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13년 전 계약금 6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1억원도 안 되는 금액에 계약한 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는 괴물로 거듭났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완 투수 크리스토퍼 산체스(29)가 44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역사적인 5월을 보냈다.
산체스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필라델피아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총 투구수 100개로 최고 시속 97.3마일(156.6km), 평균 95.6마일(153.9km) 싱커(42개), 체인지업(42개), 슬라이더(16개) 3가지 구종만으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압도했다. 12번의 헛스윙을 뺏어난 주무기 체인지업에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진] 필라델피아 크리스토퍼 산체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5/28/202605282151777757_6a185565ddfe4.jpg)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전 1회 2실점이 마지막 실점으로 산체스는 최근 44⅔이닝 연속 실점을 주지 않았다. 1983년 마운드와 타석 사이 거리가 현재 위치(18.44m)로 변경된 이후 필라델피아 구단 신기록으로, 리그 전체로 봐도 1920년 라이브볼 시대 이후 역대 7위에 해당한다. 1988년 LA 다저스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이 이 부문 역대 최장 기록. 5월 한 달간 성적도 5경기(39이닝) 4승 평균자책점 0.00 탈삼진 45개로 압도적이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산체스는 “믿을 수 없다. 나 혼자서 한 것이 아니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의료진 등 우리 조직 전체가 함께 이룬 성과라서 더욱 특별하다. 팀 전체의 지지를 받는 건 정말 특별하고 아름다운 일이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산체스의 공을 받고 있는 필라델피아 포수 J.T. 리얼무토는 “지금 정말 재미있다. 산체스는 정말 압도적이고, 내 일을 쉽게 만들어준다. 뒤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난 그저 버튼만 누르면 되고, 산체스가 그대로 실행한다”며 리드하는 대로 던지는 산체스의 투구에 놀라워했다.
![[사진] 필라델피아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17일(한국시간) 피츠버그전 완투승 후 포수 J.T. 리얼무토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5/28/202605282151777757_6a185566651f4.jpg)
동료 좌완 투수 헤수스 루자르도는 “슈퍼맨이 된 기분일 것 같다. 건드릴 수 없는 상태다. 그냥 얻은 게 아니다. 정말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한다. 스스로 쟁취한 것이다”며 산체스의 노력을 강조했다.
양대리그 통틀어 홈런 1위(21개)를 달리고 있는 필라델피아 거포 카일 슈와버는 5년 전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상대팀 선수로 처음 봤던 산체스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떠올리며 “키가 크고, 마른 소년이었는데 공을 세게 던졌다. 그러다 어느새 괴물 같은 투수로 변했다”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198cm, 90kg 좌완 투수 산체스는 처음부터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2013년 7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할 때 겨우 6만5000달러밖에 받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과정을 밟던 산체스는 2019년 11월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트레이드 상대는 호주 출신 내야수 커티스 미드(25·워싱턴 내셔널스)로 특급 유망주였다.
![[사진] 필라델피아 크리스토퍼 산체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5/28/202605282151777757_6a185566d0f80.jpg)
그러나 2023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미드는 탬파베이에서 3년간 111경기 타율 2할3푼8리(320타수 76안타) 5홈런 20타점 OPS .629에 그쳤다. 기대만큼 크지 못하면서 지난해 7월말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다. 올해는 워싱턴으로 다시 트레이드됐고, 42경기 타율 2할3푼6리(123타수 29안타) 7홈런 20타점 OPS .824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산체스에 비해선 초라하다.
산체스는 2021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6시즌 통산 116경기(97선발·615이닝) 36승23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01 탈삼진 604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2위에 오르며 톱클래스로 올라섰고, 올 시즌에는 12경기(79⅓이닝) 6승2패 평균자책점 1.47 탈삼진 95개로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NL 평균자책점, 이닝, 탈삼진 1위를 달리며 사이영상 페이스다.
산체스는 지난 3월 필라델피아와 6년 1억4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6월 4년 22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헐값으로 만들며 ‘노예 계약’으로 평가됐는데 필라델피아가 기존 계약을 재조정해 추가 연장 계약을 줬다. 그런데 이마저 또 헐값으로 보이게 할 만큼 산체스의 활약이 대단하다. 트레이드부터 연이은 헐값 계약까지, 필라델피아는 그야말로 횡재했다. /waw@osen.co.kr
![[사진] 필라델피아 크리스토퍼 산체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5/28/202605282151777757_6a185567483fb.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