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리즈를 보내고 5년 만에 드디어 넷플릭스에 'K' 브랜드가 어울릴 사극이 나타났다. 배우 남주혁의 군 전역 후 복귀작이자 노윤서, 조승우, 장영남까지 모인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 '동궁'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 분)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노윤서 분)이 왕(조승우 분)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조선을 연상케 하는 가상의 과거 왕국을 배경으로, 귀신과 인간의 세계를 오가며 궁에 얽힌 미스테리와 추악한 진실을 추적하며 미스터리 오컬트 스릴러 사극을 표방한다.
특히 '동궁'은 남주혁이 지난 2023년 디즈니+ 시리즈 '비질란테'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군 전역 후 복귀작이다. 같은 해 3월 군에 입대했던 남주혁은 '비질란테' 공개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만큼 액션으로 호평받은 '비질란테'의 반응을 부대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군대에 있을 당시 '동궁'의 대본을 받아 운명적인 기시감을 느끼며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4회까지 사전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만나본 '동궁' 속 남주혁은 공백기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듯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준다. '비질란테'에서 타격감 위주의 현대극 액션을 갈고 닦았다면, '동궁'에서는 칼을 휘두르는 사극 액션으로 한층 화려한 몸짓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귀의 세계와 인간이 있는 현실을 오가며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는 감정선 또한 준수하다.
무엇보다 노유서와의 케미스트리가 안정적이다.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야 하는 귀의 세계는 물론, 어떤 위협이 가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삼엄한 인간 세계, 더욱이 권력이 없다면 죽어야 나갈 수 있다는 궁궐에서 구천과 생강은 목숨과 모친의 죽음에 얽힌 비화를 걸고 궤를 같이 한다. 생사를 함께 하며 주고받는 우정과 사랑 사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설렘의 감정선이 두 남여 주인공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여기에 1994년생 남주혁과 2000년생 노윤서, 비주얼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나이대 배우들이 호흡한다는 점이 불편함 없는 시청 포인트로 작용한다. 최근 한국 작품들에서 유독 20대 여성 배우들과 30대를 훌쩍 넘긴 40대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다뤄져 비판을 자아내기도 했던 터. 미스터리 오컬트 스릴러라는 다소 마니아 성향 강한 장르를 표방한 만큼, 그 외의 시청에 대한 불편 요소를 최대한 거세한 제작진의 영리한 선택이다.

더불어 '동궁'은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성향의 복합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정통사극 수준의 고증을 선택적으로 보여준다. 옹주임에도 궁녀 수준의 지위와 구천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생강의 모습에서는 인물관계 중심에서는 다소 융통성 있는 고증을, 제례와 의복 등의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전통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고증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직관적인 비주얼 요소는 한국적 미학을 살리고 드라마의 감정선은 현대적인 요소를 강조한 모양새다.
그 덕분일까. 노윤서 또한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저주와 귀의 영향으로 모친을 잃고 옹주와 궁녀를 오가게 된 신분적 한계도 자연스럽게 몰입해 전개시킨다. 조승우, 장영남 등 베테랑 연기자들 역시 귀의 세계를 파헤쳐도 끝나지 않는 미스터리의 의뭉스러움과 정적에 대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분출하며 몰입감을 돕는다.
지난 2021년 '킹덤' 시리즈가 '킹덤: 아신전'으로 막을 내린 이후 5년. 다양한 흥행작과 출세작들이 등장했으나 정통 'K' 브랜드의 아성을 보여줄 사극 장르는 등장하지 않아 일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남주혁의 복귀작인 '동궁'이 그 자리를 꿰찰 모양새다. 미스터리 속에 반전을 품고 끝을 향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전개에 신구 연기자들의 빈틈 없는 연기, 한국적 매력을 살린 비주얼 속 현대적인 감정선의 조화가 흥미롭다.
오는 17일, 8부작 공개.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