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낭독→질의응답 無’ 홍명보만 떠났다... KFA는 또 뒤로 숨었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6.29 07: 48

홍명보 감독은 떠났고, 대한축구협회(KFA)는 끝내 앞에 서지 않았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마련된 대표팀 베이스캠프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고, 최종 순위 34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사퇴 발표는 짧았다. 홍 감독은 국민이 기대했던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남긴 뒤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실패의 이유를 따지는 질의응답도, 협회 책임자가 직접 나서는 공식 설명도 없었다. 월드컵 참사는 입장문 낭독 하나로 접혔다.

한국 축구가 받아든 성적표는 가볍지 않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월드컵에서 32강 문턱도 넘지 못했다. 2010 남아공 대회와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원정 토너먼트 진출을 노렸지만, 홍명보호는 조별리그에서 멈췄다.
최종 34위는 숫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과거 32개국 체제 기준으로는 본선 밖에 놓이는 순위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기는커녕, 대회 확대 속에서도 뒤로 밀렸다. 한국 축구사 최악의 순위가 홍명보 2기의 마지막 장면으로 남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개최국 멕시코와 2차전에서 황당한 실수로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종전에서는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문 앞에서 한국은 무너졌다. 후반 중반 남아공에 결승골을 허용했고, 끝내 0-1로 패했다. 자력 통과 기회가 사라지자 대표팀은 다른 조 결과에 매달렸다. 에콰도르, 일본, 스웨덴, 세네갈, 크로아티아, 콩고민주공화국의 스코어보드가 한국의 운명을 흔들었다.
결과는 모두 한국을 외면했다. 남아공전 패배 이후 과달라하라로 돌아온 선수단은 사흘 동안 훈련을 이어가며 탈락 여부를 기다렸다. 준비가 아니라 대기였다. 희망은 점점 줄었고, 마지막 경우의 수마저 사라지면서 홍명보호의 월드컵은 끝났다.
감독의 책임은 분명하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2024년 7월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두 번째 월드컵도 실패로 끝났다. 명예 회복은 없었고, 12년 전 상처 위에 더 깊은 흉터가 남았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감독 한 명의 퇴장으로 끝낼 수 없다. 홍명보 2기를 선택한 조직은 KFA였다. 계약 기간을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잡은 것도 KFA였다. 월드컵을 중간 평가로 삼고도 그 결과 앞에서 협회는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책임을 말해야 할 순간에 협회는 사라졌다. 감독은 입장문을 읽고 떠났고, KFA는 공식 행사 없이 침묵을 택했다. 선임, 지원, 본선 준비, 위기 대응까지 협회 이름으로 굴러간 대표팀이 최악의 성적을 냈는데, 국민 앞에 나온 사람은 물러나는 감독뿐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30일부터 순차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홍 감독의 임기는 과달라하라에서 끝났다. 그러나 34위 성적표는 한국 축구에 그대로 남았다. KFA가 숨은 자리에는 감독의 사퇴문과 무너진 월드컵만 남았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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