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SK 신영철 사장 스포테인먼트, 내년에도 신바람낸다
OSEN 기자
발행 2007.12.31 12: 27

해체 위기를 맞았던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이 KT의 인수 발표로 국내 프로야구는 한고비를 넘긴 듯하다. 아직도 넘어야할 산은 많긴하지만. 하지만 신생구단이 유명 스타가 자신의 몸값으로 요구하는 금액보다도 못한 60억이라는 헐값으로 결정 되면서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씁쓸하기만 하다. 또 서울 연고의 LG와 두산 구단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2008년 새해 벽두부터 프로야구계는 한동안 시끄러울 전망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일년 간의 총결산의 자리에 참석하며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외치고 있는 인물은 SK 와이번스의 신영철(52) 사장이다.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 정규시즌 1위에 이어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한국시리즈 첫 우승으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SK지만 팀 성적에 비해 개인상(골든글러브 포수부문) 수상자는 박경완 단 한 명. 그것도 우승팀 소속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 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SK는 각종 시상식 자리에서 빛나는 수상자를 배출하진 못했지만 경기 외적인 프론트 시상부문에서 모조리 상을 휩쓸었고 그 중심엔 신영철 사장의 행보가 빛난다.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그 어느 해 보다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신영철 사장을 만났다. 인터뷰 스케줄을 몇 번이나 조절해 어렵게 만난 신영철 사장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헤어 스타일과 패션 스타일로 약속장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올 한해 귀에 못이박히도록 들어왔던 이 새로운 합성어가 과연 무엇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신사장은 한마디로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나아가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을 야구장 안에서 펼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전문가인 신 사장은 2005년 SK 프로스포츠단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국내 프로 스포츠의 안일한 자세가 처음엔 의아했다고 전했다. “붕괴 직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구단의 만성 적자는 말 할 것도 없고 팬이 찾아 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신영철 사장이 주장하는 모토는 기존 구단이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팀 성적이 관중 증가는 아니라는 사고로 목표를 우승이 아닌 팬의 가치를 높이는 구단이 되겠다며 일종의 인식의 전환의 발상을 도입한 것이다. “구장을 찾아 주는 팬들이 단지 야구가 좋아 찾아오는 걸로 만족해서는 안되죠. 찾아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안일하게 기다리고 왔다는 걸로 끝나서는 안되죠. 또 찾게 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기본 원칙은 같지만 형식에 그친 팬 끌어 모으기가 아닌 왜 해야 하고, 왜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지를 구단 직원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첫 번째 수행 과제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2006년 10월 15일로 되돌아 가보자. 김성근 감독의 취임식 현장은 인천 시청에서 이뤄졌다. 팬들의 환영 플래카드가 넘쳐났고 직접 지켜보는 300여 명의 팬들과 함께 식은 진행 되었다. 이색적으로 실시간으로 인터넷 생중계가 이뤄졌고 김성근 감독 이하 새롭게 뭉친 코치는 팬과의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식이 모두 끝난 뒤에도 한동안 팬들과 시간을 보냈다. 김성근 감독은 팬 각각의 요구 사항과 바람을 성의 있게 전해 들으며 ‘열심히 최선을 다할 것이니 야구장에 많이 찾아 달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김성근 감독의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신영철 사장은 처음으로 스포테인먼트를 소개하며 우승보다는 재미와 감동을 주겠노라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시즌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 SK의 변화의 바람은 다양하고 신선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가로 전광판 설치라던가 외야석 백스크린의 분수쇼, 동영상 전광판 등 구장은 물론이고 시즌 직전 인천 앞바다에서 열린 유람선 출정식 등 투자와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신 사장은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코치 체제를 발표한 직후 이미 ‘스포테인먼트’에 대한 사전 준비와 구상을 모두 끝마친 상태였으며 이것에 대해 김성근 감독과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변화를 수용한 프론트의 노력도 눈에 띈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라운드를 쳐다보지 마라. 상품을 선택하고 있는 관중에게 눈을 돌려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바라는 지 끊임없이 고민하라.” 신 사장의 요구사항은 경기 시작 전부터 끝 날 때까지 이어졌고 비시즌에는 워크숍과 세미나를 통해 의식전환에도 시간을 투자했다. “프론트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이라 우리 직원들이 힘들었죠. 아직은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차차 더 진화 될 것이고 또 그렇게 되야 합니다.” 인천의 인구수는 260만 명이다. 2007년 문학구장에서 열린 63경기를 찾은 관중은 65만 6426명. 인천시민 4명중 한 명은 야구장을 방문한 셈이다. 인천 프랜차이즈 구단 가운데 역대 최다의 관중 돌파는 물론이고 작년 대비 무려 98% 증가, 평균 관중 1만 명을 넘어서면서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관중 증가율 1위다.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이뤄낸 국내 프로야구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 “내년, 내후년 계속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꾸준히 고민해야 합니다. 구매자들의 입맛을 계속 맞추는 일이 쉽진 않지만요(웃음).” 신 사장은 내년 목표는 평균 관중 1만 5000명이라며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8개 구단 체제로 간다고 가정한다면, 그가 세운 목표는 총 관중 90만 명이다. 주변 도시를 감안해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올해 이룬 기록 역시 어려워 보였던 수치다. 팀 성적이 좋아 가능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지만 선수단과 프론트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한 방향을 향해 뛰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팀 성적이 관중 증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중 증가가 팀 성적 상승을 낳는다는 논리를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2007년 프로야구 최대 히트 상품인 ‘스포테인먼트’가 반짝 유행이 아닌 스테디 상품으로 국내 프로스포츠의 근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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