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진 노모 히데오를 찾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한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가면 된다.
노모뿐만 아니라 중국 출신 '만리장성' 야오밍도 발견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조지 클루니, 키아누 리브스 등 할리우드 특급 스타들과도 조우가 가능하다. 비시즌인 겨울에는 한국 출신 빅리거는 물론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허구연 MBC 해설위원 등 야구인들도 이곳을 여러 번 찾은 적이 있다.
LA 시내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올림픽가에 위치한 '조선갈비'는 여러 모로 주목받는 식당이다. 갈비와 냉면을 주로 제공하는 한식당이란 점에선 코리아타운에 자리잡은 수많은 음식점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은 '격'을 달리한다. 단지 음식을 맛깔스럽게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깔끔하고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8000 평방피트에 달하는 넓은 면적도 이곳의 자랑이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외부를 따라 내부로 들어서면 "한인타운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호화스런 장식이 손님을 기다린다. 리처드 커츠 린퀴스트라는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곳으로 미국과 영국의 각종 건축잡지에 단골로 소개된 전력이 있다.
맛깔스런 음식과 멋진 건축물. 그래서 조선갈비는 한때 캘리포니아 전체 레스토랑 가운데 '톱10'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을 만큼 LA의 명물로 꼽힌다. 이곳은 주중에는 6대4 정도로 한인 손님이 많고 주말에는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 찾아오는 외국인 손님이 60% 정도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한류스타 배용준이 앉았던 테이블은 일본 팬들의 주된 '공략대상'이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본 현지에서 예약하고 미국을 방문하는 일본 손님이 적지 않다.
식당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지영필 사장의 부인 지경미 씨의 돋보이는 홍보 전략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초창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그는 일본 현지에 광고를 게재하면서 LA뿐 아니라 태평양 건너까지 시장을 개척했다. 요즘은 중국 현지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LA 타임스 등 미국 내 유력지에도 조선갈비는 여러 번 소개됐다.
LA의 미식가라면 누구나 안다는 이곳은 '깔끔한 분위기'를 모토로 삼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유명한 손님이 오더라도 쉽게 그 손님에게 접근할 수 없다. 보통 손님과 식당 직원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아는 척'을 하는 미국 내 일반 레스토랑과는 다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지 사장의 지론 때문이다.
"유명인이든 일반 손님인든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목적은 한 가지입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는 것이지요. 손님의 즐거움을 우리가 빼앗을 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분들이 찾아오셔도 절대 식사를 방해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합니다".
이 같은 환경 덕분에 이곳은 각종 비즈니스 장소로도 애용된다. 미국 현지채용을 실시하는 몇몇 한국 대기업도 이곳을 신입사원 면접 장소로 자주 이용한다.
지영필 사장의 설명을 듣다보면 요식업에 관한 그만의 철학이 느껴진다. 1982년 혈혈단신으로 도미한 그는 2주 만에 지금 조선갈비 자리에 위치한 강서회관에서 주방일을 시작하면서 음식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말 그대로 온갖 고생을 경험한 뒤 1985년 '소공동 순두부'를 개업해 오너로 거듭한 그는 순두부 산업을 LA에서 크게 성장시킨 주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고기로 업종 전환을 단행, 조선갈비를 차렸다. 임대료가 워낙 비싸 한때 고전했지만 8년 전 웨스턴 거리 맞은 편의 현재 장소로 이전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종업원으로 출발한 장소를 16년 뒤 인수해 손꼽히는 레스토랑 오너로 탈바꿈한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이다.
조선갈비의 성공요인을 지 사장은 두 가지로 들었다. 우선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해 야심차게 선보인 멋진 건물, 둘째는 소갈비로 대표되는 특화된 메뉴다. 이 가운데 고기에 대한 정성이야 말로 지 사장의 오늘이 있게 한 요인이다. 쇠고기의 종류와 특징, 좋은 소와 그렇지 않은 소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단지 고기를 넘어 소에 대한 애정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고기는 전체 소 가운데 2%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프라임급을 주로 사용한다. 고기의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생갈비와 생등심은 프라임, 양념갈비는 초이스로 만든다.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양념갈비. 갈비의 육질을 연하게 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과일재료 등 '첨가물'을 철저히 배제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손님이 많이 찾는 대형 음식점의 특징도 조선갈비의 성장에 한 몫 톡톡히 했다. 지 사장은 "많은 손님이 고기를 자주 드시다 보니 재료 순환이 잘돼 재고가 적다. 이 때문에 매일 신선한 재료로 갈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손님이 많은 만큼 직원수도 만만치 않다. 한국 중국 멕시코 아르메니아 아프리카 등 '다국적군'으로 구성된 80여 명의 직원이 1년 365일 내내 손님을 맞는다. 주방장은 경력 15년의 김상립 씨. 외부에서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유명 주방장을 영입하는 대신 지 사장이 비법을 직접 전수했다. "내 손으로 만든 고기맛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지 사장만의 고집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음은 물론이다.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등 LA를 거쳐간 한국 선수들은 물론 LA 레이커스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유명 선수를 직접 만나본 지 사장은 물론 스포츠팬이다. 한국 선수가 다저스에서 활약할 때는 틈만 나면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응원을 하기도 했다. 지 사장은 "우리 선수들이 잘 하면 저도 힘이 납니다. 한국의 위상이 올라갈 수록 교민들의 어깨도 펴지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우리 식당에서 갈비를 먹은 선수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이유 있는'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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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풍의 멋을 지닌 의 외관. 담쟁이 덩굴이 인상적이다. /LA=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
갈비를 즐기고 있는 조선갈비집의 매니아 손님들. /LA=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
조선갈비가 자랑하는 갈비 메뉴와 갈비를 다듬고 있는 현지 주방 직원. /LA=주지영 특파원 jj0jjo@osen.co.kr
미국 현지 신문에 소개된 조선갈비. /LA=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