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1위 이정후를 타격 2위로 끌어내린 ‘우익수 땅볼’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9.11 10: 36

[OSEN=백종인 객원기자] 심상치 않다. 흐름이 그렇다.
1점 차의 빡빡한 게임이다. 원정 팀이 도망갈 기회를 잡았다. 9회 초. 볼넷(심우준)과 안타(조용호)로 무사 1, 2루의 찬스다. 강철매직은 비상 수단을 쓴다. 강백호에게 보내기 번트다. 절실한 심정이 짐작된다. (9일 KT-키움, 고척 경기)
희생 작전은 1차 성공이다. 투수 앞으로 잘 굴렸다. 1사 2, 3루로 발전했다. 그런데 설계에 문제가 생겼다. 맹점이 드러난다. 상대가 황재균을 피한다. 고의4구로 1루를 채웠다. 1사 만루도 무릅쓴다는 얘기다.
그 다음 4번 자리가 휑하다. 박병호가 빠진 공백이다. 그 타순에만 매번 얼굴이 바뀐다. 김병희-김민혁-신본기-김준태. 남은 대타 자원도 많지 않다. 결국 타율 0.122의 박경수가 배트를 집는다. 결과는 삼진이다.
5번 타자도 바꾼다. 본래는 알포드 차례다. 대신 들어간 송민섭을 빼고 문상철을 넣는다. 마법사들의 5번째 대타다. 그러나 모두 실패다. 문상철 역시 KO다. 소득 없는 9회 초가 끝났다. 가장 흔한 격언이 떠오른다. 찬스 다음 위기, 위기 다음엔 찬스.
4회말 무사 2루 이정후가 우익선상 동점 적시타를 날렸다. 2022.09.10 /cej@osen.co.kr
1-2 뒤진 9회 말. 홈 팀은 9번 타자로 출발한다. 이 무렵의 쟁점은 하나다. 3번 이정후까지 가느냐, 마느냐. 선두 김태진이 만만치 않다. 카운트 0-2를 계속 버틴다. 8구 실랑이 끝에 중전 안타를 터트렸다. 불씨가 피어오른다.
보내기번트(김준완), 볼넷(임지열)으로 1사 1, 2루가 된다. 드디어 문제의 타자가 등장한다. 이정후의 카리스마가 타석을 가득 채운다. 마무리 김재윤도 총력전이다. 148~149㎞의 빠르기로 압박한다.
카운트 2-2. 7구째가 승부다. 하이 패스트볼(149㎞)에 배트가 밀린다. 타구는 오른쪽에 높이 뜬다. 하지만 애매한 삼각 지대다. 수비 2명이 달려든다. 마지막에 우익수(홍현빈)가 다이빙했지만 캐치에 실패했다.
키움 응원석에서 환호가 터진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2루에서 아웃 카운트가 올라간다. 홍현빈이 떨어진 공을 주워 재빨리 송구했다. 잡히는 줄 알고, 뒤늦게 출발한 1루 주자를 잡아낸 것이다. 1사 만루를 기대한 홈 팀 팬들이 마주한 건 2사 1, 3루였다. 푸이그의 볼넷으로 만루의 긴장감이 돌았지만, 승부가 바뀌지는 않았다.
9회 말 떨어진 타구를 잡아 2루에 송구하는 KT 우익수 홍현빈. 2022.09.10 /cej@osen.co.kr
문제의 장면을 곱씹게 된다. 1루 주자의 아웃은 어쩔 수 없었나? 하는 부분이다.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애매한 플라이가 떴다. 주자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그래도 만약을 준비해야 한다. 현장에서 ‘하프 웨이(half way)’로 부르는 주루 방식이다. 일단 최대한의 리드폭을 확보한다. 여차하면 돌아와야 한다. 폭을 얼마나 쓰느냐가 주자의 판단력이고, 센스다.
실전을 보자. 1루수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최초 위치는 오픈 베이스다. 그러니까 주자를 묶기 위해 붙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평소 (주자 없을 때) 자리에서 타구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되자, 자리를 옮긴다. (2루 주자를 의식) 중계 플레이의 커트맨 자리로 달린다.
이동 경로는 1루 주자의 앞이다. 심지어 부딪힐 뻔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1루를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걸 주자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타구가 잡힐 경우) 돌아올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 두어 발 정도는 더 멀리 나갔어도 괜찮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루에서 세이프 확률이 달라진다. 실전에서 아웃은 간발의 차이였다.
SPOTV 중계화면
물론 기록상 주루사는 아니다. 주루 미스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센스나, 재치, 순발력의 영역으로 판단할 문제다.
만약 세이프였다면. 여러가지가 달라진다. 2사 1, 3루가 아니라 1사 만루가 됐다. 그럼 푸이그의 볼넷은 밀어내기가 된다. 최소한 동점은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팀 순위도 어찌 될 지 모른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말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타구에 대한 기록이다. 2루 포스 아웃으로 타격 결과는 ‘우익수 땅볼’이 됐다. 아니었다면 ‘안타’로 기록될 공이다. ‘텍사스 리거’, ‘행운의 안타’ 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럼 타격 1위가 바뀐다. 현재는 1위 피넬라, 2위 이정후의 순서다. 똑같은 0.341이지만 ‘2모’ 차이가 난다 (피넬라 0.3411, 이정후0.3409). 그러나 그게 안타였다면 달라진다. 이정후의 타율은 0.343이 된다. 2리 차이로 맨 위로 간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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