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통 사고 당했다"…'비닐하우스' 김서형, 장악력으로 완성한 충격 엔딩(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7.11 17: 04

 “저는 그냥 문정이고 싶었다. 문정에 흡수돼 버리니까 비닐하우스에 누워있기도 했다.”
배우 김서형은 11일 오후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 ‘비닐하우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삶의 고초를 티 내고 싶지 않아서 힘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아무렇지 않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맡은 캐릭터를 소화한 방법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김서형, 양재성, 안소요 등의 배우들과 각본·연출한 이솔희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서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7.11 /cej@osen.co.kr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배급 트리플픽처스)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요양사로 일하고 있는 문정(김서형 분)이 간병하던 노부인이 사고로 숨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서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7.11 /cej@osen.co.kr
문정은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지만 시각장애인 태강(양재성 분)과 치매에 걸린 화옥의 집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며 아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화옥을 목욕시키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며 절박한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절망적인 캐릭터에 대해 김서형은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감독님이 이런 글을 쓰셨다니 너무 놀랐다. 왜 착한 사람이 이런 삶을 겪어야 하는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엄청 울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서형은 “문정은 피하고 싶은 여자다.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어떤 고민을 했다기보다 (그녀가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지키는 삶 속에 고충도 있다 보니, 영화 속 이야기가 멀리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던 거 같다”고 소화한 감회를 전했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서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7.11 /cej@osen.co.kr
이 작품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이솔희 감독 때문이었다고.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저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데도, 나이를 떠나서, (삶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김서형은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한 비결에 대해 “배우가 캐릭터를 해석하라고 있는 거다. 문정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건 배우로서 당연한 것”이라며 “문정의 말투는 현장에서 감독님의 디렉션에 따랐다. 근데 감독님이 저라는 배우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게 많을 거 같았는데 의외로 많이 없었다.(웃음)”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이솔희 감독은 김서형을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 “장악력이 있으셔서 이 캐릭터를 제안드리면 하시지 않을까 싶었다”며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데 문정과 비슷한 결의 연약함을 느꼈다. 연기하기 힘들 수 있겠다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새롭고 다채로운 문정을 만들어주신 거 같아서 굉장히 기쁘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서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7.11 /cej@osen.co.kr
이 감독은 영화의 충격적 엔딩에 대해 설명했다. “관객의 마음으로 완성할 수 있는 엔딩이다. 저의 선택에서 보자면 모든 게 허물어지고 투명해졌을 때 문정이 자유로워지고 희망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감독은 “현장에서 김서형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며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희망과 지옥을 동시에 가진 표정을 지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태강 역 양재성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후천적으로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인데 그걸 티를 내지 않고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는 (태강의)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자연스러운지 디테일하게 고민하는 게 어려웠다”며 “안 보이는 걸 과장하는 게 힘들었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임하는 것도 전달이 잘못될 거 같더라. 그래서 앞을 못 보게 된 사람의 특징을 잡아서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신경 썼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안소요가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3.07.11 /cej@osen.co.kr
문정을 동경하는 여자 순남 역의 안소요는 김서형, 양재성 등 걸출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 기뻤다고 말했다. 이날 안소요는 “순남이 느끼는 감정을 감추지 말고 나오는 대로 맡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배들과의 만남이 좋았다는 그녀는 특히 김서형과의 연기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정이 순남에게 친절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선을 긋는다. 문정이 조금 더 순남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동경의 눈빛으로 선배님을 봤다”라며 “현장에서 저는 김서형 선배님에게 ‘덕통 사고’를 당했다”고 표현했다.
이에 김서형은 “안소요가 날 것의 연기를 보여줬다. 좋은 의미로 말하자면 제 대사를 못 하게끔 준비해 온 게 많아서 현장에서 좋았다.(웃음) 그날 제가 ‘나도 대사 좀 하자’는 말을 했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안소요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 순남에 대해 “너무 해맑지만 역할이 마냥 사랑스럽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웠다. 순남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 같지만 누구나 고유한 특성이 있지 않나. 순남의 특성도 고유하다고 여기며 그녀의 기질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면서 역할에 임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서형, 양재성, 감독 이솔희, 배우 안소요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7.11 /cej@osen.co.kr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안소요, 양재성, 김서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7.11 /cej@osen.co.kr
‘인 허 플레이스’(2015)로 스크린 데뷔한 그녀는 ‘십자인대’ ‘교환학생’ ‘임랑’ ‘더데이’ ‘축복의 집’ 등 다양한 단편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저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웃음)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아서,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든 달게 마실 거 같다. 순남 역시 그랬다. 제가 사회적 소수, 특성이 고유한 인물에 매력을 느끼는데 어떠한 장르든 그런 역할이 제게 주어진다면 감사하게 할 거 같다.”
극장 개봉은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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