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FC 창단까지 험난했던 643일
OSEN 기자
발행 2007.11.06 15: 17

월드컵을 4개월 여 앞둔 지난 2006년 2월. K리그 팬들은 부천에서 날아온 소식에 또 한 번 절망해야 했다. 바로 SK 축구단이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 이전을 발표했기 때문. 안양 LG(현 FC 서울)에 이어 다시 자행된 연고 이전에 많은 축구팬들은 반발했고 2006년 3월 1일 앙골라와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는 붉은 악마가 검은 옷을 입고 서포팅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SK가 떠난 지 약 1년 9개월이 지난 2007년 11월. SK 축구팀이 떠나간 부천 종합운동장이 새로운 축구팀을 맞이하게 됐다. 바로 내년 시즌 K3리그 참가가 확실시되는 부천 FC 1995(이하 부천 FC)가 그들이다. 부천 FC는 6일 오후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창단을 알렸다. SK 축구단의 연고 이전부터 6일 발표까지 험난했던 643일간을 되짚어본다. ▲ 열정만 가득했던 초기 어려움 부천 FC가 창단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부천 서포터들과 붉은악마, K리그 서포터들이 합세해 비난 성명을 내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3월 1일 보여준 '검은 악마 퍼포먼스'는 지지와 함께 엄청난 비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자 부천에 대한 관심은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는 부천시청을 찾았다. 새로운 팀 창단을 위해 도움을 청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청쪽에서 돌아오는 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시청은 아직 아무런 실체도 없는 상황이고 지하철 공사 등으로 인해 예산 배정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받은 것은 '잘 되었으면 한다'는 응원뿐이었다. ▲ 부천 시민구단 창단 모임 출범했지만 2006년 3월 부천 서포터들은 축구 클럽을 창단하기 위해 '부천 축구클럽 창단 시민모임(이하 창단모임)' 을 결성했다. 팀 창단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것. 하지만 모임 멤버들이 본업이 있는 이상 창단 작업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창단모임은 창단작업을 외부업체에 용역을 주기로 한다. 창단 모임은 한 업체를 선정했고 이 업체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후원을 등에 업고 열정적인 창단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창단 모임으로서는 높은 현실의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한 것이다. ▲ 눈높이 낮춘 부천, 직접 창단 작업에 뛰어들다 창단 작업 외주화가 실패로 끝나자 2007년 들어 창단 모임은 직접 작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내셔널리그팀을 창단한다는 계획에서 벗어나 K3리그로 눈을 한 단계 낮추었다. K3리그는 내셔널리그에 비해 가입금 및 연회비가 10분의1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 시즌부터 서울 유나이티드가 K3리그에 참가한 것이 이들을 자극했다. 창단모임은 스폰서 업체 확보에 나섰다. 창단 모임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각종 업체와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를 맡은 배기선 국회의원이 많은 활약을 했다. 축구에 남다른 관심이 많고 부천을 지역구로 하는 배 의원은 스포츠토토 등 업체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 SK에너지의 스폰서 놓고 2달간 격론 벌여 창단 모임이 직접 뛰어들며 다음, 키카, 스포츠토토 등을 스폰서로 영입한 후 SK에너지의 스폰서 제안을 받았다. 이 안을 놓고 창단 모임은 격론을 벌였다. SK에너지가 바로 제주로 떠난 SK의 계열사였기 때문. 창단 모임 내부에서 2달간의 격론을 벌였고 결국 이들을 스폰서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 창단 모임 관계자는 "예전 안양 서포터들이 이와 같은 제의를 받았을 때 거부한 것을 후회했다고 우리에게 전해왔다" 며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팀 창단이라는 길을 가기 위해 스폰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SK에너지가 최고액(3년간 6억 원) 스폰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건도 내놓지 않아 후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고 밝혔다. ▲ 공식 출범하는 부천 FC, 아직 갈 길은 멀어 4개의 업체에게 공식 스폰서를 확보한 창단 모임은 다시 부천시청을 찾았다. 확연히 달라진 창단 모임에 부천시청도 놀라워했고 지난 1일 K3리그 최초로 연고지 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부천 종합운동장 사용료(1회 약 300만 원 수준)를 50% 감면하기로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이제 어느 정도 골격을 갖춘 창단 모임은 '부천 FC 1995(이하 부천FC)'를 공식 출범시켰다. 지난 2일 대한축구협회에 K3리그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6일 공식 출범 기자회견을 가진 것. 오는 17일 선수 선발까지 마치면 부천 FC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많다. 창단 작업이 힘들었지만 앞으로 팀을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창단 모임은 새로운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후 운영을 맡길 뜻을 내비쳤다. 자신들의 역할은 창단까지였고 운영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창단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큰 도움을 주었던 오중권 붉은 악마 대의원회 의장은 "우리의 역할은 팀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 제2기 태스크포스가 팀을 잘 운영할 것이다" 며 "이제 우리는 팀을 위해 응원하는 본연의 자리였던 '서포터' 로 돌아갈 것이다" 고 밝혔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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