀과 눈물의 2000이닝이다. 각별한 자기관리과 야구에 대한 열정은 후배들에게는 살아있는 교본이다. 
이제 3000이닝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선발투수로 매년 160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포함해 6년 정도가 필요하다. 유일한 3000이닝 보유자 송진우는 35살에 2000이닝을 도달했고, 43살에 3000이닝을 달성했다. 8년이 걸렸다. 자기관리가 뛰어난 양현종이라면 40살까지 던질 수 있다. 대투수가 또 한 번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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