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드루프 왕조’, 세계 으뜸의 축구 가문[최규섭의 청축탁축(淸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2.06.14 07: 27

비로소 진정한 ‘말디니 왕조(Maldini Dynasty)’가 태어났다. 지난 5월 22일(이하 현지 일자),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말디니 가문이 왕조로서 거듭났다. 3대(代)째 이탈리아 세리에 A 패권을 거머쥔 왕가(王家)의 새 주인공은 말디니 가문 3세 다니엘이었다. 지배 영역은 세리에 A였고, 그 지반은 AC 밀란이었다.
명가 AC 밀란이 11년 만에 권토중래의 기세를 뽐냈다. 끝없는 양 팽팽하게 펼쳐지던 세리에 A 2021~2022시즌 우승 레이스에서, 신은 마지막에 AC 밀란에 미소를 띠었다. AC 밀란은 승점 2(86-84) 차로 프랜차이즈 맞수 인터 밀란을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최종 38라운드가 벌어진 그날, 세리에 A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쓰였다. 스물한 살 공격수 다니엘이 우승의 상징 ‘스쿠데토(Scudetto: 작은 방패)’를 달게 됨으로써, 세리에 A도 마침내 3대가 패권을 거머쥔 왕조가 존재하는 리그 반열에 올라섰다. 할아버지(체사레)-아버지(파올로)를 이어 다니엘까지, 곧 3대가 모두 리그 등정을 이뤘으니 가히 ‘왕조(Dynasty)’라 칭할 만하다.

[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서 '국민 영웅' 미카엘 라우드루프가 그려진 대형 깃발을 들고 응원하는 덴마크 팬들ⓒ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말디니 가문이 금자탑을 쌓는 데엔 67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1대인 체사레가 1954-1955시즌 처음 우승 과실을 맛보며 그 영광의 막을 열었다. 네 개의 스쿠데토를 획득하며 튼실한 바탕을 쌓은 체사레를 이어 2대인 파올로는 가문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16시즌에 걸쳐 일곱 번씩이나 정상에 오르며 세리에 A 역대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성가를 드높였다.
[사진] 다니엘 말디니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침내 말디니 가문 나아가 말디니 왕조는 AC 밀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緣)으로 맺어졌다. 3대가 따낸 열두 개의 우승 과실 모두 AC 밀란에서 열렸다. 123년 전통의 AC 밀란이 결실한 19회 우승의 63.16%를 말디니 왕조가 앞장서 거둬들였다. 오늘날 AC 밀란이 유벤투스(36회), 인터 밀란(19회)과 더불어 세리에 A 3대 명가로 자리매김한 데엔, 말디니 왕가가 단연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말디니 가문’도 그 앞에선 경의 표해
3대 이상 리그 정상을 밟아야 그제야 탄생하는 왕조는 그만큼 산 넘어 산의 어려운 과업으로 당연히 희귀할 수밖에 없다. 말디니 가문이 새 왕조로 들어서기까지 전 세계 축구계에서 단 일곱 가문만 이룩한 데에서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8왕조 가운데에서도 가장 빛나는 왕가는 어디일까? 말디니 왕가? 아니었다. 덴마크의 라우드루프 왕조다. 1대 핀-2대 미카엘-3대 마드스와 안드레아스가 차지한 리그 우승 타이틀은 물경 16개나 됐다. 그것도 보통 한 세대라 할 만한 32년밖에 걸리지 않은 집약적 산출물이어서 더욱 돋보인다(표 참조).
[사진] 브리안 라우드루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우드루프 왕조의 전성기는 2대인 미카엘-브리안 형제가 열어젖혔다. 형 미카엘은 유벤투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아약스(네덜란드)에서 일곱 번, 동생 브리안은 브뢴뷔(덴마크)→ AC 밀란→ 레인저스(스코틀랜드)에서 여섯 번 우승컵을 안았다. 형제 모두 빼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조국 덴마크가 1992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정상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두 형제의 아들들도 3대로서 왕조 건립에 한몫했다. 미카엘의 아들 마드스는 코펜하겐에서, 브리안의 아들 안드레아스는 노르셸란(이상 덴마크)에서 각기 우승 축배를 들었다.
노르웨이 베르그 가문은 왕조 서열 2위에 올랐다. 1대 하랄-2대 외리안과 루나르-3대 파트리크가 노르웨이 최상위 리그인 엘리테세리엔을 지배해 왔다. 라우드루프 왕조와 우승 횟수는 똑같이 16이나, 리그 레벨에서 하위여서 1위의 영광을 양보(?)해야 했다.
하랄의 두 아들인 외리안-루나르 형제는 로센보르그의 황금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형 외리안은 9회, 동생 루나르는 4회 각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로센보르그가 13시즌(1992~2004) 연속 엘리테세리엔을 평정하던 시절, 형은 6회, 동생은 3회 정상에서 환호했다.
가장 신흥 왕조인 3위 말디니 가문을 이어 4위에 오른 아이슬란드 귀드문드손 가문은 유일하게 4대에 걸쳐 이룩한 왕조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1대 알베르트(4회)가 1940년 싹을 틔었고(아이슬란드 발루르), 아들(2대) 잉기 비외르든 알베르트손(4회)이 꽃을 피웠으며(발루르), 증손(4대) 알베르트(1회)가 2018년 열매를 맺었다(네덜란드 PSV 에이트호번). 물론 왕조를 건립하기까지 걸린 78년은 가장 긴 세월이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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