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너의 계절에’가 감각적인 연출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상희 감독이 직접 밝힌 제작기 비하인드가 공개됐다.
MBC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기획 남궁성우, 극본 조성희, 연출 정상희, 김영재)는 매일 신나는 여름방학처럼 사는 남자 ‘찬’과 스스로를 겨울에 가둔 여자 ‘란’이 운명처럼 만나 얼어 있던 시간을 깨우는 예측 불허 ‘찬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특히 계절, 기억,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연출 방식이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며 열띤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 계절로 감정을 그리다...‘찬너계’만의 시각적 연출

‘찬란한 너의 계절에’는 계절의 이미지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의 서사와 감정이 맞물리며 서로 다른 계절에 머물던 송하란(이성경 분)과 선우찬(채종협 분)이 점차 같은 온도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장면마다 달라지는 빛과 색감, 자연의 변화는 인물의 내면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5회 경주 출장 장면에서의 드론 촬영과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차오르는 흐름에 빗대어 선우찬을 향한 송하란의 그리움이 달처럼 차오르는 과정을 녹여낸 장면, 6회 첫눈과 함께 선우찬이 송하란에게 돌아오는 순간 등은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연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정상희 감독은 “계절이 배경임을 넘어 서사 그 자체로 느껴지길 바라며 촬영에 임했다. 송하란은 겨울에 갇힌 사람이고, 선우찬은 매일을 여름방학처럼 사는 사람이다. 이들이 만난다는 건 두 개의 계절이 부딪히는 것이며, 그것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항상 ‘이 장면의 계절은 어디에 있나’를 고민하며 이를 화면에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가을의 경주는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압축적으로 담은 시공간이었다. 오랜 계절을 지나온 양동마을의 향나무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는 장면은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되는 찬과 하란의 운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라 생각했다. 초승달이 걸려 있던 밤과 보름달이 뜬 밤 사이, 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다는 것을 그 시간의 흐름 속에 함께 풀어냈다. 촬영감독님께서 그 순간들을 아름답게 잘 포착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또한 “첫눈 재회 신은 공을 많이 들였던 장면 중 하나”라며 “하란의 겨울은 과거의 사람 안에 오래 갇혀 있던 것인데, 찬과 처음으로 겨울을 나누는 순간이다. 하란과 찬의 재결합의 찬란한 기쁨을 눈이 내리는 그 순간의 느낌과 공기에 빗대어 촬영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 ‘기억의 1인치’ 왜곡된 화면에 담아낸 감정과 시간
극 중 선우찬의 과거 회상이나 ‘기억의 1인치’ 장면에서는 화면 비율 변화, 블러 처리, 감각적인 왜곡 연출이 사용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한 회상이 아닌, 기억의 불완전성과 인물의 심리 상태를 시청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연출은 ‘찬너계’만의 차별화된 시각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상희 감독은 “대본 단계에서부터 ‘기억의 1인치’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트라우마가 섞인 기억은 온전히 있는 그대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파편처럼 남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날의 온도나 냄새, 언뜻 스치는 이미지가 오래 남는다고 보고, 찬의 회상 장면을 구현할 때 그 점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재현’이 아니라 ‘감각의 잔상’처럼 만들고 싶었다. 블러 처리와 화면 비율의 변화는 이 기억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했다”며 가려져 있는 1인치의 감각을 시청자들도 함께 느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억의 1인치’는 가려진 미스터리이기도 하지만, 찬이 스스로를 온전히 마주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 1인치가 채워지는 순간은 단순히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찬이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 되길 바랐다. 이러한 시각적 왜곡이 그 지점을 향해 점차 걷혀가도록 설계했다”라고 전했다.
◆ ‘7초에 담긴 서사’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담긴 ‘찬란 커플’의 변화
‘찬란한 너의 계절에’의 오프닝 시퀀스는 매회 조금씩 변화하는 애니메이션 구성으로 시청자 사이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회차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서사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는 것. 제작진은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는 단계에서부터 회차의 내용을 담는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기획돼 있었다”며 “7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한 회의 정서를 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모든 애니메이션을 연결했을 때 두 사람의 여정이 하나의 기억처럼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제작 방식 역시 눈길을 끈다. 제작진은 “그래픽 디자인 팀의 3D 모델링 작업을 기반으로 스토리보드를 거쳐 캐릭터 모델링을 진행했다”며 “겉으로는 2D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3D 모델링과 모션 그래픽을 활용해 디테일을 살렸다”고 전했다.
특히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촬영과 병행해 제작되며 의상과 미술, 색감 등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변형됐고, 눈과 꽃잎 등 계절적 요소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더불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현재가 아닌 ‘서로에게 처음 구원이 되었던 송하란과 선우찬의 시점’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으며, 어린 시절의 형태와 특징을 반영해 의상과 헤어 스타일 등을 통해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인물의 움직임 또한 회차별로 변화를 주며 관계의 흐름을 담아냈다.
이처럼 ‘찬너계’는 계절, 기억, 관계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연출을 통해 차별화된 감성 서사를 완성해가고 있다. 서로의 계절을 바꿔가고 있는 송하란과 선우찬의 ‘찬란 로맨스’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kangsj@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