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말금이 '모자무싸'를 마치며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호평받은 소감을 밝혔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극본 박해영, 연출 차영훈, 약칭 모자무싸)'가 지난 24일 방송된 12회(최종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 가운데 강말금은 콘텐츠 제작사 고박필름의 대표 고혜진 역을 맡아 활약했다.
강말금의 고혜진은 생각의 깊이와 넓이는 물론 어른의 태도를 견지한 채 등장인물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기댈 수 있는 드는한 존재감으로 '모자무싸'를 휘어잡았다. 여기에 강말금은 빈틈 없는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가 하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그는 고혜진의 남편인 감독 박경세(오정세 분)와의 관계에서 오래된 부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관록과 노련함으로 농도 짙은 생활연기를 보여줬다. 동료이자, 부부이자, 친구인 박경세와 고혜진의 관계에서 강말금이 보여주는 세밀한 변화가 복잡한 감정선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켰다.
주인공 황동만(구교환 분)을 제작 현장이라는 링 위에 올린 모습 또한 강말금의 표현이 있었기데 설득력을 가졌다. 냉철한 조언과 책임감을 갖춘 여성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 강말금. '모자무싸'에 이어 차기작으로 ENA 새 드라마 '혹하는 로맨스' 출연을 확정하며 빠르게 자신의 가치를 한번 더 증명해낼 그의 소감을 들어봤다.

다음은 강말금이 소속사 에이스팩토리를 통해 밝힌 '모자무싸' 종영 일문일답 전문이다.
Q. 드라마를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A. 마지막 촬영 때는 섭섭한 마음이 컸다. 이 좋은 작품, 이 좋은 팀과 더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어린 시절 마지막 공연을 마쳤을 때처럼 섭섭했다. 방영이 시작되고 시청자분들과 함께 한 회 한 회 지켜보면서, 우리의 '모자무싸'가 도착해야 할 세상에 드디어 왔다는 생각이 들고, 이 작품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부터 TV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 사람들과 만나고, 즐거움과 감동과 여운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종영을 앞두고는 마음이 밝다.
Q. 매 회 촌철살인 대사로 안방극장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혹은 공감됐던 대사를 꼽는다면?
A. 8회 엔딩 장면을 좋아한다. '모자무싸'는 황동만이 인간이 될 것인가?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며 빌드업을 지켜보게 되는 드라마인 것 같다. 8회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황동만의 영화가 전격 제작 결정되는데, 그 과정이 극적이고 너무 재미있었다. 대본을 읽고 멋진 임무를 받았다 생각했다. 양쪽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액팅은 현장에서 감독님과 의논해서 결정했는데, 동만이의 앞길을 활짝 열어주는 것 같아 하고 나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좋아하는 대사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9회 마지막 동만의 대사 ‘내 속에 악은 없어. 강은 있어!’이다. 대본을 덮으며 ‘환하다’라고 속으로 외쳤다. 환하게 나의 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Q. 권력이나 이익에 편승하지 않는 태도와 확고한 신념으로 시청자를 '고혜진 앓이'에 빠뜨리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A. 'PD는 사랑이다. 내가 사랑이다'라고 공책에 적고 잊지 않으려고 했다. 박경세, 황동만, 8인회, 심지어 극 초반의 마재영(김종훈 분)까지, 하고 싶은 게 있어 반짝반짝하는 바보들을 사랑하는 게 이 사람의 정체성인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단단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많은 갈등의 사이에 있으면서도 걱정스러워한다기보다는 지켜보고 결정하는 태도를 가지려고 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후반부였다. 일이 어그러지는 일은 처음도 아닐 것이고 다음 기회가 또 생길 수 있지만, 이혼의 위기는 고혜진 개인에게 삶의 전제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덩달아 강말금도 그 무게를 감당하며 힘들었던 것 같다.

