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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kg대 인생 최저몸무게"..동은母 박지아 "김은숙 작가 칭찬에 눈물" [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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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하수정 기자] '더 글로리' 박지아가 '동은 엄마'를 위해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감행한 사연부터 김은숙 작가의 칭찬, 그리고 송혜교와의 호흡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배우 박지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12월 파트1이 공개됐고, 3개월 만인 지난 10일 파트2가 오픈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공식 순위 집계 사이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시청시간 집계 결과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 4835만 시간으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1주 차(1억 2446만 시간), 2주 차(1억 2359만 시간)에 이어 3주 차에도 1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박지아는 극 중 알코올 중독자인 문동은의 엄마 정미희로 분해 열연했다. 하나뿐인 딸의 인생을 망친 첫 가해자이자 동은의 학폭 피해를 알고도 박연진 엄마가 내민 합의금 2,000만 원에 기뻐하는 매정한 여자다. 적은 분량에도 나올 때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했고, 파트2에서는 박연진의 새 고데기로 등장해 소름돋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박지아는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고, 2007년 영화 '기담' 속 엄마 귀신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 외에도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 '석조저택 살인사건', '창궐', '클로젯', 드라마는 OCN '신의퀴즈4',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tvN '굿와이프', OCN '손 the guest', KBS2 '붉은단심', JTBC '클리닝업', '더 글로리'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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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아는 근황에 대해 "화면 속 동은 엄마와 지금의 내 모습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알아보신다. 아까 인터뷰용 사진을 찍을 때도 나이가 좀 있으신 직장인이 바로 '동은이 엄마 맞잖아요!' 그러셨다"며 "'더 글로리'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인터뷰를 한다는 점과 주변에서 알아본다는 점이다. 길거리를 지나갈 때도 커플이 알아보고, 마트에서도 날 불러 세워서 '드라마 잘 봤어요' 그러신다"며 부쩍 높아진 인기와 인지도를 언급했다.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 혼자서 활동 중인데 "기획사 몇 군데서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일단 혼자서 진행하고 있다"며 "좀 천천히 진행하려고 한다. 괜히 서두를 일도 없고, 내 갈 길 중에 영광 한 방울이 떨어져서 잠깐 즐거운 순간이다. 앞으로 갈 길에 같이 갈 친구를 천천히 찾으면 된다"며 들뜨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자 미희를 훌륭하게 소화한 박지아는 "실제로 술을 먹지만 잘 마시진 못한다. 평상시 봐왔던 것과 자료를 찾다 보니까 소리 지르는 사람, 우는 사람 등 여러 버전이 있더라"며 "거기에서 참고하는 수준이었고, 결국은 내 사연을 찾는 게 중요했다. 동은 엄마 정미희의 인생을 찾아가는 게 숙제였다"고 밝혔다.

'더 글로리' 파트2에는 정미희가 박연진의 돈에 넘어가 18년 만에 딸의 학교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주황색 탈색 머리와 쫙 벌린 양팔, 기괴한 표정과 몸짓 등이 압권이다.  

그는 "야외 촬영이라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두 팔 벌린 내 모습을 보고 스태프들이 당황하면서도 재밌어했다. 아마 두 팔을 벌릴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본에 그런 지문은 없었으니까"라며 "동은이와 헤어져 살다 18년 만에 만나는 건데 가장 치떨리게 싫은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널 너무 사랑하고 보고 싶었어'라는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 두 팔을 벌려서 '나의 품으로 안겨~' 하면 너무 싫을 것 같았다. 미희 입장에서는 딸을 만날 때 최고의 애티튜드이고, 최고의 환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촬영 전 몸무게를 7kg이나 감량했다며, "동은 엄마는 설정상 나이가 60대로 나와야 했다. '요즘 60대가 할머니인가?' 했지만, 그래도 60대는 60대"라며 "살을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많이 뺐다. 원래 체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티가 나지 않더라. 아무리 빼도 깡마른 몸매는 안 됐다. 대신 예고편에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이 있는데, 주름이 가득했다. '저거야 됐어'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살을 극한으로 빼서 인생 최저치 몸무게를 찍었다. 살면서 50kg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내 인생에 한 번도 없었던 40kg대 중반까지 내려갔다"며 "체중을 빼는 것도 힘들었지만, 8~9개월간 계속 그 모습으로 지내는 것도 힘들었다. '어떻게 정미희 모습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 '더 이상 못해'가 나올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동은이를 만나기 위한 내 삶, 정미희로서 내 삶을 생각하니까 살아지더라"며 대단한 의지력을 드러냈다.

