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이 12년 전 브라질 월드컵까지 언급하며 한국 축구를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 2패, 승점 3으로 A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FIFA 랭킹 60위 남아공을 상대로 무너지며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 한국은 다른 조 3위 팀들의 경기를 초조히 지켜보며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32강에 오를 수 있길 기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대로 남아공은 한국을 꺾는 대이변을 쓰면서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역사를 썼다. 사실 해외에서도 모두가 한국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지만, 홍명보호는 최악의 졸전을 펼친 끝에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실점하며 무기력하게 무릎 꿇었다. 결과와 경기력 모두 남아공의 완승이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아쉬운 전술적 대응과 손흥민 벤치를 비롯한 용병술도 문제로 지적됐지만, 선수단의 몸 상태 자체가 최악이었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몸이 너무나 무거웠다. 말 그대로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스리백을 가동한 한국은 후방 숫자가 많은 만큼 중원과 전방에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창출하고, 남아공 수비에 균열을 내야 했다. 그러나 공을 잡아도 대다수의 선수들이 자리에 서서 공을 기다릴 뿐이었다. A조 최약체로 꼽히던 남아공을 상대로 돌연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한국이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박지성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족한 공격 숫자와 팀적인 움직임 실종,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던 그는 종료 휘슬이 불린 뒤 폭발했다. 입을 꾹 다문 채 화를 삭이던 박지성은 "어떤 전술을 들고 나왔든 간에 1차전, 2차전, 3차전 계속 같은 모습이었다. 오늘 경기를 이기려고 나왔느냐고 봤을 때 전술상으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이렇게 답답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선수들이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아쉽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기도 하다. 이제는 잘 쉬고,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가 생긴다면 잘하라는 말밖에 해줄 수가 없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성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그는 이번 결과를 단순한 한 경기 패배가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라고 직격했다. 가장 만만히 봤던 알제리를 상대로 2-4로 대패하며 조별리그 탈락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언급했다.
박지성은 문제점을 묻는 말에 "우리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거 같다. 결국 2014년 월드컵이 잘못됐을 때 우리가 나름대로 준비하는 과정부터 안 좋다 보니까 결과가 또 안 좋았고, 우리가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시간들, 또 거기에 더해서 결과까지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아직 우리가 월드컵을 탈락한 건 아니다. 하지만 1승 2패, 이게 지난 월드컵이었으면 탈락하는 성적이고, 우리가 기대하는 성적은 전혀 아니었다. 32강에 갈 수도 있겠지만, 과연 우리가 32강에 가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1, 2, 3차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확신도 솔직히 들지 않는다"고 냉정히 진단했다.

분노의 화살은 결국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계 전반으로 향했다. 박지성은 "2014년의 안 좋은 월드컵을 그대로 반복했다는 건 이전부터 반복한 역사가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대로 똑같이 반복됐다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잘못은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고 있는 곳에 있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한 그는 "한순간에 마법처럼 지니의 요정이 나타나서 모든 걸 확 바꿀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단순히 최근 10년이 이런 게 아니라 예전부터 이랬던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결국 이걸 바꾸려면 짧아야 10년? 그 이상 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끝으로 박지성은 "우리가 시작부터 다시 새로 고치고, 먼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고, 다시 하나하나 고쳐 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모르겠다. 최소 10년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선수단을 향한 충고와 당부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지성은 "오늘 후반전엔 우리 선수들의 체력이 너무나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꼬집으며 "만약 기적적으로 32강에 올라가게 된다면, 조별리그 3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투지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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