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과 파리 생제르맹(PSG)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영국 정치권까지 흔들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직접 무료 중계를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스타머 총리가 TNT 스포츠에 아스널과 PSG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영국 국민들이 무료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영국 ‘더 선’과 가디언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결승은 오는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푸스카스 아레나에서 열린다. 아스널은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올랐다. PSG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한국 팬들에게는 이강인의 PSG가 결승에 올랐다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이강인이 결승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논란은 중계 방식에서 시작됐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창구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결승은 TNT 스포츠와 HBO 맥스 구독을 통해 시청해야 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번 결승이 영국에서 34년 만에 처음으로 무료 시청이 아닌 방식으로 제공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아스널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요구는 단순한 팬심으로만 볼 수 없다. 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특정 구단 팬들만의 경기가 아니라 영국 축구 팬 전체가 함께 보는 이벤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정과 펍에서 함께 결승을 보는 문화가 영국 축구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TNT 스포츠는 반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TNT는 저가 월간 구독을 통해 챔피언스리그 결승뿐 아니라 UEFA 주관 다른 결승도 볼 수 있다며,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중계권료를 지불한 만큼 수익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다. 반면 정부와 팬들은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한국 팬들에게도 낯선 논쟁은 아니다. 스포츠 중계권은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TV 하나면 주요 경기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리그와 대회마다 다른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처럼 상징적인 경기조차 유료 장벽 뒤로 들어가면 팬들의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결승의 서사도 강하다. 아스널은 미켈 아르테타 체제에서 오랜 재건 끝에 유럽 정상에 도전한다. PSG는 슈퍼스타 중심에서 팀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한 뒤 다시 결승에 올랐다. 이강인은 PSG의 로테이션과 전술 변화 속에서 중요한 옵션으로 활용됐다. 그가 결승 무대에서 출전한다면 한국 축구사에도 의미 있는 장면이 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클럽축구 최고의 경기다. 그런데 올해 영국에서는 경기장 안보다 화면 앞 논쟁이 먼저 커졌다. 축구는 누구의 것인가. 중계권을 산 방송사의 것인가, 아니면 함께 봐온 팬들의 것인가. 아스널과 PSG의 결승은 킥오프 전부터 다른 싸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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