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윤석민을 통해 본 부정선수의 의미와 출장 후폭풍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11.15 07: 30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1차전에서 한국대표팀의 윤석민 투수가 경기 전 제출한 출전선수 명단(24명)에서 누락된 관계로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가 몸만 풀고 공 1개도 던지지 못한 채 도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마는 해프닝이 있었다.
11월 13일, 한국이 대만에 6-1로 앞서고 있던 7회초에 벌어진 상황으로 한국은 선발 류현진에 이어 윤석민을 이날 두 번째 투수로 등판을 시킨 것인데, 대회 공식기록 관계자가 등번호 28번 윤석민이 24명 엔트리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을 주심에게 지적해 알렸고, 주심이 이를 근거로 윤석민의 등판을 막아선 것이었다.
TV 중계방송을 통해 비춰진 경기개시 1시간 전에 제출된 한국대표팀의 출전선수 명단에도 실제로 윤석민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뒤늦게 확인한 결과 한국이 제출한 엔트리는 총 24명이 아닌 윤석민이 누락된 23명 뿐이었다.

아시안게임 대회 개막 하루 전인 11월 12일, 각국의 야구관계자들이 모여 대표자 회의를 갖고 대회 운영방법과 경기규칙에 관한 몇 가지 대회요강을 확정, 통지하는 절차를 밟았는데 이때 정해진 내용들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경기 스피드업을 위해 주자가 없을 때 12초룰을 적용하며, ▲클리닝 타임은 3회와 6회에 실시하고 심판진은 6심제로 한다. ▲한편 구장 한쪽에 비치되어 있는 방수포에 볼이 끼었을 경우에는 볼 데드로 하고, ▲방수포에 맞고 공이 튀어나오면 볼 인플레이 상태로 간주한다. ▲9회까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에는 10회부터 승부치기(무사 1, 2루 상황서 공격 시작)를 실시한다.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올 때 코치나 동료선수들과 접촉하면 1차 경고 후 2차 때는 감독퇴장과 함께 벌금이 부과되고, 홈런을 친 타자라도 코치 등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의 뒤풀이를 금한다.’
윤석민의 등판 통보 후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심이 무언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구장 밖의 대회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는 순간, 덜컥 겁이 났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대회요강에 부정선수 규정이나 출전에 관한 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공인 야구규칙에는 부정선수에 관한 몰수패 조항이 따로 없지만 행여 엔트리에 없는 선수가 출장했을 경우 몰수패로 처리한다는 내용이 대회요강에 들어있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은 대회주관 성격상 아마추어 대회라고 봐야 한다. 한국대표팀의 선수 대부분이 프로 선수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경기진행이나 기록관련 집계처리 및 각종 경기규정 등은 아마추어 규정에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더욱 불안했던 것이다.
지금도 아마추어 대회 중 일부에서는 부정선수나 무자격선수가 발각되거나 출전했을 경우, 발견즉시 해당 팀을 몰수패로 처리한다는 규정을 채택하고 있다. 사회인야구의 전국대회 등에서도 유니폼에 명기된 이름이나 등번호가 실제 선수와 불일치하거나 선수출신들이 대회 출전자격 규정을 어겼을 경우, 이를 몰수패로 처리한다는 규정이 대회요강에 삽입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경기 출전 자격이 없는 부정선수에 대한 페널티는 그 어떤 위반보다도 강력한 것이 야구계의 일반적 정서다.
이쯤에서 이번 해프닝은 접어두고 야구에서 부정선수라는 개념과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이 기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부정선수는 리그나 대회 자체에 선수등록이 아예 되어 있지 않은 선수를 말한다. 일명 무등록, 무자격선수다.
둘째, 리그나 대회에 선수등록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당일 경기의 엔트리(현역선수명단)에 출전선수로 기재가 되어 있지 않은 선수를 말한다.
셋째, 선수등록은 물론 엔트리에도 들어있지만 이미 경기에 참가했다가 물러난 선수가 다시 경기에 나설 경우, 역시 부정선수가 된다.
넷째, 엔트리에 들어있는 선수지만 대회만의 별도 규정에 의해 경기시작 전 제출된 오더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로 표기된 선수가 출전한 경우에도 부정선수로 간주된다. (현행 한국프로야구에서는 경기 엔트리 26명 가운데 세모표기(△)가 된 1명은 당일 경기에 나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섯째, 사회인야구 등에서 적용되는 규정으로 선수출신이 신분을 속이거나 나이를 속여 뛸 수 없는 포지션(가령 투수)에서 뛰었을 경우에도 부정선수가 된다.
