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이홍위'를 비추다..'왕사남’ 프로듀서 "비극 아닌 선택의 이야기" [직격인터뷰](종합)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6.02.19 18: 51

박윤호 프로듀서가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한 뒷이야기와 진심을 전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온다웍스·㈜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제작한 박윤호 프로듀서는 OSEN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나아가 2월 16일(월) 관객수 537,190명을 동원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설 연휴 일일 최다관객수를 기록하는 쾌거를 달성하며, 2026년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후 설날 당일인 2월 17일(화),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 달성했고, 개봉 15일째인 2월 18일(수)에는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5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와 같은 흥행에 대해 박윤호 프로듀서는 "무엇보다도 극장을 찾아 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많은 스태프, 배우들과 현장에서 쏟아 부은 노력이 관객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가장 보람된다. 프로듀서로서 상업영화의 가장 기본 덕목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부분인데, 익숙한 역사 속 인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 작품의 진심을 관객분들께 닿은 것 같고 이 부분이 흥행과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지점에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다루고 있는 단종은 한국 서사에서 여러 차례 재해석되어 온 비극적 군주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자칫하면 '봐왔던' 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에 대한 인물은 물론, 그의 최후를 재해석하는 신선한 관점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박윤호 프로듀서는 "단종은 한국 서사에서 이미 수차례 다뤄져 온 비극적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건 ‘또 하나의 단종 이야기 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인가?’ 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단종의 비극을 반복 설명하기보다,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간 사람들의 선택과 감정, 그리고 침묵 속에서 남겨진 관계들을 통해 영화적 상상으로 가미하여 바라보게 할 수 있는 신선함이였다"라며 "프로듀서로서 저는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기 보다 즉, 사건의 크기보다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쌓는데 방점을 두고 조금 다른 거리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로 보였으면 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단종'을 완성해낸 것은 단연 박지훈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윤호 프로듀서는 배우 박지훈에 대해 "제가 떠올렸던 단종은 흔히 이미지로 소비되어 온 ‘연약한 비극의 상징’ 이라기보다는, 나이에 비해 너무 이른 시점에 혼란스러운 세계의 균열을 감당해야 했던 한 인간에 가까웠다. 왕이라는 지위보다도, 선택권 없이 상황에 내몰린 소년의 감정과 침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종을 연기할 배우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설명하는 연기가 아니라, 버티는 얼굴을 기대했다. 감정을 과잉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무엇을 감내하고 있는지가 보이는 배우였으면 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실제로 완성된 박지훈 배우의 단종은, 제작 단계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절제되어 있었고, 동시에 더 단단했다. 장면마다 감정을 ‘연기한다’기보다는, 그 상황을 통과해 온 사람처럼 보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라며 "그래서 관객분들께서 ‘단종 그 자체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 반응을 접했을 때, 그건 단순한 싱크로율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가 인물의 시간과 감정을 끝까지 자기 것으로 만든 결과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촌장 '엄흥도'를 완성한 유해진에 대한 찬사도 전했다. 박윤호 프로듀서는 "엄흥도는 기록이 많지 않은 인물이라 제작진에게는 오히려 그 빈 공간이 부담이자 되려 가능성이였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의 간극이 단종의 유배생활에서 짧은 나날들과 엄흥도와 영월의 마을 사람들을 이 작품으로 접근하는 부분이였다. 