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을 꺾었던 멕시코 축구대표팀이 사령탑부터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나섰다. 이강인(25, 파리 생제르맹)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레전드 출신 라파엘 마르케스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멕시코축구연맹(FMF)은 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켈 아리올라 연맹 커미셔너는 오늘 라파엘 마르케스를 멕시코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는 2024년 8월 발표된 '프로젝트 2030'을 이어가는 결정이다"이라고 발표했다.
예고된 수순이었다. 마르케스는 지난 2024년 8월부터 아기레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 코치로 대표팀에 합류했고,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 운영 전반에 직접 참여했다. 월드컵 종료 이후 자연스럽게 지휘봉을 넘기는 승계 계획을 준비해 왔고, 최근 멕시코가 16강에서 여정을 마치면서 현실이 됐다.


FMF는 "이번 선임은 FMF가 마련한 제도적 비전에 따라 계획된 순조로운 세대교체의 일환이다. 지난 월드컵 주기 동안 이뤄진 작업을 이어가고, 멕시코 대표팀의 스포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며, 앞으로 예정된 국제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A조에 배정된 멕시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2-0 승), 한국(1-0 승), 체코(3-0 승)를 연달아 격파하며 3전 전승, 조 1위로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리그에서 3승을 거둔 건 멕시코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토너먼트에서는 경기력이 더 발전했다. 다소 답답한 공격력으로 아쉬움을 남기던 멕시코는 32강에서 에콰도르를 2-0으로 가볍게 완파했다. 훌리안 퀴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를 중심으로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멕시코는 16강에서 잉글랜드를 만나 2-3으로 패하며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우승 후보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잘 맞서 싸우며 저력을 입증했다. 마지막까지 잉글랜드를 위협하는 모습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결국 멕시코는 최종 9위로 대회를 마쳤다.
탈락 직후 아기레 감독은 예상대로 사퇴를 발표했다. FMF는 "아기레 감독과 모든 코칭스태프가 이번 대표팀을 이끄는 과정에서 보여준 헌신과 리더십, 프로 정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또한 그들이 남긴 확고한 노력과 대표팀의 정체성, 경쟁력은 다음 시대를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됐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제는 수석 코치로서 멕시코의 여정을 함께하던 마르케스가 지휘봉을 물려받게 됐다. 그는 멕시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마르케스는 선수 시절 멕시코 대표팀에서 FIFA 월드컵에 5회나 출전했으며, 1999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과 2003년, 2011년 CONCACAF 골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소속팀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라리가 우승 4회,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UEFA 슈퍼컵 우승, 코파 델 레이 우승, 스페인 슈퍼컵 우승 3회 등을 기록하며 구단 황금기를 함께했다.
마르케스는 은퇴 직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레알 알칼라 유소년팀에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바르사 아틀레틱 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2026 FIFA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기레 감독의 수석 코치로 합류하며 멕시코 대표팀의 준비 과정과 경기 운영, 선수단 발전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아기레 감독과 마르케스 수석코치의 멕시코에 허망하게 패하며 탈락했다.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한 뒤 이강인이 직접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부르는 아기레 감독의 영리한 전술 변화를 뚫어내지 못했다. 그 여파로 홍명보 감독이 사임했고, 연속성을 착실히 이어나가고 있는 멕시코와는 달리 급하게 다음 사령탑 선임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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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MF,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