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브로커'로 이룬 칸 경쟁 진출…"죽을 때까지 배우가 꿈"[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6.07 13: 13

 “배우로서 제작에도 관심이 있지만 저는 죽을 때까지 배우하는 게 꿈이죠.”
배우 강동원(42)이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61)의 신작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가운데 “제가 써놓은 시놉시스, 시나리오 초고를 7월 안에 끝냈으면 하고 내년에 제작에 들어가는 게 목표지만, 배우로서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이 같은 계획을 전했다. 그가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2020) 이후 2년 만에 국내 영화계에 복귀하면서다.
이 영화는 제73회 칸영화제(2020) 미드나잇 스크리닝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었는데, 그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다. 이에 강동원은 자신의 영화를 들고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제작 영화사 집, 배급 CJ ENM)로 드디어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올해 열린 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기 때문. 강동원이 2018년 칸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걸은 이후 4년 만에 다시 입성하게 된 셈이다.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에 꼭 한 번 출연해보고 싶었다”는 강동원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시놉시스가 없었다. 만남 이후에 시놉이 나왔는데 그걸 보자마자 저는 하기로 했다. 평소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해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즐거운 작업이 될 거 같더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이 영화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그는 보육원 출신 아이 브로커 동수를 연기했다.
이어 강동원은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 ‘어느 가족’을 좋아했다. 또 유난히 좋았던 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이다.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며 “어린 친구들이 참 해맑았고 그들만의 순수한 면모를 정말 잘 담아낸 영화이지 않나 싶다. 그런 영화가 거의 없는데. 사실 아역 친구들의 연기가 아쉬울 수도 있는데 그들이 워낙 연기를 잘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었다”고 고레에다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열린 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브로커’가 당당히 진출하면서 강동원은 고레에다 감독, 송강호(56)·이주영(31)·아이유(30) 등의 배우들과 프랑스 남부 도시 칸을 찾았다. 무엇보다 올해 송강호가 국내 남배우 사상 최초로 칸의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면서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앞서 전도연(50)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2007년 칸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바. 15년 만에 국내 배우가 또 한번 배우상을 받은 것이다.
그는 ‘본인이 수상하지 않아 아쉽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저는 전혀 아쉽지 않다. 칸 영화제에 경쟁으로 초대받았다는 것에 영광이다. 제가 부집행위원장님과 친분이 있다. 이번에 그분이 제 연기에 대해 ‘너무 잘 보셨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송강호 선배님이 거기서 상을 받았을 때, 첫 번째로 호응할 수 있는 영광이 제게 주어져 행복했다. 이번에 선배님이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했었는데 받아서 너무 좋았다. 감독님도 너무 좋아했다. 다들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칸영화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서 인상이 깊다. (관객들도) 다들 드레스-업을 하고 영화를 봐야 한다는 건 한국에 없는 문화인데 거기선 그런 게 되게 좋더라. 그래서 극장에 오시는 분들도 영화를 더 존중하는 마음으로 보시는 거 같다.”
칸에서 귀국한 이후 강동원은 ‘브로커’의 홍보 활동에 집중했다면서 “한국에 와서 친구들도 만났다. 어제 고레에다 감독님 생신이어서 같이 밥을 먹었다. 감독님이 이틀을 쉬면서 ‘초조하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래서 저는 ‘몇 시간만 쉬어도 초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동원이 쉼 없이 '열일'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수 역을 맡은 강동원은 결핍이 있는 캐릭터지만, 밝은 모습을 살리고 싶었다고 한다. “동수는 보육원에서 컸지만 잘 자란 친구로 표현하고 싶었다. 건강하게 밝게, 자란 친구로 표현했다. 우울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제가 만난 보육원 출신 친구는 셰프가 되고 싶어 했는데 그 분도 되게 밝더라. 어릴 때 사고를 많이 쳤고 반항도 많이 했다지만…저는 동수도 딱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편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친구로 그리고 싶었다”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지점을 전했다.
그러면서 “보육원 출신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나름의 아픔이 있는 거 같더라. 우리가 감싸안아야 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육원에서 자란 친구들이 (새)가정으로 입양 가길 원한다고 하더라. 어쩌면 절박하다고 할 수 있는 그들의 감정, 가정을 갖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관객들이 저희 영화를 보고 공감해 주시길 바란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보육원 원장님과 제가 만나 얘기나눴던 (보육원 출신) 친구가 이번에 같이 시사회에 영화를 보러오셨다. 둘이 손잡고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강동원은 “영화의 주제가 가볍지 않지만 저희는 최대한 가볍게 풀어나가려고 했다. 애드리브까지는 아니더라도 리액션을 할 때는 재미나게 하려고 했던 게 있다. 그런 점에서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고 앙상블을 칭찬했다.
강동원은 송강호와 영화 ‘의형제’(감독 장훈) 이후 12년 만에 재회했다. “‘의형제’ 이후 송강호 선배님과 오랜만에 만났다. 저도 그동안 20여 편의 작품을 하며 예전보다 현장에서 릴렉스 돼 있다. 저도 편안하게 하다 보니 선배님과 호흡이 더 잘 맞았다”라며 “칸에서는 주로 영화제에 대한 얘기를 했다. 선배님이 경험이 많으시다보니 어떤 식으로 칸의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설명을 해주셨다. (작년에는 칸영화제)심사위원도 해보셨으니 그들이 어떻게 심사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선정하고, 그리고 발표하는지 그런 과정을 얘기해 주셨다”는 여담을 전했다.
한편 강동원은 ‘본인은 실제로 어떤 아들이냐는 물음에 “저는 좋은 아들이다.(웃음) 바쁘다보니 (본가에) 자주 가지는 못 하는데 어머니에게 평소 연락을 자주 드린다”고 답했다. 강동원은 부산 출신. 이어 그는 “저는 어머니와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어머니와 제 친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거나 술 한 잔을 하기도 한다”며 “제 친구들도 저의 어머니를 되게 좋아한다.(웃음) 어머니가 부산에 계신데 제가 없어도 제 친구들이 (저의) 부산 집에서 묵기도 한다”고 전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한편 강동원은 지난 2일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브로커’의 VIP 시사회를 찾아준 가수 방탄소년단 멤버 뷔(본명 김태형·28)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뷔는 멤버들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시사회 일정에 맞추기 위해 먼저 귀국했다고 한다.
강동원은 “뷔가 저 때문에 (미국 일정을 끝내고 바로) 왔다는 걸 만나서 알게 됐다. 시사회에 와 줘서 너무 고맙더라. 태형이는 좋은, 귀여운 동생이다. 정확히 제가 (경상남도) 거창 출신은 아니지만 거창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제가 (가수) 박효신과 친한데 뷔가 저를 만나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그를 통해 알게 됐다. 효신이와 같이 있을 때 그 친구가 그곳으로 와서 친해졌다”고 뷔와 절친한 선후배로 지내게 된 과정을 전했다.
이에 그는 가수, 감독, 제작자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제 성격이 나쁘지 않아서?(웃음) 제가 배우이니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제 안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배우로서 듣는 건 중요한 시간”이라며 “들으며 배우는 것도 많아서 그런 시간이 즐겁다. 그렇다고 제가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데 나이가 들면서 제 안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대화가 쉽게 끊기지 않는 거 같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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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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