역사적 사실을 과도하게 접근하는 것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의 윤리와 선택에 집중이 되었음 했는데, 그 역할을 구현하는 데 있어 유해진 배우님은 결정적이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유해진 배우님의 깊이 있는 표현과 호흡에는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삶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고 느꼈고, 그 점이 기록의 바깥에 존재하는 엄흥도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다"라며 "(결과적으로) 큰 대사나 극적인 행동보다도 침묵이나 망설임 속에서 인물의 선택이 드러났고, 그 덕분에 비극 역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해진 배우님께서 엄흥도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특히 결단의 순간에도 감정을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 망설임이 먼저 보이게 하는 연기가 인상 깊었다. (그의) 절제된 밀도가 영화 전체의 톤을 단단하게 잡아주었다고 본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쉽지 만은 않았던 촬영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가 주 무대가 된 가운데, 박윤호 프로듀서는 "프리 프로덕션 시작과 동시에 가장 제일 먼저 추진했던 게 실제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 답사"라며 "해당 장소에서 협조 및 허가 하에 부분적인 세트 변화 및 미술, 소품 세팅 등으로 구상을 해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실제 청령포는 지금 현재까지도 도보로 갈 수 없고 폭이 그리 넓진 않지만 여전히 선착장에서 배로 진입을 해야 하는 상태였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여러 체크 사항 중 지금 현재의 청령포 배소는 현대화된 관광지화 되어있어서 건축 양식과 주변 컨디션들이 영화적 공간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시도를 하더라도 대대적인 세트 시공 및 미술, 소품 세팅 후 원상복구에 대한 난제들이 있었고, 규모감이나 동선 상 현 장소에서 진행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또한 본 촬영시기에는 영월군 지역 행사인 ‘단종문화제’가 진행되는 시기와 맞물려 선세팅, 촬영, 원상복구 일정에 시기적으로 매칭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배로 이동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 촬영 준비시, 촬영시, 원상복구시 진출입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서 단종이 유배되어 머물던 배소를 청령포와 비슷한 자연구조 및 스탭들 진출입, 원활한 진행이 용이한 곳을 찾아 오픈세트를 짓자는 판단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금의 촬영지를 찾기 위해 제작팀은 약 3개월 동안 태백산맥 기준으로 북한강, 남한강 상류지부터 평창, 정선, 영월, 단양, 제천, 안동 등 다양한 지역을 탐색했다고. 그러나 적절한 지역을 찾기 못했고, 결국 선택한 지역은 '영월'이 되었다. 박 프로듀서는 "본래의 청령포 그 지형적 고립감은 결국 그 지역과 동강에서 밖에 구현이 안되겠다 싶었고 영월 선돌전망대 밑에 부지를 선정하고 오픈 세트를 짓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왕사남'에서 호평을 더불어 받는 지점은 '고증'에도 있다. 복식부터 소품, 공간 구형 등 철저한 고증을 선보인 것에 대해 박 프로듀서는 "사극은 미술, 소품, 세트, 의상 등 고증에서 작은 허점 하나도 몰입도를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작품 준비 시작 때부터 각 분야의 최고 전문적이고 경험이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하려는 전략이었다. 장항준 감독님께서도 스탭들의 고증에 대한 고집과 의지를 지지해 주셨고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되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극 중 활이 중요한 의미이자 상징적인 부분이라 활을 쏘는 자세 및 능숙히 다룰 스킬에 대한 부분에서 배우들의 사전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라며 "왕족이 활을 사용하고 다루는 방식과 자세(홍위), 귀족이나 명문가들이 다루는 방식과 자세(한명회), 실제 산골에서 생활 사냥을 해야 하는 방식과 자세(태산)이 다름을 구분하고 각자 상황에 맞춰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 중에도 전문가(국궁 전문가)의 트레이닝을 진행하였고, 해당 상황에 맞는 활들을 제작하여 사용했다. 해당 배우가 촬영시에 자문 외적으로 현장 출장으로 현장내 자세 교정을 진행하게 했다"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매화, 금성대군에 대해서도 "궁중 예절 및 당시 음식에 관한 전문가의 감독님, 제작진, 배우들 사전 교육 및 트레이닝 시간도 갖으며 상황에 따라 현장 교육도 일부 진행하여 구현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조치했다"라며 철저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가장 힘들었던 제작 순간도 떠올렸다. 박 프로듀서는 "이번 작품은 실내 스튜디오 촬영이 단 한 차례도 없는 100% 올 로케이션 프로젝트였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변수 앞에 노출되어 있었기에 예산과 시간,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프로듀서로서 일조량 하나, 구름 한 점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늘 정해진 일정 안에 최상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이 뒤따랐지만, 이를 버틸 수 있게 한 동력은 현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한마음'이었다. 덕분에 3.5개월로 예상했던 촬영 일정을 효율적으로 91일 만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라며 치열했던 현장을 전했다.
