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도 못 드는 해외파 뽑으면서…’ K리그 득점왕 주민규 외면한 클린스만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12.28 15: 49

‘K리그 득점왕’ 주민규(33, 울산)는 과연 대표팀에서 아무런 활용가치가 없는 것일까?
대한축구협회는 28일 AFC 아시안컵에 나설 26인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카타르 월드컵에 비해 엔트리가 3명 늘어났다. 불법촬영혐의로 제외된 황의조 등 여러 변수에 클린스만이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은 늘어난 세 자리를 유망주에게 할애했다. 한국축구 차세대 수비수로 불리는 김지수(19, 브렌트포드)와 셀틱에서 뛰는 윙어 양현준(21, 셀틱)이 깜짝 발탁의 주인공이 됐다. 김주성(23, FC서울)도 이름을 올렸다. 

김지수 발탁에 대해 클린스만은 “엔트리가 3명 늘어나 앞으로 한국 축구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들에게 기회라고 느꼈다. 김지수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고 느꼈다. 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 이후 계속해서 팔로우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차세대 유망주를 키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다만 김지수가 당장 대표팀에 뽑혀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지수는 지난 7월 성남에서 브렌트포드로 이적 후 실전경기 경험이 아예 없다. 교체선수 명단에 두 차례 포함됐을 뿐 출전경험은 없었다.
김지수가 K리그2 성남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 이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대표팀에서 더 중요한 것은 출전경험과 현재 기량이다. 김지수가 김민재, 김영권, 정승현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김지수는 지난해 오현규처럼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큰 대회를 함께 경험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이 과연 엔트리 한 자리를 이렇게 소비할 여유가 있을까.
정작 꼭 필요한 공격수는 더 뽑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 공백에도 불구 최전방 공격수를 조규성과 오현규 둘만 뽑았다. 엔트리가 세 명 더 늘어났지만 'K리그 득점왕' 주민규는 또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클린스만은 “26명은 어떤 빈자리라도 채우기에 충분하다. 조규성이 주전(starting forward)이다. 손흥민이 가짜 9번(false 9)으로 뛸 수 있고, 윙에서도 뛴다. 쏘니는 센터포워드로도 세계최고다. 세계최고 센터백 김민재가 있고 황희찬도 있다. 이재성은 경험 많은 리더”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큰 대회를 치르다 보면 언제든 돌발상황이 생긴다. 클린스만이 이미 주전으로 못박은 조규성이 부상을 당하거나 카드를 받을 수도 있다. 오현규가 부진할 수도 있다. 
클린스만 말처럼 손흥민이나 황희찬이 대신 최전방에서 뛸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핵심선수들의 부담감도 커진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으로 세 번째 공격수는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해외파 유망주를 데려가는데 엔트리를 다 소비했다.
주민규의 탈락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K리그에서 아무리 폼이 좋은 선수라도 대표팀에 갈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경쟁이 없다는 것은 K리그와 대표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최종명단 중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킨 팀에서 뽑힌 선수는 이순민(광주) 한 명이다.
반대로 K리그에서조차 폼이 좋지 않은 이기제의 꾸준한 발탁은 클린스만의 ‘선입견’에 확신을 들게 한다. 클린스만은 “이기제가 몇 달간 소속팀에서 부진한 것을 봤지만 꾸준한 믿음이 있다”고 답했다. 폼이 떨어진 것을 알고도 뽑았다는 시인이다.
클린스만은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선발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감독의 역할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주민규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어 “황의조나 순준호처럼 우리가 권한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간 ‘해외체류’ ‘ESPN 투잡’ 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성적으로 판단해달라. 이후에 경질을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당부했다. 황의조 대체자를 뽑지 않아 생기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도 클린스만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카타르 아시안컵 2023 26인 최종명단]
GK : 김승규(알 샤밥), 조현우(울산), 송범근(쇼난 벨마레)
DF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 김민재(뮌헨), 김진수(전북), 이기제(수원삼성), 김주성(서울), 김지수(브렌트포드)
MF : 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박용우(알 아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황인범(즈베즈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 문선민, 박진섭(이상 전북), 양현준(셀틱)
FW :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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