한국프로야구사에서 부정선수 해프닝은 지금까지 모두 두 차례가 있었다. 1983년 5월 17일, MBC-롯데전(잠실)에서 9회말 2-4로 뒤지던 MBC가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유승안 대신 대주자 조호를 기용했다가, 다음 타자 김정수의 안타로 2루까지 진루한 조호가 당시 25명 엔트리에 들어있지 않은 선수인 것이 발각되어 부정선수로  현장에서 그대로 아웃 처리되며 경기가 종료된 것이 최초의 부정선수 사례다. (부정선수라 해서 루상에서 그대로 아웃 처리한 것은 야구규칙에 부합하는 조치는 아니었다)
두 번째 사례는 2004년 5월 22일 한화와 KIA의 대전경기에서 일어났다. 3-3 동점이던 12회말, 2사 1, 2루에서 2번 대타 엔젤(한화)이 볼넷을 얻어 만루가 되자 한화 유승안 감독은 1루에 대주자로 투수로 등록되어 있던 김해님을 내보냈는데, 김해님은 이날 26명 엔트리에는 등록이 되어 있는 선수였지만 세모표시의 출장제한 선수로 오더상에 기재되어 있던 선수였음이 경기 종료 후 발각된 사례다.
한편 이미 삼진이나 볼넷 등으로 아웃되거나 출루했어야 할 선수가 계속해서 타석에서 공격을 진행하거나, 볼카운트 착각으로 출루 자격이 없는 타자가 루에 출루한 경우에도 부정선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정확히 따지자면 부정선수가 아니라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착각선수라고 보아야 한다. 경기에서 뛰어도 되는 선수가 일종의 본헤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2005년 4월 22일 KIA와 두산의 군산경기에서 김재호(두산)가 볼넷임에도 1루에 출루하지 않고 타격을 계속해 우전안타를 때려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정상적인 상황을 고려해 안타가 아닌 볼넷으로 출루한 것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규칙위원회를 열어 삼진이나 볼넷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속 플레이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이를 정규의 플레이로 인정하도록 규정했다)
앞서 살펴본 부정선수의 의미규정상 이번 아시안게임의 윤석민 해프닝은 둘째 조항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부정선수와 관련된 몰수경기 규정이 없었던 관계로 윤석민 대신 봉중근을 긴급 투입해 대만전을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후유증을 치를 뻔했던 순간이었다.
가정이지만 만일 엔트리에 등록되어있지 않았던 윤석민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투구를 시작한 이후 나중에서야 부정선수인 것이 발견되었다면 그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몰수규정이 없는 관계로 일단 몰수패는 아니고, 이때에는 야구규칙 3.05의 적용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와 아마의 공통 규칙 관련 내용은 이렇다.
☞‘규칙에 의해 교체가 허용되지 않은 투수가 출전했을 때 심판원은 정규의 투수가 등판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만약 잘못으로 출전한 투수가 지적당하지 않은 가운데 타자에게 1구를 던지거나 또는 베이스에 있는 주자가 아웃되었을 경우, 그 투수는 정당화되며 다음의 플레이는 모두 유효하게 된다. 우연히 주심이 실수하여 규칙에 허용되지 않은 투수의 출전을 발표했을 경우에도 그 투수가 투구하기 전이라면 정당한 상태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잘못 출전한 투수가 이미 1구를 던졌다면 그 투수는 정규의 투수가 된다.’
그런데 이 내용에서도 주의할 것이 한가지 있다. 잘못 나왔다가 발견하지 못해 정규의 투수로 인정받았다 할지라도 그 투수가 100% 완전한 정규의 투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에서는 뒤늦게 발견하기 전까지 그 투수가 행한 플레이를 유효로 한다는 것으로 좁게 해석한다. 때는 늦었지만 나중에라도 부정선수임을 알아챘다면 인식한 순간, 정규의 투수가 된 그 부정선수는 경기에서 물러나야 한다.
야수 및 타자나 주자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선수였음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플레이는 모두 유효가 된다. 출전 통보가 있고 나서 부정선수가 플레이를 하기 전이라면 바로 정상적인 상태로 잡아야 하고, 플레이를 하고 난 다음에 발견했다면 플레이만을 유효로 하고 해당 부정선수는 그 즉시 경기에서 빼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하는 이유는 다음에 의해서다.
 
부정선수가 출전했을 때 즉시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는 부정선수를 기용한 팀 뿐만 아니라 이를 체크하고 확인해야 하는 심판원이나 기록원의 책임도 된다. 그러면 피해를 입은 상대팀은 무죄일까? 부정선수의 플레이로 인해 상대 팀이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고 해도 적절한 시기에 이를 발견해내지 못한 잘못은 심판, 기록원 뿐만 아니라 상대편에게도 있다고 봐야 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책임이다. 야구경기는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모두의 관심과 주의를 끝없이 요구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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