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 캐리 히로유키 타가와(Cary-Hiroyuki Tagawa)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5일(한국시간) 데드라인(Deadline) 보도에 따르면 타가와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에서 뇌졸중 합병증으로 별세했으며, 마지막 순간 그의 곁에는 세 자녀가 함께 있었다.
그는 1995년 영화 '모탈 컴뱃(Mortal Kombat)’에서 악역 ‘섕쑹(Shang Tsung)’을 완벽히 소화하며 전 세계적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TV 시리즈,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맡아 ‘시리즈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1950년 도쿄에서 일본인 배우 어머니와 일본계 미국인 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타가와는 어린 시절부터 미국 군부대를 따라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무술을 익힌 그는 강인한 신체성과 동양적 카리스마를 겸비한 독보적 배우로 성장했다.
그는 일본 가라테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무술을 수련했으며, 배우 활동 전 마사지 테라피스트로도 일한 이력이 있다.
타가와는 35세였던 1986년 존 카펜터의 '빅 트러블 인 리틀 차이나' 영화에 첫 등장했다. 이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명작 ‘라스트 엠퍼러(The Last Emperor)’(1987)에서 중국 내시 ‘창’ 역할로 주목받으며 본격적인 할리우드 행보를 시작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유명작이 즐비하다. '007 살인면허(License to Kill)', '라이징 선(Rising Sun)', '진주만(Pearl Harbor)', '스노우 폴링 온 시더스', '일렉트라(Elektra)',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 '47 로닌' 등이 있고 특히 아마존 프라임의 대체역사물 ‘더 맨 인 더 하이 캐슬’(2015~2018)에서 연기한 일본 장관 ‘타고미’ 역은 그의 인생 후반부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타가와는 '모탈 컴뱃' 오디션 현장에 상청 코스튬을 직접 갖춰 입고 등장, 대사를 읽기 위해 의자 위에 서기까지 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의 압도적인 에너지에 매료되어 단번에 캐스팅을 결정했다. 제작진은 원작 게임보다 캐릭터의 나이를 젊게 설정해, 다가와의 표정 연기를 방해할 분장을 최소화할 정도였다.
타가와는 훗날 “영화 음악의 강렬한 비트와 연출이 시대적 감성과 완벽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흥행 이유를 설명했다.
타가와는 2015년 러시아 정교회로 개종하고, 2016년 러시아 시민권까지 획득했다. 그는 “일본인의 정신세계가 러시아인의 영혼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타가와는 아내 샐리와 1984년 결혼해 아들 칼렌, 딸 버른, 딸 카나 등 세 자녀를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양육하며 조용한 가족 생활을 이어왔다.
그의 부고가 알려지자 SNS에는 게임팬·영화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Shang Tsung은 영원히 그의 얼굴이다”, “당신의 연기 덕분에 어린 시절이 풍부해졌다”, “마지막까지 진정한 ‘워리어’였다” 등. 할리우드와 게임 업계는 한 시대를 대표한 동양계 배우의 부재를 깊이 애도하고 있다. 그가 남긴 유산은 영화와 게임, 그리고 팬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이어질 것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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