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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말’ 지창욱, 연습 없이 태어난 삶의 소중함 깨달을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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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199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시 ‘두 번은 없다(Nic dwa razy)’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며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조령수 극본, 김용완 연출)은 청춘이든 황혼이든 누구나 맞이할 죽음을 다루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본다.

우리 호스피스 병원에는 특별한 봉사그룹이 존재한다. 일명 ‘팀 지니’인 이들은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요정 지니처럼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앰뷸런스 운전을 도맡아 하는 자원봉사 반장 강태식(성동일 분)을 주축으로 운동중독 간호사 서연주(최수영 분), 대장금도 울고 갈 요리봉사자 염순자(양희경 분)를 비롯, 최덕자(길해연 분)·황차용(유순웅)·유서진(전채은) 등이 멤버다.

사람은 주변인들의 축복 속에 태어나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홀로 갈 수밖에 없으므로 그 외로운 길, 마지막 소원이나 이루고 아름답게 떠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팀 지니’의 강령이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윤씨(정동환 분)의 마지막 소원은 고향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아내의 무덤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이다. 그 여정에 나선 팀 지니는 고속도로를 난폭하게 질주하는 외제차로 인해 사고를 당한다. 그 사고로 다리 부상을 당해 운전이 불가능해진 강태식은 사고 유발 외제차 운전자 윤겨레(지창욱 분)을 강제로 끌어내려 앰뷸런스 운전을 맡긴다.

윤겨레로서도 흔쾌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교도소 출소 직후부터 그를 쫓고 있는 장석준(남태훈 분) 패거리가 턱밑까지 쫓아왔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윤겨레는 석준패거리의 3억 넘는 돈을 배달사고를내고 구속됐던 것이다. 그리고 윤겨레로선 그 돈을 돌려줄 용의가 전혀 없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질겼다. 그 날의 교통사고로 윤겨레는 벌금 500만 원을 내던가 사회봉사를 해야 했고, 해준 것 하나 없는 나라에 돈 바치기는 죽기보다 싫은 겨레로선 부득이 사회봉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 내막을 안 강태식은 판사에게 부탁해 봉사장소를 우리 호스피스 병원으로 지정시켰고 그렇게 겨레와 팀 지니는 다시 한번 조우한다.

일가붙이 하나 없는 보육원 출신 겨레의 처지를 보면 유일하게 정을 준 반려견 아들이마저 죽어가는 형편이다. 조폭들 돈을 왕창 훔쳐내긴 했지만 하루하루를 사느라 앞날을 설계해본 적도 없고 재밌게 사는 법도 모른다. 다만 돈의 위력만은 알고 있어 걸핏하면 돈 뭉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렇게 가치도 제대로 모른 채 그 돈 때문에 쫓기기만 할 뿐이다.

가정을 이뤄 평생을 살아온 옛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편씨(전무송 분) 소원풀이에 동원된 겨레는 ‘어차피 죽을 거 웬 법석인가’싶은 속내를 편씨 듣는 자리에서 입밖으로 꺼냈다가 강태식의 질타를 받는다.

그리고 마주한 편씨 최후의 진정이 어쩐지 겨레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들이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어보려 했을 당시의 두려움이 떠오른 겨레는 편씨에게 “죽는다는 거, 무섭지 않아요? 난 무섭다라구요. 근데 사는게 더 무서워요”라며 속내를 털어놓고 그런 겨레의 손을 편씨는 말없이 감싸쥔다.

뜻밖의 위로를 받은 겨레는 그 밤을 세워 주렁주렁 모형 감을 매달아 편씨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감나무 추억을 되살려준다.

드라마는 결국 원망과 분노로 삶을 방치한 겨레가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한 이들을 떠나 보내며 사람들 속에 포함되지 못했던 제 삶의 가치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낼 것이다. 드라마가 과연 제작진이 밝힌 ‘좋은 어른이 위기의 청춘을 보듬고 그 청춘이 다시 주변을 돌보는 이야기’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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