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도, 팬들도, 외신 평가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퇴보를 알린 대회로 남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1승 2패, 승점 3으로 A조 3위에 머물렀다. 체코를 2-1로 꺾으며 출발했지만,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조 최약체로 꼽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1로 졌다.
48개국 확대 체제에서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상위 8개 팀도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은 그 기회마저 살리지 못했다. 조 3위 팀 순위에서 10위로 밀리며 탈락했다. 최종 순위는 34위. 순위로만 보면 한국의 월드컵 참가 역사상 가장 낮은 성적이다.

후폭풍은 곧바로 FIFA 랭킹에 반영됐다. FIFA가 29일 업데이트한 남자 축구 세계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랭킹 포인트 1558.72점으로 32위까지 내려앉았다. 2021년 12월 33위 이후 4년 6개월 만의 최저 순위다.
한국은 2022년 2월 29위에 오른 뒤 줄곧 20위권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조 추첨 당시에는 22위였고, 본선 개막 직전에도 25위였다. 조별리그 3경기 만에 30위권으로 밀려났다.

공항 분위기도 싸늘했다. 홍명보 감독과 일부 선수단은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별도 귀국 행사는 없었다. 공식 인터뷰도 진행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취재진과 경비 인력에 둘러싸인 채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현장에선 욕설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일부 팬은 "돈 뱉고 나가", "한국에서 꺼져"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팬은 던질 계란을 준비해왔지만 오는 길에 깨져 던지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 뒤 엿이 날아들었던 장면과 겹쳐지는 하루였다. 날짜도 같았다. 6월 30일이었다.
대표팀 서포터즈클럽 '붉은악마' 운영위원장 조호태 씨는 "한국에 들어오는 첫 입구에서 본인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았으면 했다. 지금 축구 팬들의 기분이 이렇다는 걸 잘 알아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두고 "그냥 허무하다. 원정단도 준비를 많이 했는데 허무하게 끝난 것 같다"라고 했다.
해외의 시선도 냉정했다. BBC는 이번 월드컵에서 아프리카의 약진과 아시아의 부진을 비교했다. 아프리카는 10개국 중 9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아시아는 9개국 중 일본과 호주만 토너먼트에 올랐다. 한국은 빠졌다.

BBC는 한국의 실패에 대해서도 짚었다. 매체는 한국의 탈락이 남아공전 충격패에서 비롯됐고, 그 여파가 컸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팀 부진을 두고 조사를 요구하며 "조직과 인사의 실패"라고 표현한 점도 소개했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전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월드컵 확대는 약팀에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변화였다. 아프리카는 그 기회를 성과로 연결했다. 모로코, 세네갈, 가나, DR콩고, 남아공, 이집트, 코트디부아르, 카보베르데, 알제리가 살아남았다. 아시아는 달랐다.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팀들이 무너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월드컵 본선 단골, 아시아 최상위권 전력이라는 이름에 기대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름값이 통하지 않았다. 48개국 확대 체제에서도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고, FIFA 랭킹은 32위까지 떨어졌다. 공항에서는 팬들의 분노가 터졌고, 외신은 아시아 축구의 후퇴를 이야기했다.

결과도, 숫자도, 여론도, 외신 평가도 같은 결론으로 향했다.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