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탈락 후폭풍이 감독 사퇴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판 수위가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런 상황이면 누가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겠나"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3일(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한국에서 국회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청문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홍명보 전 감독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뒤 책임을 지고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한국은 A조에서 1승 2패, 승점 3으로 3위에 머물렀고, 각 조 3위 팀 간 경쟁에서도 밀려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퇴 이후에도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홍 전 감독이 귀국하던 날에는 온라인상 살해 협박이 등장해 인천국제공항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를 대상으로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감독 선임 과정, 협회 운영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일본에서는 이 상황을 이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패배 책임론을 넘어 국회 청문회, 대통령 비판, 공항 경찰 배치까지 이어지는 흐름 자체가 차기 감독 선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 출신 방송인 나가시마 가즈시게는 'TV아사히' 시사 프로그램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에 출연해 한국 축구를 둘러싼 분노가 지나치게 커졌다고 말했다.
나가시마는 "축구뿐 아니라 야구도 마찬가지다. 응원 열기가 너무 강하면 패배한 순간 비판 열기도 함께 커지는 느낌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일본인으로서 생각하는 스포츠 관전, 응원 감각을 넘어선 부분이 있다. 졌다고 국회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스캔들처럼 다루는 분위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나가시마는 "스캔들도 아니다. 규정에 따라 경기를 치렀고, 월드컵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선수와 감독은 현장에서 상대와 진지하게 맞섰고 최선을 다했다. 노력했지만 졌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분노가 감독에게 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한 걱정이었다. 나가시마는 "솔직히 감독과 선수들이 안쓰럽다"라며 "팬들은 원래 팀, 감독, 코치, 선수들을 함께 성장시키는 역할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져도 다음에 더 잘해보자고 하는 것이 스포츠의 지속적인 매력이다. 져도 다음이 있다는 점이 스포츠의 좋은 점"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면 다음에 감독을 맡을 사람을 선임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지면 이런 일을 당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비슷한 시선을 보냈다. 매체는 "월드컵 패퇴를 대통령까지 비판하는 한국, 누가 대표팀 감독을 할까"라며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둘러싼 부담을 지적했다.
한국 축구는 새 감독을 찾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차기 감독 선임 논의에 들어갔다. 하반기 A매치 일정과 아시안컵 준비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자리의 무게다. 한국 대표팀 감독은 늘 높은 기대와 강한 비판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자리였다. 이번에는 월드컵 실패 책임론에 정치권 움직임, 협회 청문회 가능성, 대통령의 공개 비판, 신변 위협 논란까지 겹쳤다.

패배의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하다.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 운영을 검증하는 일도 피할 수 없다. 다만 대표팀 감독직 자체가 '실패하면 모든 것을 떠안는 자리'로 굳어질 경우, 다음 선택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 매체와 방송인들이 바라본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국 축구가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나'에 그치지 않는다. 이 분위기 속에서 과연 누가 다음 대표팀 감독을 맡으려 할지, 그 질문까지 함께 남게 됐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