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화→발로건 징계 유예→미국 1-4 탈락, FIFA 월드컵이 정치판 됐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7.09 10: 47

폴라린 발로건의 레드카드 한 장이 월드컵을 정치판으로 끌고 갔다.
미국은 7일(한국시간) 벨기에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졌다. 공동 개최국 미국의 여정은 안방에서 끝났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이어진 발로건 징계 유예 논란은 탈락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발로건은 앞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퇴장을 당했다. 일반적인 흐름이라면 다음 경기는 관중석에서 봐야 했다. 그런데 FIFA 징계 절차에서 자동 출전정지가 유예됐다. 발로건은 벨기에전에 선발로 나섰고, 미국은 4실점으로 무너졌다.

논란의 시작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발로건의 레드카드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레드카드의 의미를 정확히 몰랐다는 말까지 붙었다. 그래도 그는 판정이 끔찍했다고 봤고, 미국의 핵심 공격수를 살리는 방향으로 FIFA에 전화를 걸었다.
문제의 퇴장 장면을 본 사람들의 판단도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브라질 심판 하파엘 클라우스의 과거 논란까지 언급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FIFA는 클라우스의 전문성과 진실성을 옹호했다. 슬로모션 VAR로 접촉성 파울을 판단하는 방식까지 논쟁이 됐고, 레드카드 하나는 심판 평가와 정치 발언을 한꺼번에 끌어들였다.
FIFA는 절차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도 징계 판단이 독립 기구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유럽 축구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UEFA는 규칙의 확실성이 흔들렸다고 비판했고, 벨기에 측도 항소에 나섰다.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벨기에는 발로건이 뛰는 미국을 직접 상대해야 했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까지 규정의 선이 흐려졌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경기 결과는 아이러니했다. 미국은 발로건을 살렸지만 벨기에를 막지 못했다. 찰스 데 케텔라에르가 전반에 두 골을 넣었고, 한스 바나켄과 로멜루 루카쿠까지 골망을 흔들었다. 미국은 말릭 틸만의 골로 한 차례 균형을 맞췄지만 흐름을 오래 붙잡지 못했다. 1-4는 논란을 덮을 만큼 큰 스코어였다.
벨기에 선수들은 경기 뒤 더 거칠게 받아쳤다. 발로건 징계 유예를 동기부여로 삼았다는 말이 나왔고, 미국과 FIFA를 향한 조롱성 반응도 이어졌다. 벨기에 입장에서는 규정 논란을 스코어로 밀어낸 셈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정치적 개입 논란과 대패가 한꺼번에 남았다.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 쪽에서는 방어 논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은 판정 재검토 요구였고, FIFA의 판단은 별도 절차였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개최국 대통령과 FIFA 회장이 특정 선수의 징계 문제를 두고 통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회 신뢰를 흔들었다. 월드컵은 이미 경기장 밖 권력의 그림자를 안게 됐다.
발로건 개인에게도 잔인한 무대였다. 그는 뛰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미국의 공격은 벨기에 수비를 뚫지 못했고, 오히려 골키퍼와 수비진의 실수가 스코어를 벌렸다. 발로건은 대회가 끝난 뒤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징계 유예로 얻은 출전 기회는 90분 뒤 더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왔다.
공동 개최국의 전멸도 뒤따랐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모두 토너먼트에서 멈추며 북중미 월드컵의 개최국 흥행 구도는 깨졌다. 벨기에는 스페인과 8강을 준비한다. 미국은 경기력, 규정 논란, 정치 개입 프레임을 동시에 정리해야 한다.
발로건은 뛰었다. 미국은 졌다. 벨기에는 조롱했고, FIFA는 독립성을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옳았다고 주장했다. 월드컵의 규칙이 경기장 안 휘슬로만 움직이는지, 경기장 밖 전화 한 통에도 흔들리는지. 발로건의 레드카드는 미국의 탈락 뒤에도 계속 남아 있다. 개최국의 이익과 규정의 일관성이 같은 테이블에 올라온 순간, 논란은 경기 전부터 이미 커졌다. 벨기에전 완패는 논란을 끝낸 것이 아니라 논란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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