특히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묻자, "3월 중순 크랭크인을 고작 하루 앞두고 문경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었다. 야외 세트가 눈에 묻혀버린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제작팀은 중장비를 동원해 제설에 나섰고 미술·소품팀은 마을 곳곳을 복구하며 동시에 세팅을 진행하는 투혼을 발휘해 주셨다. 극 중 노루골 촌장(안재홍 분)과 광천골 촌장(유해진 분)이 관아 거리에서 마주하는 장면 등은 그런 눈물겨운 사투 끝에 탄생한 소중한 컷들"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기상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일정을 조율하려 노력했지만, 때로는 구름의 움직임까지 예측해달라는 감독님의 열정 섞인 요청에 기분 좋은 핀잔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현장은 치열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가 흐르는 곳이었다"라고 말해 돈독한 촬영현장을 짐작케 했다.
장항준 감독과는 영화 '리바운드'를 함께하기도 했던 박 프로듀서는 "(장항준 감독님은) 직책을 떠나 훌륭한 어른이자 동료, 친구였다. 유해진 선배님과도 공통점이 있는 게 인본주의 마인드로 촬영 현장에서도 인간 중심적 사고에 따른, 함께 하는 촬영 환경의 존엄과 가치를 중시하는 지점에서 이번 작품 역시 이야기가 가진 결을 가장 잘 이해하시고 배우, 스태프들과 상의해가며 좋은 결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라며 "역사적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무게감에만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게 소비되지 않게 만드는 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특히 인물 간의 관계의 정도(程度) 였다. 감정을 설명적으로 유도하기 보다 관객이 스스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지점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게 일치했던 지점"이라며 찰떡같았던 호흡을 자랑했다.
이번 작품을 통한 프로듀서 박윤호의 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영화는 반드시 잘 완성하고 싶다'고 느꼈던 개인적인 이유에 대해 묻자, 박 프로듀서는 "제작팀 막내로 시작해 지금까지 약 18년 가까이 영화 현장을 지켜오면서 저는 종종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헌신이 작품의 ‘흥행’이나 ‘결과’라는 이름으로 아래 너무 쉽게 지워지는 순간들을 봐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이 존중받는 현장으로 기억되어 스태프 한 사람, 배우 한 명의 작은 판단과 노력이 쌓여 지금의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성공했다’는 말보다 ‘함께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를 바랐다"라며 "이 작품이 잘 완성되길 바랐던 이유는 단순한 성과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해 온 사람들의 노력이 부정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과정이 좋은 현장은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라며 깊은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박윤호 프로듀서는 지금 이 시대에 '단종'의 이야기가 다시 울림을 주는 이유에 대해 묻자, "지금 이 시대에 단종의 이야기가 다시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 비극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종은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도 끝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선택을 하지 않겠는지는 놓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느꼈다"라며 "지금의 관객들 역시 거대한 사건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감당해야 하는 선택과 침묵의 순간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단종의 이야기는 과거의 왕에 대한 서사가 아니라, 권력과 구조 앞에서 개인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읽히는 것 같다"라며 생각을 전했다.
이어 "영월이나 단종문화제에 대한 관심 역시 단순한 관광이나 역사적 호기심을 넘어, 이 인물과 이야기를 현재의 언어로 다시 만나고자 하는 마음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영화가 수치적인 성과를 넘어, 관객 각자가 자신의 삶과 연결해 단종과 그를 안타까워하고 지키려는 이들을 다시 떠올려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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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쇼박스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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