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던진다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요.”
프로야구 올스타 휴식기를 지나가는 도중, 초대형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키움 히어로즈 선발 투수 하영민(31)이 8년 80억원이라는 금액에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8년이지만 80억원이라는 총액 기준으로 따지면 비FA 다년계약 기준으로 류현진(8년 170억원), 김광현(4년 151억원), 구창모(7년 132억원), 고영표(5년 107억원), 박세웅(5년 90억원)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큰 규모다.
하영민은 2014년 히어로즈에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입단해 통산 249경기 34승 40패 9홀드 평균자책점 4.96의 성적을 남겼다. 2024년부터 선발 로테이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2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해 9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올해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단은 “중장기 전력 구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수진을 구축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선수인 하영민을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전력으로 판단해 이번 계약을 추진했다”라면서 “하영민은 오랜 시간 팀과 함께 성장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프랜차이즈 선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책임감을 갖고 팀의 중심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길 바란다.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선수로 오랫동안 활약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영민은 오는 2027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FA까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았지만 키움과 하영민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맺었다. 2027년부터 시작되는 계약이고 8년 계약이 끝나면 마흔이다.
하영민과 비슷한 나이와 시기에 FA 자격을 얻게 되는 투수들은 이제 하영민의 계약이 바로미터이자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28)도 하영민의 계약을 남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위치다. 나균안 역시 2027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입단했을 당시, 나균안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포수로 2018~2019년 FA 등록일수를 채우면서 FA 취득 시기가 빨라졌다. 투수로 경력은 2021년부터다.
나균안은 선발 투수로서 훈장과도 같은 규정이닝 소화는 아직 한 번도 없다. 하지만 5이닝 이상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토종 선발 투수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2023년부터 풀타임 선발 보직을 받았고 이 해 23경기 130⅓이닝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를 받았다.

2024년에는 개인사 등으로 부침을 겪으면서 24경기 73이닝 평균자책점 8.51의 기록에 그쳤지만 2025년 반등, 28경기 137⅓이닝 3승 7패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 16경기 92⅓이닝 5승 7패 평균자책점 3.90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투수로 통산 155경기 22승 39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64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승리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만 순전히 득점지원과 관련된 문제였다. 아울러 상대 외국인 에이스급 투수들과 맞붙는 매치업상의 불운도 있었다. 지난 2025~2026시즌 나균안의 득점 지원은 불과 2.40점으로 리그 선발 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였다. 대신 팀 기여도는 높았다. ‘스탯티즈’ 기준 투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를 따지면 나균안은 리그 15위에 해당한다(5.48). 10개 구단의 2~3선발급 투수의 기여도를 보여줬다.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나균안으로서도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주장해볼 수 있는 현재까지의 모습이다. 롯데 역시도 2022시즌이 끝나고 박세웅과 맺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바 있듯이, 나균안의 가치도 저울질 하고 있다. 현재 롯데 선발진에서 나균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생각하면 다년계약을 추진해도 이상하지 않다. 더군다나 박세웅의 5년 계약도 2027시즌 이후 끝난다. 나균안과 시기가 겹친다. 동시 협상이 힘들다면 선택을 통해서 협상의 난이도를 낮추는 방향성도 고민해야 한다.

나균안 역시도 롯데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또 기다리고 있다. 나균안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 끝난 뒤 다년계약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제가 잘 던진다면 구단에서도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