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가 직접 선호한다고 밝힌 적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아르헨티나에 유리한 심판으로 분류한 인물도 아니다. 특정 심판이 맡은 경기에서 메시가 모두 승리했다는 기록만으로 영국 언론은 그를 ‘메시가 가장 좋아하는 심판’이라고 표현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리오넬 메시가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준결승을 앞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판을 배정받았다. 대회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라고 보도했다.
FIFA는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 주심으로 미국 국적의 이스마일 엘파스를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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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 태어난 엘파스는 코리 파커, 카일 앳킨스 부심과 함께 경기를 진행한다. 대기심은 이탈리아의 마우리치오 마리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엘파스가 잉글랜드 또는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맡는 것은 처음이다.
엘파스는 앞서 네덜란드-일본전, 스페인-우루과이전, 노르웨이-브라질전을 담당했다. 이번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은 그의 이번 대회 네 번째 경기다.
여기까지는 확인 가능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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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메일이 엘파스를 '메시가 가장 좋아하는 심판'으로 규정한 근거는 두 사람의 과거 기록이다. 엘파스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 당시 대기심을 맡았다.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우승했다.
메시가 2023년 7월 인터 마이애미에 입단한 뒤에는 엘파스와 직접 만나는 횟수도 늘었다. 엘파스는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입단 한 달 뒤 열린 내슈빌과의 리그스컵 결승전 주심을 맡았다. 메시는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인터 마이애미는 1-1로 맞선 뒤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10-9로 승리했다. 메시는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성공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시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 엘파스가 주심을 맡은 경기는 총 네 차례였다. 메시의 소속팀은 네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메시는 리그스컵 결승전을 제외한 나머지 세 차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경기에서 총 4골을 넣었다.
문제는 이 기록이 곧바로 '메시가 좋아하는 심판'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메시는 엘파스를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엘파스가 메시 또는 인터 마이애미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구체적인 근거도 기사에는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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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스가 주심을 맡은 경기에서 메시의 팀이 네 차례 모두 이겼다는 기록은 존재한다. 해당 승리들이 심판의 판정 때문에 나왔다는 증거는 없다. 승리 기록과 심판의 편향성을 연결하는 것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처럼 해석한 주장에 가깝다.
데일리 메일은 엘파스의 카드 기록도 소개했다.
엘파스는 이번 시즌 월드컵 개막 전까지 MLS 10경기에서 옐로카드 41장과 레드카드 3장을 꺼냈다. 페널티킥은 세 차례 선언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세 경기 동안 옐로카드 8장과 레드카드 1장을 기록했다.
스페인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는 판정 논란도 있었다. 경기 막판 우루과이 미드필더 아구스틴 카노비오가 파우 쿠바르시를 향해 높은 태클을 시도한 뒤 퇴장당했다.
스페인 언론은 엘파스가 거친 경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니콜라스 데 라 크루스의 태클로 니코 윌리엄스가 다친 장면에서도 보다 강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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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와 브라질의 경기에서는 크리스토페르 아예르가 마테우스 쿠냐를 넘어뜨린 장면에서 처음에는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VAR) 이후 판정을 번복해 브라질에 페널티킥을 줬다. 브루노 기마랑이스의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혔다.
이처럼 엘파스가 맡은 경기에서 논란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해당 판정들이 메시 또는 아르헨티나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데일리 메일은 엘파스 배정 소식을 아르헨티나를 둘러싼 월드컵 음모론과 연결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16강에서 이집트, 8강에서 스위스를 꺾었다. 두 경기 모두 판정과 관련한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집트전에서는 이집트의 득점이 VAR 판독을 거쳐 취소됐다. 경기 막판에는 모하메드 살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훌리안 알바레스와 접촉한 뒤 쓰러졌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33분까지 0-2로 끌려가다가 3-2로 역전했다. 엔소 페르난데스가 추가시간 결승골을 넣었다.
경기 후 호삼 하산 이집트 감독은 FIFA가 메시와 아르헨티나를 대회에 남기기 위해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하산 감독은 "우리가 더 잘했지만 축구는 불공평했다. 지난 월드컵 우승팀과 메시가 대회에 남기를 원하는 마케팅의 문제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챔피언을 향한 지원이 모든 방향에서 나왔다. 이것은 지원과 마케팅"이라며 "오늘 우리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집트의 모스타파 지코도 "심판은 공정하지 않았다. 우승컵은 이미 정해졌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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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전에서는 브릴 엠볼로가 후반 27분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장면이 논란이 됐다. VAR 검토 뒤 엠볼로가 레안드로 파레데스에게 반칙을 당한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번 대회에 도입된 새 규정에 따라 잘못된 선수에게 경고 또는 퇴장이 주어진 경우 VAR을 통해 판정을 수정할 수 있었다.
스위스 수비수 마누엘 아칸지는 경기 후 "모든 사소한 판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내려졌다. 이렇게 일방적인 경기는 경험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무라트 야킨 감독도 심판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표현했다.
이집트와 스위스가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이를 근거로 FIFA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위해 대회를 조작하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데일리 메일은 기사 전반에 걸쳐 '대회 조작', '음모론', '메시 편애'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FIFA의 반론도 담았다.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이집트전 이후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콜리나는 "근거 없는 의혹은 축구에 있을 자리가 없다. 누구도 월드컵 심판들의 도덕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FIFA 심판진이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조차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심판들은 정직하게 판정하며 선수와 감독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론의 분량은 적지 않았다. 기사 전체의 중심은 FIFA의 해명보다 메시와 아르헨티나를 둘러싼 의혹에 맞춰졌다.
제목에서 엘파스를 '메시가 가장 좋아하는 심판'으로 규정하고, 메시가 엘파스의 경기에서 모두 이겼다는 기록을 제시한 뒤 이집트와 스위스의 판정 논란을 연달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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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가 음모론을 부인했다는 사실도 소개했지만, 독자가 '정말 아르헨티나에 유리하게 대회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도록 만드는 구조다.
기사에 담긴 개별 사실이 모두 거짓인 것은 아니다. 엘파스가 준결승 주심을 맡은 것도, 메시의 팀이 그가 담당한 네 경기에서 모두 이긴 것도, 이집트와 스위스가 판정에 항의한 것도 사실이다.
각각의 사실을 이어 '메시가 좋아하는 심판이 아르헨티나의 준결승을 맡는다'는 결론을 만든 과정에는 상당한 비약이 존재한다.
메시가 엘파스를 좋아한다는 직접적인 발언은 없다. 엘파스가 메시에게 유리한 판정을 반복했다는 분석도 없다. 네 경기 전승이라는 결과만으로 특정 심판을 메시의 '가장 좋아하는 심판'으로 표현한 것은 과장에 가깝다.
판정 논란과 음모론의 존재를 전달한 기사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사건과 기록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의혹을 증폭시킨 탭로이드식 보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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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준결승은 엘파스의 판정 하나하나에 평소보다 더 많은 시선이 쏠리는 경기가 됐다. 이는 FIFA의 심판 배정 자체보다 이를 '메시가 좋아하는 심판의 등장'으로 규정한 보도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