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막내' SON은 호주에 울고 '주장' SON은 호주 울렸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2.03 08: 33

군자의 복수는 9년이 걸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와 1-1로 비겼다. 그러나 연장 전반 터진 주장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9년 전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주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2015 호주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1-2로 패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손흥민이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으나 결국 무릎 꿇었다.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차두리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느덧 주장이 된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2015년 이야기를 꺼내기는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고, 극적인 페널티킥 획득에 이어 역전골까지 터트리며 약속을 지켜냈다.
두 경기 연속 기적 같은 승리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도 경기 내내 끌려가다가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대회 마수걸이 골로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의 연속 선방으로 승자가 됐다. 클린스만호는 이날도 후반 추가시간의 마법을 쓰며 또 한 번 120분 혈투 끝에 웃었다.
이번 경기는 9년 만의 리턴 매치였다. 한국과 호주는 지난 2015 호주 대회에서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손흥민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으나 결국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으로선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아픔을 되갚아 줄 기회를 앞뒀으나 다시 싸커루의 벽에 울었다.
특히 손흥민과 김진수, 김영권은 2015년 호주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패배를 막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하지만 9년만의 재회에서도 한국은 무너졌다. 무전술 빈공으로 한국은 헛심만 쓰다가 호주의 늪축구에 좌절했다. 당시 지금은 코치로 활동 중인 차두리 역시 당시 선발로 나서서 120분을 뛰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5년 결승전 당시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차두리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젠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그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호주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스포츠는 언제나 이변이 발생한다. 2015년 이야기를 꺼내기는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잘 준비하겠다"라며 설욕을 다짐했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 출전을 통해 또 하나의 한국 축구 역사를 썼다. 4번째 아시안컵을 치르고 있는 그는 총 17경기를 뛰면서 이영표(16경기)를 넘어 한국 선수 중 아시안컵 최다 경기 출전 기록 금자탑을 쌓았다. 만약 한국이 호주를 꺾고 4강, 결승까지 올라간다면 손흥민이 치르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복수는 나의 것이었다. 한국은 치명적인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42분 황인범이 박스 안에서 패스 미스를 저지르며 공을 뺏겼고, 이어진 공격에서 굿윈이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 조현우를 뚫어냈다. 한국은 45분 동안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전반을 0-1로 마쳤다.
호주의 선제골 이후 시작된 지독한 늪축구에 한국은 무의미한 빈공만 연달아 날렸다. 손흥민 역시 상대의 늪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후반 42분 혼신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맷 라이언에게 잡히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대로 무너지나 싶었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복수는 나의 것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손흥민은 기가 막힌 침투를 통해서 페널니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한국은 1-1로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사우디전에 이어 다시 한 번 후반 추가시간의 기적.
그리고 연장전에 마침내 손흥민이 해냈다. 한국은 연장 전반 추가시간 11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그는 정확한 프리킥으로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아시안컵 연장전에서 터트린 세 번째 득점. 이 골을 한국은 끝까지 지켜서 호주를 제대로 무너트렸다.
너무나 짜릿했던 복수. 이 복수를 그대로 이어간 손흥민은 염원의 아시안컵 트로피를 향해 한발 더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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