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61), 김성근(66), 그리고 제리 로이스터(56)…. 내가 감히 대선배인 김인식 한화 이글스 감독이나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을 평할 수 있을까?
못한다 절대로. 두 선배들의 야구를 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또 평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 야구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나는 이분들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에 대해서 궁금한 팬들의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해보겠다.
우리는 흔히 한국야구, 일본야구 또는 메이저리그식이라 말하면서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어느 야구가 우수한가는 리그의 볼륨이나 역사로 또는 관중수로 미국이나 일본이 앞서고 있지만 뒤따라가는 우리 한국야구도 그 동안 훌륭한 지도자와 선수들 덕에 많이 거리를 좁힌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지구상 최고라는 미국과 일본야구를 WBC에서 연달아 격파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았다(그 전에 간혹 이긴 적이 있었지만 아마추어 경기였고). 김인식 감독은 그 때부터 국민 감독으로 칭송을 들었고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야구의 역사가 프로만 따져도 벌써 27년째로 접어들었다. 나이로 따져도 한창 힘을 쓸 수 있는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숱한 선수들을 키워왔다.
프로 초창기 김봉연, 김재박, 김용희, 김우열, 윤동균, 박철순 등을 지나 선동렬, 최동원, 한대화 등의 시대를 거쳐서 장종훈, 이승엽, 박찬호, 양준혁, 이종범, 김동주 등 최근 은퇴했거나 아직도 뛰고 있는 고참 선수들에 이어서 신진세대인 김광현, 이대호, 강민호, 박진만, 김태균 등 현역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야구는 어떤 스타일인가?
내가 생각하는 한국야구는 약간 미국식에 가까운 야구라 할 수 있다. 그때 그때 감독의 취향에 따라서 바뀌기야 하겠지만 근래의 대표팀 감독 4인의 스타일에서 찾아보자.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응룡 감독, 도하 아시안 게임의 김재박 감독, WBC에서 4강의 반열에 들었던 김인식 감독,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통과하고 8월 본선 진출에 성공한 김경문 감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성향을 살펴 보면 객관적인 평가에서 김응룡, 김인식,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은 한국야구임은 분명하지만 미국야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김재박 감독만 일본식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일본식은 무엇이고 미국식은 무엇인가. 빅 볼과 스몰볼로 통하는 양국 리그의 성격을 이야기 해보겠다.
나는 2001년과 2002년을 미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에서 연수를 하였고, 2002년 오릭스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여 일본야구도 조금은 맛보았다.
이들의 야구는 우리와는 차이가 분명히 있었으며 그 차이는 감독들의 경기운영 스타일도 있겠지만 야구를 배우는 과정이 더욱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한다.
빅볼의 미국야구는 7~10살 정도부터 시작을 한다. 우리말로 동네야구를 하는 것이다. 10살부터 시작하는 야구는 고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포니리그(리틀야구)를 통해서 선수를 선발하여 학생야구로 발전을 한다.
이들은 우리처럼 어릴 때부터 번트나 포크볼을 배우질 않는다. 다만 빠르게 던지고 강하게 치는 것만 배우는 것이 미국야구의 어린 시절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콧수염이 나오고 팔다리에 근육이 형성 될 때부터 변화구와 번트를 배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이때부터 남성 홀몬이 나오고 단백질이 근육을 만든다).
미국에서 야구를 배운 아들(한화 유원상)은 고교 1학년 때 학교 대표선수들이 뛰는 4학년 반에서 에이스 노릇을 했다. 이유는 한국에서 야구의 기본기는 물론이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지며 많은 경기를 통해서 경험이 그들보다 많았기 때문에 문제없이 잘 던질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야구의 승부를 배우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야구를 프로에서 배운다. 루키 리그부터 싱글A 2A, 3A를 거치면서 야구를 배우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은 마이너에서 4~5년을 썩는 것은 야구의 기본기와 경기에 나가서 이길 수 있는 몸의 상태나 승부욕 등을 다시 배우는 기본적인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이들은 빅볼, 즉 빅리그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들의 번트 연습은 타격훈련을 하기 전에 좌우로 한두 개씩 보내는 정도의 기본적인 동작만할 뿐이다(큰 경기 전에는 다시 시간을 만들어서 번트 연습을 한다).
일본야구의 대명사인 스몰볼은 단기전에서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야구는 WBC에서 빅볼의 미국이나 남미 야구를 제치고 우승했다.
빅볼을 추구하는 미국야구도 단기전에선 스몰볼을 구사한다. 초반부터 번트를 대고 8, 9회는 전날 완투했던 투수를 투입도 한다 (월드시리즈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스몰볼은 일본의 경우 페넌트레이스 첫 게임부터 나타난다. 수시로 번트를 대고 감독의 작전에 의한 야구를 하며 이기기 위해서 스퀴즈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는 초등학교 4학년무렵부터, 10살 정도에 야구를 시작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이나 같다. 우리는 5학년이 되면 피칭을 한다. 커브나 슬라이더 다 던진다. 이때부터 기계에서 나오는 볼에 번트 연습을 한다. 번트 잘되는 선수가 대접을 받고 희생타라하여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칭찬을 받는다.
중학생이 되면 팀에서 한두 명은 병원에 간다. 왜? 어깨나 팔꿈치가 아파서, 또는 허리나 무릎이 아파서. 물이 고 부어오르고 심하면 수술도 한다.
이런 고난을 이겨야만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선수가 된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은 선수들의 성장 과정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야구 스타일이 빅볼이다 스몰볼이다 갈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미국야구가 빅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스몰볼의 일본야구가 번트를 중요시하고 작전에 의한 야구를 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는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그런 교육을 받아서 그런 식의 야구를 하는 것이지 감독에 의해서 빅볼과 스몰볼이 갈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 한국 야구에서는 감독에 의해서 빅볼과 스몰볼로 갈라지는 경우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나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처럼 일본이나 미국에서 자라왔고 그곳에서 교육과 선수 생활을 했다면 감독의 성향이 훨씬 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선수단 구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이 스몰볼을 할 수 있겠는가? 김태균, 이범호가 번트나 도루를 할 수 있겠는가?
한화의 선수 구성은 빅볼에 맞고 감독은 선수 스타일이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간파하여 그 수준에 맞추어서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김인식 감독의 야구에 팬들이 호응하고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팀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잘 이끌어가는 감독을 높게 평가하고 그런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국민감독’의 칭호를 듣고 있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의 스몰볼이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빅볼은 두 감독의 특성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선수단의 성격에 맞추어서 추구해야지 선수단 구성이나 그들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빅볼이나 스몰볼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인식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 제리 로이스터 감독 모두 성공한 명장들이다. 이들의 야구를 보면서 팬들의 평가는 리그가 끝난 다음에 다시 한번 내릴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식이든 일본식이든 김인식 감독의 한국식이든 팬들이 즐거우면 모두가 정당한 야구가 아니겠는가.
유승안 KBO 경기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