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와 국회까지 대한축구협회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단순히 32강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아니다. 오랜 시간 쌓여온 협회 운영과 대표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다.
비판은 협회의 행정부터 대표팀 운영과 전술, 선수 기용까지 한국 축구 전반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KFA는 이미 비상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 요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정도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국회와 문체부의 자료 요청이 역대급 수준"이라며 "직원들도 월드컵 결과에 누구보다 실망했는데 업무까지 폭증하면서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부분에 대한 감사와 지적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모든 일이 동시에 몰리면서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방대한 자료중에 특이한 부분도 있다. 협회 직원 중 K대학 출신 현황과 그들의 진급시기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정말 긴급한 자료가 아닌 부분도 검증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
따라서 현재 가장 시급한 차기 축구협회장 선출을 위한 움직임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현행 정관에 따르면 회장이 궐위되면 60일 안에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간선제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선거인단 확대와 직선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관 개정 역시 정상적인 집행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개혁을 추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기존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면 변화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대표팀이다. 회장 선출이 늦어질수록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표팀 사령탑 선임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에는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1960년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대회를 준비해야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9월과 10월 A매치도 변수다. FIFA가 올해부터 A매치 기간을 확대하면서 대표팀은 최대 4경기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임시 감독 체제로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새 감독 선임은 늦어지고 대표팀은 가장 중요한 준비 기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 축구는 개혁과 대표팀 재건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개혁을 서두르면 절차가 흔들릴 수 있고 절차를 모두 밟다 보면 대표팀 재건이 늦어진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을 미루는 시간이 아니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변화를 이끌어낼 결단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