김은숙 작가의 추천으로 '더 글로리'에 합류한 박지아는 칭찬을 듣고 눈물도 흘렸다고 했다. "촬영을 다 끝내고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작가님이 살금살금 내 옆으로 오셨다. 난 슬금슬금 피했는데 갈 데가 없었다.(웃음) 작가님이 나한테 다가오는 건 '뭔가 할 얘기가 있나' 싶었다"며 "그때 작가님은 촬영분을 다 봤고, 난 못 봤었다. 멋진 신세계를 만들어줬는데 내 몫을 제대로 했는지 두려웠다. 다행히 작가님이 '너무 알코올 중독자 같아요'라고 해주셨다. 가슴이 철렁했고, '그래도 잘한 것 같구나' 싶어서 약간 눈물이 글썽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박지아는 정신병원에 들어간 미희의 삶을 예상하면서 "병원을 나와서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할까 싶다"며 "너무 안타까워서 동은이를 못 보겠더라.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데 나 혼자는 뭐가 안 된다. 그게 공감이 된 것 같다. 차라리 삐뚤어지고, 다른 사람 약도 올리고, 나쁜 짓이라도 하지..복수도 너무 나이스하게 딱 할 수 있는 선에서 깔끔하게 하는 동은이가 너무 마음 아팠다"며 실제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어 "그래서 동은 엄마는 딸 동은이가 너무 싫었을 것 같다. 내가 낳은 딸이지만 나한테 없는 고상함이 보여서"라며 "자신이 싫어한 남편을 닮았을 수도 있고, 바르고, 예쁘고, 어디 내놔도 흠잡을 데 없는 딸이 내 자식이라는 게 기쁘기도 하지만 나랑 급이 너무 달라서 그 자체가 상처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미희는 딸한테 콤플렉스를 느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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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실제 송혜교는 어땠을까. 박지아는 "촬영장에 모든 스태프가 움직일 때 혜교 씨가 감정을 잡고 서 있으면, 한 여자가 검은 숲속에 바람을 맞으면서 정면을 응시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분주한 데 불안한 듯 단단한 듯 캄캄한 숲속에 오롯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걸 본 순간 '아 동은이가 돼 있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화면을 보면서 '그렇게 웃지마'라고 하는데, '송혜교 씨가 못생겼던 적이 있었던가' 싶더라. 내가 본 송혜교 중에 제일 못생겼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다웠다"며 배우로서 연기를 위해 그 어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에 놀랐다고 했다. "좋은 동지를 만난 것 같고, 언젠가 몇 년 후에 같이 만나서 더 진하게 가보면 어떨까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멋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가까워졌다며, "서로 각자의 중심을 잡느라 힘들어서 어떻게 할 여력이 없었다. 나도 '컷'하면 주저 앉아서 멍하게 있었다. 온 체력과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서 연기했고, 혜교 씨도 그걸 받아서 연기해줬다. 열기와 에너지가 왔다갔다 하는 것만 느꼈다"며 "그 이후 정신병원 장면을 찍을 때 조금씩 대화를 시작했다. 그땐 격렬한 신을 대부분 주고 받아서 좀 더 편하게 연기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아는 "연기가 안 풀릴 땐 6시간씩 고민했는데, 이런 시간조차도 좋았다. 온전히 다 바쳐서 24시간 몰입해 있다는 게, 사람이 살면서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라며 "'더 글로리' 같은 작품을 만나 정미희를 준비하고, 마지막까지 오롯이 빠져서 고민하고, 풀고, 매듭짓고, 쌓고 하는 게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 hsjssu@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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