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꺾었던 멕시코의 벤치가 바뀌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떠나고 라파엘 마르케스가 멕시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멕시코축구연맹은 9일(한국시간) 마르케스를 새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마르케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아기레 감독의 수석코치로 일했다. 2024년부터 준비된 승계 구도였고, 아기레의 세 번째 대표팀 임기가 끝나자 곧바로 앞자리로 이동했다.
아기레의 마지막 월드컵은 나쁘지 않았다. 멕시코는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이겼다. 남아공, 한국, 체코를 차례로 잡고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한국전에서는 후반 루이스 로모의 골이 승부를 갈랐다. 한국은 그 한 골을 끝내 지우지 못했고, 멕시코는 홈 팬들 앞에서 조별리그 흐름을 잡았다.

토너먼트에서도 멕시코는 바로 무너지지 않았다. 32강을 넘은 뒤 16강에서 잉글랜드를 만났다. 주드 벨링엄과 해리 케인에게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훌리안 퀴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가 따라붙었다. 아스테카의 함성은 경기 끝까지 살아 있었다. 그러나 한 골이 부족했고, 멕시코의 홈 월드컵은 16강에서 끝났다.

아기레는 한국 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을 지도했다. 2022년 지휘봉을 잡은 뒤 이강인을 전술 중심으로 세웠고, 이강인은 2022-2023시즌 라리가에서 6골 7도움을 기록하며 PSG 이적의 문을 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서로 다른 벤치와 유니폼으로 마주했다.
마르케스는 멕시코 축구의 상징 중 한 명이다. 현역 시절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대표팀을 이끌었다. A매치 148경기, 월드컵 5회 출전, 바르셀로나 시절 유럽 정상 경험까지 갖췄다. 멕시코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느끼는 압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얼굴이다.
감독 마르케스가 물려받는 팀은 완전히 무너진 팀이 아니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전승을 만들었고, 4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챙겼다. 아기레 체제 37경기 성적은 22승 9무 6패였다. 2024-2025 CONCACAF 네이션스리그와 2025 골드컵 우승도 남아 있다.
그러나 홈 월드컵 16강 탈락은 멕시코에 아쉬운 결말이다. 개최국 이점, 아스테카의 열기, 조별리그 전승까지 갖추고도 8강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르케스는 성과와 실망을 동시에 받았다. 2030년까지 이어지는 새 주기의 첫 숙제는 좋은 흐름을 대회 끝까지 끌고 가는 일이다.
멕시코는 늘 기대와 상처가 함께 따라다니는 팀이다. 조별리그에서는 강했고, 토너먼트에서는 자주 멈췄다. 안방 대회에서도 그 벽을 완전히 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젊은 선수들의 등장과 홈팬의 에너지로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잉글랜드의 결정력 앞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 교체는 실패의 벌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인수인계에 가깝다.

마르케스의 과제는 수비부터 시작된다. 선수 시절 그는 라인을 조율하고, 첫 패스를 넣고, 위험한 순간에는 몸을 던졌다. 감독으로도 그 색을 팀에 입혀야 한다. 멕시코는 홈에서 용감했지만 경기 후반 흔들리는 시간이 있었다. 강팀을 상대로 앞서거나 따라붙은 뒤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공격진 세대교체도 기다린다. 라울 히메네스 같은 베테랑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2030년을 향한 팀은 새 얼굴을 키워야 한다. 마르케스는 대표팀의 전설이면서도 유스와 스페인 무대를 거친 지도자다. 이름값보다 성장 속도를 봐야 하는 자리에 섰다. 전설의 명함만으로 4년을 버틸 수는 없다. 이제는 벤치에서 증명할 차례다. 시간표는 2030년이다.
한국에도 연결된 이야기다. 멕시코는 한국의 조별리그 흐름을 꺾은 팀이고, 아기레는 이강인의 옛 스승이었다. 이제 그 벤치는 마르케스에게 넘어갔다. 한국을 울렸던 멕시코의 월드컵은 끝났고, 다음 4년은 바르셀로나 출신 전설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203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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