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보고도 위축되지 않았다, 20살 83순위 타자가 삼성 희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6.25 03: 44

‘파이어볼러’ 안우진(키움)은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최고 160km 강속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8회 1사 1,3루 위기에서 던진 이날 경기 97구째 공이 160km로 측정됐다. 바로 앞에 던진 공도 159km. ‘라팍’ 전광판에 연이어 표출된 믿기지 않는 숫자에 경기장이 술렁였다. 하지만 정작 타석에 있던 삼성 외야수 김현준(20)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김현준은 침착했다. 160km 강속구에 위축될 법도 했지만 3~4구째 존을 벗어난 공을 잘 골랐다. 이어 5구째 커브를 밀어쳐 좌전 안타로 연결, 2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여 안우진을 강판시켰다. 이날 안우진에게 유일하게 2안타 멀티히트를 친 타자가 김현준이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8회 안우진을 상대한 김현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구안이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컨택을 하면서 변화구를 고를 줄 아는 눈이 있다. 좋은 타격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5.24 / foto0307@osen.co.kr

주축 타자들의 줄부상으로 타격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삼성은 25일 대전 한화전에도 타선 침묵 끝에 0-3으로 패했다. 최하위 한화의 10연패 탈출 제물이 되며 4연패를 당했고, 순위는 8위까지 내려앉았다. 잔루 8개로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이 8회말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22.06.23 / foto0307@osen.co.kr
모든 게 절망스러웠던 이날 경기에서도 1번타자 중견수로 나온 김현준은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고군분투했다. 특히 6회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팀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38이닝 무장타 침묵을 깼다. 선두타자로 나선 8회에는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집중력을 보였다. 
최근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간 김현준은 시즌 타율을 3할1푼8리(110타수 35안타)로 끌어올렸다. 볼넷 15개를 더해 출루율은 4할1푼4리. 도루 5개로 빠른 발도 살리고 있는 그는 중견수 수비도 수준급이다. 이날 경기도 8회 최재훈의 안타 때 1루에서 3루로 뛰던 유로결을 정확한 송구로 잡았다. 시즌 4번째 보살. 외야수 중 오태곤(SSG·6개), 야시엘 푸이그(키움·5개)에 이어 공동 3위 기록이다. 
이런 보물 같은 선수가 이제 스무 살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늦게 뽑힌 선수라는 점은 더 놀랍다. 끝자락에 지명된 2년차 고졸 선수답지 않은 높은 완성도. 줄부상에 허덕이는 삼성에 20살 83순위 타자가 희망으로 떠올랐다.
7회말 LG 손호영의 외야플라이 타구를 김현준 중견수가 잡아내고 있다.  2022.06.16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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