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보다 행동으로...케인, 잉글랜드 역대 최고 주장 반열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15 22: 23

해리 케인(33)은 잉글랜드 대표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강렬한 연설이나 거친 카리스마 대신 경기력과 태도, 책임감으로 동료들을 이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15일(한국시간) "해리 케인은 어떻게 잉글랜드의 위대한 주장 중 한 명이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케인의 리더십과 대표팀 내 영향력을 조명했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기자회견에 나설 때마다 케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취재진이 경기마다 바뀌어도 궁금증은 비슷하다. 잉글랜드 주장 케인은 어떤 선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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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와 8강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도 케인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투헬 감독은 "매 경기 케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우리 경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를 설명할 단어와 표현이 부족할 정도"라며 "그는 우리의 리더이자 주장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인다. 현재 인생 최고의 몸 상태이며 선수 경력의 정점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케인은 팀을 먼저 생각한다. 모두를 이끌고 밀어붙일 준비가 돼 있다. 책임을 받아들이고 경기력을 보여주며 팀을 돕는다. 그를 주장으로 두고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케인이 잉글랜드 주장 완장을 차는 모습은 이제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는 최근 5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잉글랜드를 이끌었다. 아르헨티나와 2026 북중미 월드컵 4강전에서는 개인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준결승에 주장으로 나선다.
케인이 처음부터 전통적인 잉글랜드 주장상에 부합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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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전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케인을 주장으로 선임했을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다. 그는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이자 뛰어난 골잡이였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투지를 전면에 드러내는 이른바 ‘불도그형 리더’와는 거리가 있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주장이라는 자리는 오랜 시간 특별한 상징성을 지녀왔다.
1966년 월드컵 우승을 이끈 보비 무어는 잉글랜드 주장의 기준으로 남아 있다. 당시 알프 램지 감독은 무어를 두고 "나의 주장, 리더, 오른팔이었다. 팀의 정신이자 심장과 같은 존재였다"라고 평가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4강에서는 부상으로 이탈한 브라이언 롭슨 대신 테리 부처가 주장 완장을 찼다. 부처는 피 묻은 붕대를 머리에 감고 뛰었던 이미지와 함께 강인한 잉글랜드 주장상의 대표적인 인물로 기억된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2018년 주장을 골라야 했을 때 후보는 케인과 게리 케이힐, 조던 헨더슨이었다.
헨더슨은 경험과 희생정신, 동료들에게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리더로 평가받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케인을 선택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7년 6월 잉글랜드 선수단이 영국 해병대와 진행한 단합 훈련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해병대 관계자들에게 선수단에서 가장 뚜렷한 리더십을 보인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고, 이들은 케인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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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케인을 주장으로 임명하며 "케인은 뛰어난 인격을 갖췄다. 철저한 프로 선수이며 매일 기준을 제시한다"라며 "자신에 대한 믿음과 높은 기준을 갖고 있고, 다른 선수들을 함께 이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장 역할에 적응했다. 팀 회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선수단을 대표하는 위치에도 익숙해졌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할 정도로 자신감도 커졌다.
에릭 다이어는 당시 "케인이 행동하는 방식과 훈련하는 태도, 경기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좋은 주장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라고 평가했다.
케인의 리더십은 화려한 연설보다 성실함과 전문성, 높은 목표를 통해 동료들을 움직이는 방식에 가깝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함께 뛰었던 토마스 뮐러 역시 "케인은 책임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을 챙기는 것도 주장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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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카요 사카는 2020년 10월 처음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집됐을 당시를 떠올리며 "케인이 내 어깨를 감싸고 말을 걸어줬다. 내 상태가 어떤지 물었다. 그 덕분에 훨씬 빠르게 적응했고 다른 선수들 앞에서 편안하게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케인에게도 어려운 시기는 있었다.
그는 허리 부상을 안고 유로 2024에 출전했고 대회 내내 경기력이 떨어졌다. 스페인과 결승전에서는 후반 15분 교체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당시 "케인에게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충분한 경기 감각 없이 대회에 합류했고,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이후 케인은 선수와 주장으로서 다시 성장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떠난 뒤에도 케인은 자신이 선발로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 부상이나 휴식으로 결장한 경기에서는 존 스톤스와 카일 워커, 데클란 라이스, 헨더슨, 마크 게히가 대신 팀을 이끌었다.
월드컵이 시작된 뒤에는 다시 모든 경기에서 케인이 선두에 섰다.
케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바이에른에서 공식전 51경기 61골을 기록하는 놀라운 시즌을 보냈다. 월드컵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발롱도르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월드컵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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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고, 파나마전에서는 추가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 남자 선수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콩고민주공화국전에서는 강력한 헤더와 정확한 마무리로 멀티골을 기록하며 잉글랜드를 다음 라운드로 이끌었다. 공동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한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는 후반 페널티킥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주장으로서 경기 외적인 질문에도 답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를 친 일부터 노르웨이전 이후 투헬 감독과 주드 벨링엄의 발언으로 불거진 대표팀 내 긴장설까지 다양한 문제를 직접 정리했다.
동료들은 케인을 '스킵'이라고 부른다. 조던 픽포드는 케인이 기자회견에 갑자기 나타나자 '스킵독'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골프를 잘 치는 선수라는 농담도 오간다. 골키퍼 제이슨 스틸이 핸디캡 0, 케인이 핸디캡 2 수준으로 알려졌다. 편안한 농담 속에서도 동료들이 케인에게 보내는 존경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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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링엄은 파나마전이 끝난 뒤 "케인과 함께 뛴다는 것은 영광"이라며 "내게 그는 잉글랜드 역대 최고의 선수다. 다른 어떤 잉글랜드 선수보다 중요한 순간에 더 많이 모습을 드러냈다"라고 말했다.
앤서니 고든은 케인을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선수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라이스는 훗날 자신의 아이들에게 케인과 함께 뛰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인은 2024년 11월 자신의 리더십 철학을 직접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선수들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대표팀 분위기가 편안하기를 바랐다. 누구와도 자유롭게 대화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뛰고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하기보다는 웨인 루니와 위고 요리스, 마누엘 노이어, 요주아 키미히, 뮐러, 데이비드 베컴 등 자신이 배운 주장들에게 공을 돌렸다.
게히는 케인의 리더십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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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케인은 행동으로 이끈다. 항상 침착하고 편안한 선수"라며 "그의 실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른 선수들도 침착하게 만들어준다. 케인 같은 선수가 있으면 모든 일이 쉬워진다"라고 말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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