Q. 극 중 고혜진은 늘 당당하고 단단해 보이지만, 내면의 외로움이나 고뇌도 있었을 것 같다.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은 고혜진만의 '전사(前史)'나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며 연기했나
A. 8회, '낙낙낙'이 엎어지고 한바탕 춤추고 난 후, 고혜진이 하는 말은 '그런 글을 쓰던 그 남잔 어디로 갔을까'이다. 가장 솔직한 순간에, 억울한 바깥 일이 아니라 이제는 사랑이 식어버린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의 고민이다. 20년 전, '애욕의 병따개'로 인해 사랑도, 영화도, 본격적인 인생도 시작되었고, 이후 결혼 생활 동안 박경세 감독의 영화 다섯 편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 중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을까? 그런 계획이 있었을 때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포기했다든지, 그들의 20년 세월 동안 여러 가지 굴곡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박경세의 매번의 작품을 통해 일종의 러브레터를 받으며, 흔들리지 않는 사랑 속에 살았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한편, 혼자 있을 때에도 이 사람은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이 사람은 일을 한다. 일이 삶의 중심에 놓인 일, 인간이라고. 영화, 일, 삶, 사랑이 오래전부터 다 섞여버려 구분될 수 없는 삶을 산다고. 복잡하지 않고, 센티멘털한 감정에 잘 빠지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혼의 위기 전, 삶의 전제가 튼튼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Q. 힘 있는 발성과 쫄깃한 딕션 호평을 받았다. 특별히 연기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었는지
A. 대사가 너무 좋아서, 잘 외워서 잘 전달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제일 컸던 거 같다. 큰 발성은 연극을 하면서 몸에 익혔던 것인데, (사자후) 라는 지문에 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Q. 영화사 대표 고혜진을 비롯해 실제 배우가 몸담은 업계의 이야기인데, 배우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A. 가까이에 독립 영화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시나리오를 쓰고 공모전에 내고 면접을 보고하는 이야기가 와닿았다. 시나리오 한 편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강말금은 '나에게는 창작의 샘이 없다'며 애초에 접었던 일이다. 그만큼 좋은 글, 이전 자신의 글과는 다른 새로운 글을 써내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있다. 9부, 황동만이 악을 강으로 치환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키를 찾아내는 장면, 영수 형이 바닷가에서 드디어 엔딩을 써내는 장면도 좋아한다. 박경세가 대본 언제 나오냐는 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장면도 공감한다.
Q. 타협하지 않는 뚝심을 가진 고혜진을 연기하면서, 인간 강말금으로서 고혜진에게 배우거나 닮고 싶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A. 황동만, 박경세와 고혜진, 두 타입을 놓고 본다면, 강말금은 전자인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에서. 결정적일 때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고혜진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사랑에 대한 의리, 이타심, 정의로움, 이성적인 면 등 많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이라고 느낀다. 뭔가를 배우거나 닮고 싶다기보다는 그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
Q.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A. 다정하고 섬세하고 소소하게 재미있는 촬영장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분위기였다. 차영훈 감독님, 전배수, 오정세, 최원영, 박해준 선배, 교환이, 희섭이, 명진이, 민국이, 예니(구교환, 심희섭, 배명진, 조민국, 박예니), 가끔씩 아지트에 방문한 배종옥 선배님, 윤정이, 선화(고윤정, 한선화)까지. 모두 더 친해지고 싶은, 더 오래 함께 작업하고 연기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자무싸' 글을 사랑했다는 점. 말없이 이 전제를 공유하며, 많이 웃으며, 서로를 배려하여 신중하게, 때로는 서로를 일으키기 위해 과감하게 연기하였다. 모두에게 자신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느꼈다.

Q. 오정세 배우와의 케미도 돋보였다. 고혜진은 박경세를 존경한다고 하기도 했는데 극을 마치며 혜진에게 경세는 어떤 존재일 것 같나
A. 오정세 선배를 존경한다. 순간의 재치와 아이디어가 뛰어나면서도 해석이 깊다. 준비한 연기의 플랜이 명확하면서도 상대방을 감지하고 배려한다. 언제나 씬이 알차게 재미있게 완성되는 방향으로 집중하신다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꺼져있는 동안에는 전체관람가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게 하고 긴장이 풀리게 한다. 한 사람에게 공존하기 힘든 장점들이 선배에게 담겨있어 신비하였다. 함께 현장에 있는 모든 시간이 좋았다. 그런 오정세-박경세였기에 고혜진에게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혜진에게 경세는 순정한 사랑인 것 같다. 동만이 영화에서 받은 에너지로 '국민 스트레스 관리위원회' 최종회까지 힘차게 써나가기를, 촬영 잘 해서 좋은 작품으로 완성시키기를, 자랑스러워하는 경세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기를.
Q. 드라마 제목처럼, 강말금 배우 역시 연기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순간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위로나 해답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A. 30대에 나는 황동만이었고 박정민(정민아 분)이었다. 황동만이 친구들 사이에서 하는 미운 짓, 혼자 있을 때의 시간들, 박정민이 자신의 무능을 가리기 위해 보이는 천진한 방어의 모습들이 내 모습이었다. 그때는 매일이 나 자신과의 전쟁이었다. 그 전쟁이 서서히 사그라드는 데에는 안과 밖의 힘이 모두 필요했다. 그 과정이 나만의 가장 소중한 스토리이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대중들과 공론의 장에서 함께 만나니, 새롭게 깨닫게 되고 마음이 환하고 기쁘다.
Q. 강말금에게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A. 배우를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시절 바로 이런 시간을 그렸던 거 아니었을까. '모자무싸' 세계의 일원이어서 행복했다.
Q.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린다.
A. '모자무싸'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모자무싸'가 더 좋아졌어요. 그리고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이제는 턱턱턱 가볼까 해요. 두려움 없이, 천 개의 문을 열고, 턱턱턱. 우리 모두 그렇게,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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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에이스팩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