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된 26억·학폭 혐의 이탈…무너진 왕조, 14년만에 선발 10승 전멸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0.07 13: 44

2022시즌은 두산 베어스가 무너진 선발왕국을 재건할 적기로 여겨졌다. 지난해 10승 투수가 6년 만에 2명(아리엘 미란다, 최원준)에 그쳤기에 올해는 과거 판타스틱4를 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투수들의 전력을 보면 이는 결코 꿈이 아니었다.
두산은 새로운 선발왕국을 이끌 리더로 미란다를 낙점했다. 지난해 ‘전설’ 최동원을 넘어 KBO리그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한 그를 총액 190만달러(약 26억원)라는 거액에 붙잡은 것. 여기에 직구 평균 구속이 155km에 달하는 파이어볼러 로버트 스탁을 70만달러(약 9억원)에 영입하며 강속구 외인 듀오를 구축했다. 적응 여부가 관건이지만 두산은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며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라며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토종 선발진은 2년 연속 10승의 잠수함 최원준이 중심을 잡고,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선발로 종횡무진 활약한 곽빈이 데뷔 첫 10승을 조준했다. 아울러 2019년 17승 에이스로 거듭난 이영하가 가을 필승조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선발로 복귀하며 리그 최강 선발진을 보유한 KT에 대적할만한 선발 로테이션이 꾸려졌다. 워낙 변수가 많아 판타스틱4는 아니더라도  최소 3명은 10승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아리엘 미란다(좌)와 이영하 / OSEN DB

2016년 두산의 통합우승을 이끈 판타스틱4 / OSEN DB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가장 뼈아픈 건 거액을 투자한 에이스의 이탈이었다. 스프링캠프서 돌연 어깨 통증을 호소한 미란다는 4월 23일 LG전 이후 어깨 근육 뒷부분이 미세 손상되며 두 달이 넘게 1군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회복을 거쳐 6월 25일 잠실 KIA전에 복귀했으나 ⅔이닝 7사사구 2탈삼진 4실점 참사를 겪고 결국 짐을 쌌다. 26억 투자가 3경기 평균자책점 8.22라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 것이다.
재기를 노린 이영하는 전반기를 17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25의 준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여전히 기복이 있었지만 종종 17승 에이스의 향기를 풍기며 3년만의 10승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이영하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가 최근 스포츠 윤리센터에 그를 신고하며 8월 13일 잠실 SSG전을 끝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경찰 수사에 이어 지난달 21일 공판에 참석한 이영하는 현재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뉴 에이스 스탁은 8월 12일 잠실 NC전에서 일찌감치 9승을 달성하며 10승 가능성을 높였지만 이후 7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 속 29경기 9승 10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데뷔 시즌을 마쳤다. 전날 잠실 삼성전에서 6이닝 4실점 노 디시전에 그치며 마지막 10승 기회를 놓쳤다. 곽빈, 최원준은 현재 나란히 8승씩을 기록 중인데 두산은 7일 잠실 삼성전, 8일 잠실 키움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최원준의 3년 연속 10승, 곽빈의 첫 10승이 그렇게 무산됐다.
5회초 1사 2루 상황 삼성 오재일에게 투런포를 내준 두산 선발 스탁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2.10.06 / dreamer@osen.co.kr
두산이 선발 10승 투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건 지난 2008년 이후 무려 14년만이다. 당시 맷 랜들(9승), 이혜천(7승), 김명제(6승), 김선우(6승), 이승학(5승)이 모두 한 자릿수 승리에 그쳤다. 이재우가 11승을 거뒀지만 이는 모두 구원승이었다.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강력한 선발야구를 앞세워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한국시리즈를 밟았다. 매 번 니퍼트, 보우덴, 후랭코프, 린드블럼, 알칸타라, 플렉센, 미란다 등 정상급 외인이 등장했고, 유희관, 장원준, 이용찬, 이영하, 최원준 등 토종 자원들이 뒤를 든든히 받쳤다. 그러나 올해는 수준급 외인도, 걸출한 토종 투수도 없었다. 14년 만에 선발 10승 투수가 전멸하며 결국 창단 첫 9위 수모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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