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권 거부한 안창호 선생' 그 과달라하라에서 홍명보호가 뛴다[과달라하라 ON!]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6.06.10 13: 06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고 있지만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FIFA 팬 페스티벌이 열릴 도심 광장에서는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개최 도시 특유의 뜨거운 열기가 도시 전체를 뒤덮은 모습은 아니었다. 대신 이 도시는 100년 전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흔적과 함께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달라하라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플라사 리베라시온(해방 광장)은 이번 월드컵 기간 FIFA 팬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다. 과달라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대성당과 데고야도 극장 사이에 자리 잡은 이 광장은 이미 대형 무대와 각종 시설물 설치가 한창이었다.
월드컵 경기를 함께 즐길 팬들을 위한 공간이 조성되고 있었고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월드컵 개막을 앞둔 개최 도시라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차분했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곳곳에서 월드컵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축제 열기가 폭발하는 모습은 아직 아니었다.

10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플라사 리베라시온에서 ‘FIFA 팬 페스티벌’ 이 진행됐다.행사장은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성당과 데고야도 극장 사이의 ‘플라사 리베라시온(해방 광장)’에 마련된다.축제가 준비 중인 가운데 방문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6.10 /sunday@osen.co.kr

오히려 과달라하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둔 긴장감 속에서 조용히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광장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한국인들에게 더욱 뜻깊은 장소를 만날 수 있다.
1610년 문을 연 프랑세즈 호텔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 호텔 로비 한편에는 낯익은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이다. 석조 기둥 사이에 설치된 동판에는 안창호 선생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한국 정부가 2017년 호텔 측과 협의를 거쳐 설치한 것이다.
안창호 선생은 1917년 대한인국민회 총회장 자격으로 멕시코를 방문했다. 멕시코에 정착한 한인들을 만나고 독립운동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당시 멕시코시티 주재 미국총영사관은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는 이유를 내세워 일본 여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안창호 선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여권을 사용하는 순간 일본의 지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안창호 선생은 과달라하라에 머물러야 했다.예정대로 미국으로 향하지 못한 채 약 두 달 동안 이곳에 체류했다. 프랑세즈 호텔 역시 그 시기 안창호 선생이 머물렀던 장소로 기록돼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안창호 선생은 멕시코 북부  노갈레스를 통해 미국으로 향했다. 끝까지 대한제국 여권을 내세웠고 자신의 정체성을 굽히지 않았다. 나라를 잃은 시대에도 독립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대한민국 대표팀이 같은 과달라하라에 도착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현재 과달라하라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월드컵 조별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곳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이어 개최국 멕시코와 맞붙는다.
10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리베라시온 광장에서 ‘FIFA 팬 페스티벌’ 이 진행됐다.행사장은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성당과 데고야도 극장 사이의 ‘플라사 리베라시온(해방 광장)’에 마련된다.광장 주변에 군인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6.06.10 /sunday@osen.co.kr
10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리베라시온 광장에서 ‘FIFA 팬 페스티벌’ 이 진행됐다.행사장은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성당과 데고야도 극장 사이의 ‘플라사 리베라시온(해방 광장)’에 마련된다.2026 월드컵 공인구가 전시되어 있다. 2026.06.10 /sunday@osen.co.kr
과달라하라는 지금도 조용하다. 하지만 이 도시는 오래전 대한민국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품고 있고,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도전하는 무대가 됐다. 월드컵 열기가 아직 완전히 달아오르지 않은 차분한 도시에서 홍명보호의 여정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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