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봉 고작 3200만 원. 무명의 스무살 선수는 어떻게 거인군단의 영웅이 됐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2년차 신예 포수 박재엽은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1차전에 교체 출전해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의 극적인 5-2 승리를 이끌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한 박재엽은 1-2로 뒤진 8회말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마무리 최준용의 9회말 블론세이브로 연장 승부가 성사됐고, 박재엽은 2-2로 맞선 10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두산 마무리 이영하를 만나 끈질긴 승부를 펼친 그는 7구째 135km 슬라이더를 힘껏 받아쳤는데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 애매한 곳으로 향하는 행운이 따랐다. 타구가 유격수 박찬호 글러브를 맞고 떨어지면서 박재엽은 2타점 결승 2루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만난 박재엽은 “나한테 그런 상황이 왔다는 거 자체가 기회였다. 2사 상황이라 삼진을 당하면 흐름이 바뀔 수도 있었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컨택에 신경 쓰라는 주문을 해주셔서 공을 최대한 맞히려고 했는데 운이 좋았다”라며 “솔직히 긴장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조금 됐는데 ‘긴장해서 뭐하겠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호흡을 많이 했다. 타구가 뜬 뒤 공만 보고 뛰어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재엽은 교체 투입 당시 9번 포수로 선발 출전한 박건우를 대신한 줄 알았다. 수비는 그랬지만, 타순은 빅터 레이예스의 자리인 3번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9번에 중견수 김동혁을 넣고 3번에 박재엽을 투입했기 때문. 자신의 순서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 타석이 찾아왔고, 박재엽은 기회를 살렸다.
박재엽은 “(박)건우 형과 바뀌어서 9번타자인 줄 알았는데 전광판 봤더니 3번타자라 나까지 차례가 안 올 거 같았다. 코치님도 그냥 포수 장비를 차고 있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연장에 가면서 내 순서까지 왔다”라며 “원래는 앞에서 번트를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감독님이 2, 3루가 되면 정확하게 맞히기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결승타가 나와 너무 행복했고, 나한테 기회가 와서 좋았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재엽은 부산고를 나와 202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4라운드 34순위 지명된 2년차 스무살 신예 포수다. 지난달 9일 1군에 올라와 닷새 만에 말소된 그는 손성빈의 예비군 훈련에 따른 경조 휴가 사용으로 30일 다시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콜업 이틀차에 영웅이 되는 반전 스토리를 썼다.
박재엽은 “특별엔트리로 1군에 합류했는데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기회를 최대한 잡으려고 했는데 확실하게 잡은 거 같지는 않다. 수비에서 무실점으로 막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타석도 어제와 오늘 모두 정타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알게 된 듯하다.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박재엽은 2일 손성빈이 돌아오면 다시 상동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이번 2군행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1군에서 성과를 낸 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를 갖고 수련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박재엽은 “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할 거다. 형들이 늘 ‘넌 아직 어리고 군대도 안 갔으니 기회는 많다. 그러니 자신 있게 네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라’라는 조언을 해주신다.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2군에 간다고 해도 거기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 1군에 빨리 올라오고 싶다. 그리고 올라와서 내가 롯데 백업 포수를 맡고 싶다”라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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