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활이 한 부부의 인생을 명중시키고 있다. 2001년 인도네시아 빈탄의 한 리조트에서 처음 양궁을 접한 최준혁(38), 이지혜(33) 부부는 그 날 이후 지금까지 양궁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필자가 이 부부를 만난 곳은 인천양궁 클럽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연습하는 인천시 계양구 문화회관 근처 산턱에 위치한 양궁 연습장이었다. 그곳은 현재 계양구청 선수단의 훈련 연습장이기도 한데 선수들 훈련이 없는 휴일엔 개방해 동호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양궁을 즐긴다고 말하면 의아해 하고 신기해 하죠. 그리고 ‘어디 한번 해볼까’하며 의욕을 보이지만 정말로 시작하는 분은 많지 않아요.” 최준혁 씨는 주변에서 양궁이 ‘특이한’취미생활로 여겨지는 이유를 눈에 잘 띄는 곳에 양궁장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외국에 나가 보면 양궁장이 넓은 평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곳처럼 산을 올라 와야 겨우 볼 수 있으니까 일반인들이 찾아 오기 조차 힘들죠. 가까이 있어야 관심을 끌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부인 이지혜 씨 역시 활 쏠 마땅한 곳이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깝다며 자주하는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평평하고 넓은 땅만 보면 우리끼리 그래요. 로또 되면 여기 땅 사서 양궁장을 지어야지 하고요(웃음).” 서서 하기 때문에 운동량은 많아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근육은 계속 긴장상태가 이어지고 집중력이 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크다며 양궁의 장점을 소개했다. 양궁 활의 종류에는 크게 리커브와 컴파운드 두 가지가 있는데 올림픽 종목인 리커브는 활의 크기나 무게가 일반인이 다루기 어렵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컴파운드는 도르레 등의 보조장비가 달려 있고 활의 크기와 무게가 작아 일반인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컴파운드는 일반적으로‘석궁’이라고 불리는데 리커브에 비해 국내에는 엘리트 선수가 많지 않아 전국체전을 포함 각종 대회에는 엘리트 선수와 일반 동호인이 함께 출전해 실력을 겨룬다. 이 부부는 현재 동호인자격으로 전국체전에 2회 연속 출전 중이다. “미리 휴가를 언제 쓸지 정해 놓죠. 올해 전국 체전은 전남 순천에서 열립니다. 당연히 참가 할 계획을 짜 놓았죠.” 2008년 무자년 올해 역시 전국체전을 목표로 합숙훈련(?) 중이라는 이 부부는 체전뿐만 아니라 각종 대회가 열리는 장소를 찾아 다닌다고 했다. 최준혁 씨는 처음 활 쏘기에 입문 할 때 성급하게 장비를 마련하기 보다는 “전문가나 동호인들에게 조언을 구한 뒤 장비 구입을 한다면 후회 없을 것”이라면서 일단 자신의 신체에 맞는 장비를 마련하면 반 영구적으로 사용가능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경제적인 부담도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습 역시 무료이고 가장 경제적인 운동우동”이라고 힘줘 강조했다. 연습한 만큼 결과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열심히 할 의욕이 커진다는 이 부부에게‘커플이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운동’이라며 필자가 호들갑을 떨자 꼭 그렇진 않다며 의외로 부부간의 갈등도 생긴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일단 점수를 따질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기 때문이란다. 점수가 낮은 쪽이 설거지나 청소 같은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내기를 하는데 최준혁 씨 보다는 부인 이지혜 씨 쪽이 불만이 큰 듯 보였다. 동시에 시작했지만 대회 출전 후 메달권 안에 들면서 실력이 늘고 있는 남편에게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왜 같이 시작했는데 남편이 더 잘할까? 샘도 나고 은근히 화도 나요. 저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오기도 생기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부족한 것을 지적해 주고 격려도 해주고 그래요. 우리는 동반자이자 동시에 경쟁 상대랍니다.” 체격과 체력 혹은 나이와 상관없이 기록을 점수로 환산 가능하다는 점에서 부부끼리 경쟁이 결국 실력을 쌓는 자극제가 되는 셈이다. 끈끈한 부부애를 과시하는 이 부부의 알콩 달콩 양궁 이야기를 듣다보니 은근히 부러웠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이 축복 받은 부부의 바람대로 전국체전 남녀 공동 우승의 그날이 꼭 오길 바란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