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46) 씨는 메이저리그(MLB) 국제스카우트다. 아울러 통, 번역 프리랜서이다. ‘야구 가이드북에 소개된 각종 프로필과 스탯을 보고 야구에 관심을 가졌고, 1991년부터 메이저리그(MLB)를 보기 시작’했다는 그는 미국야구 관련 책 여러 권을 번역해낸 필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김현성 국제스카우트의 MLB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는 부친(김수종)이 한국일보 LA와 뉴욕 특파원을 역임했던 언론인이었기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닌 덕분에 메이저리그를 접했고, 그의 직업으로도 연결됐다.
김현정 스카우트는 현재 캔자스시티 로열스 구단 소속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을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고교와 대학을 한국에서 나온 그는 부천시에 거처를 두고 국내의 고교와 프로야구 선수들을 ‘매의 눈으로 살펴서’ MLB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떠돈다.

그는 2013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심판진 통역을 맡아 본 것이 계기가 돼 MLB 스카우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애초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출발했으나 2018년에 캔자스시티로 옮겨 어느덧 ‘국제스카우트 13년 차’로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베테랑이 됐다.
무엇보다 그는 『페이머스』(2015), 『생각하는 야구교과서』(2016. 공저)에 이어 『MVP 머신』(2021)도 출간한 번역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야구기자 벤 린드버그와 트래비스 소칙이 함께 지은 『MVP 머신』은 MLB의 선수 육성의 혁명을 다룬 책이다.
그는 또한 ‘세이버매트릭스와 스탯’으로 상징되는 최근 10년 동안 야구계의 데이터 혁명을 파헤친 『스마트 베이스볼』(2020)이나 팀을 하나로 모으고, 개인의 능력을 더 끌어올리는 ‘공동체의 힘을 대변하는 무형의 가치’인 『팀 케미스트리』(2023) 등 야구 본고장에서는 필독서로 여겨지는 책들을 잇달아 번역, 국내에 소개하는 데도 열심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Trouble with the Curve)’는 스카우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영화는 사실적이지 않다. 스카우트를 무슨 시골길을 달리며 선수를 대충 훑어보고 감으로 미래의 스타를 감별하는 외톨이로 연출하는 등 낭만적인 거짓으로 포장했다. 스카우트 업무는 이렇게 책이나 영화가 전달하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조직적이고, 스카우트가 작성하는 보고서는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스카우트’의 일을 단편적이나마 간추려 소개한 이 글은 김현성 씨가 직접 번역한 『스마트 베이스볼』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하버드대를 나온 유명 야구 전문기자 키스 로(Keith Law)가 쓴 이 책은 그가 “왜 이런 책이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번역해낸 것이다.

이른바 국제 스카우트 세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현성 씨와 만나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봤다. 그는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클레이튼 커쇼의 “삶을 지루하게 사는 사람의 개인 일상사를 들여다보면 단조롭고 오로지 야구에만 매진한다”는 말을 빌려 자신의 일상을 소개했다. 그의 ‘눈’을 통해 한국야구와 선수들의 모습을 알아본다.
-스카우트 일을 하게 된 계기는.
“2013년 10월부터였다. 2003년에 WBC 한국 국제심판단 통역이 계기였다. 지인을 통해서 발을 들여놓게 됐다.”
-일이 재미있는가.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 계속 봐 야구 쪽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초, 중학 때 야구에 눈을 뜬 셈이다. WBC 통역을 하면서 좀더 구체화 됐다. 이쪽 일을 하려면 뭘 준비하고 알아야 하는 가를 깨달았다.”
-하는 일은. 일과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한국에 상주하면서 한국야구선수들을 보는 게 임무다. 시즌 중 ‧고교를 방문한다거나 고교야구 대회가 있으면 하루에 3경기를 다 보고, 저녁에는 프로 경기를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방문하면 낮에 연습하는 것도 본다. 요즘에는 (학생 선수들이) 수업을 다 마치고 오후 늦게 연습하면 프로 경기는 못 보게 된다. 전국을 다 돌아다니고 싹수가 보인다 치면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그냥 학교를 방문해보면 드러나는 선수도 있고.”
-국내 상주 스카우트는.
“어림잡아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절반가량 스카우트가 한국에 상주한다. 꼭 한국 사람이 아니더라도 예전에는 미국인 주재원이나 한국계 사람들이었다.”
-대표적인 스카우트 사례를 말해달라.
“엄형찬 포수가 있다. 경기상고를 나왔고 현재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한국 포수 출신 최초의 빅리거를 꿈꾸며 집중 조련을 받고 있다.”
-가뭄에 콩나듯 선수가 어쩌다 나오는데 굳이 상주해야 하나.
“프로도 꾸준히 나오고 있고, 외국인 선수가 다시 미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어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다. 스카우트는 전반적인 현황이나 추이를 종합 판단해 구단에 보고하고, 정보원 노릇도 하는 것이다. 폰세나 와이스처럼 잠깐 몸담았다 간 선수도 있고 요즘에는 거의 재취업을 하는 일이 잦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이나 한국, 대만에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다시 가는 경우가 20여 명이었다면, 지금은 40명 안팎으로 늘어났다.”
-그 까닭은
“여기서는 그 선수들이 (MLB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미국은 아무래도 스포츠 과학이 많이 발달해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를 키울 때 투구수를 엄격하게 지키는 사례가 많다. 이른바 ‘이닝을 먹어주는’ 선수를 키우지 못하는 구조다. 지난해 롯데에서 뛰었던 감보아 같은 경우 미국에서 6이닝 이상 던진 적이 거의 없었다. 한국에 와서 오히려 ‘이닝을 먹어주는’ 선발 노릇을 해야하기 때문에 거꾸로 선발 경험을 쌓게 되고 외국인 선수 역수출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LA 다저스 야마모토도 처음에는 미국 쪽 반발 이 많았다. 큰 돈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미국에서는 ‘이닝 이터’ 키우지 못하니까 불펜 소모가 심해져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오히려 이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일본은 선발투수가 7, 8이닝을 소화하는 사례 많으니까.”
-‘야구 보는 눈’이 중요하겠다. 스카우트가 갖추어야할 자질은.
“미국 구단 스카우트라면 영어는 당연히 필수다. 리포트를 영어로 작성하고, 회의 때 영어로 참여한다. 스카우트는 무엇보다 체력이 강해야 한다. 거의 밖에서 풍파를 맞으며 돌아다니고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디에 좋은 선수가 나타났다면 바로 달려가 확인해봐야 한다.”
-정보는 어디서 얻는가.
“요새는 온라인에서 많이 본다. 게시판 그런 데서 의외로 정보를 많이 얻는다. 예전에는 관계자들 통해서였으나 달라졌다.”
-학부모와의 친분 관계는.
“나중에 그 선수를 엽입해야겠다고 결정나면 필요하겠으나 그전에 접촉은 많지 않다.”
-스카우트 직업윤리를 들자면.
“정직해야 한다. 우리 구단의 아시아 총괄하시는 분은 호주에 거주한다. 회사가 미국에 있어사실 감시하는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 정직이라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직접 가서 봐야 된다. 온라인 정보가 있다면 현장 확인, 직관이 필수다. 비유하자면, 자동차나 집을 살 때 기초 데이터는 있을지라도 실제로 가봐야 주변 환경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선수 보는 눈인가. 중점체크는.
“멘탈적인 부분과 기능 면에서의 기본적인 ‘5툴’, 야수는 타격능력, 장타력, 주력, 수비력과 어깨 강도, 투수는 속구의 구위를 눈여겨 본다. 아울러 보조 구종이나 제구를 중점적으로 보고, 멘탈은 압박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또 평소 습관(루틴)도 주요 체크 사항이다.”
-이를테면 인성은.
“딱히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왕이면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는 그런 선수를 원한다. 말하자면 ‘팀 케미스트리’, 융화를 잘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우리 고교 선수들 현장서 많이 봤겠으나 경기 후 승리 세리머니 같은 과도한 프로 모방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선글라스는 미국 아마선수들도 많이 쓰고 있다. 담배나 이런 것은 나쁘다기보다 자기 건강을 지키는 루틴 같은 것이어서 아무래도 안 좋게 본다. 하나의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로 이해는 되지만 자기관리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나무배트와 알루미늄 배트에 대한 견해는.
“미국에서는 반발력을 약간 줄인 알루미늄 배트를 대학까지 쓴다.”
-프로에 가서 지장이 없는가. 우리는 논란이다.
“오히려 방방이를 시원하게 돌리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알루미늄 배트는 문제 없다고 본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오히려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휘두르지 않아 생기는 심리적인 위축이 더 문제다. 나무 배트 한 자루에 30만 원이나 하는 현실에서 알루미늄이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다.”
-한국야구의 현재를 짚어보자면. 올해 한국 대표선수들이 WBC에서도 기본기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타자도 타자지만 투수들의 제구력 면에서.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일본에 가서 봤다. 일단 우리나라 투수들 제구도 제구지만 구위자체가 많이 떨어진다. 한국은 투수가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다. 미, 일은 바로 1군에 투입을 안 시킨다. 여기는 당장 실적을 보여줘야하는 환경이나 그거에 대한 경쟁도 있는 듯하다. 요즘 선수들이 웨이트 운동은 많이 하는데 단거리 스프린트랑 기동성(유연성) 운동을 소홀히 하는 것 같다.”
-엘리트 선수 육성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오전에 학습권 보장 공부를 마치고 난 다음 오후에 짬을 내서 훈련하는 데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게 많이 필요하긴 하다. 다만 수비를 교과서적으로 하는 것에 틀이 박혀있다. 너무 실책을 안 하는 수비를 많이 하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은 실책을 하더라도 빨리 반응하고 처리하는데 훈련의 역점을 둔다.”
-야구책 번역이 대단하다. 전문영어 번역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최신 경향의 야구책들이 국내에는 번역이 안 돼 있다. 최신 스포츠 과학을 어떻게 야구에 접목했는가를 정리해낸 ‘MVP 머신’은 대만이 우리보다 1년 먼저 번역해 나왔는데, 화가 나서 번역한 것이다. 현장 다니는 틈틈이 하는 번역은 고된 작업이지만 아내와 가족들 지지와 도움이 있었으니까 할 수 있다.”
김현성 씨는 오늘도 야구장을 찾아 정처없는 발길을 옮긴다. 그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이미지 제공=두리반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