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삼성 라이온즈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결승전을 앞둔 '2011 아시아시리즈'의 참가국가의 공식리그 명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은 '일본야구기구(NPB)', 한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호주는 '오스트레일리아 야구연맹(ABF)', 타이완은 '중화직업봉구대연맹(CPBL)', 중국은 '중국봉구협회(CBA)'가 각각 리그를 치르고, 우승팀이 아시아시리즈 참가 자격을 얻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야구'를 가리키는 명칭인데요. 일본과 한국은 '야구(野球)'라고 부르지만 중화권에서는 '봉구(棒球)'라고 합니다. 일본에 야구가 전파된 건 1868년 메이지유신 무렵인데 이때 야구(野球)라고 번역했습니다. 들(野)에서 하는 운동이라는 의미에서 단순하게 번역을 한 것이죠. 반면 중국에서는 Baseball을 봉구(棒球)라고 부릅니다. 방망이(棒)로 공(球)을 때리는 종목이라는 이유에서 붙인 이름인데 직관적으로 이해가 쉬운 이름입니다. 봉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중국에서 들 야(野)자가 '촌스럽다, 야만스럽다. 오랑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01년 한국에 파송된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에 의해 야구가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처음 한국에 야구가 들어왔을 때는 '타구(打球)', 혹은 '격구(擊球)'라 불렀습니다. 말 그대로 공을 치고(打), 때리기(擊)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한국에 야구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는 일제강점기 입니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일본에서 쓰는 명칭이었던 야구를 우리도 쓰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지금까지 이어져 이제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한편 한국어에서 왜색(倭色)을 지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야구'라는 용어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975년엔 전 대한야구협회 이사 손희준(독립운동가 손병희의 손자)이 대한야구협회 대의원 총회에서 "야구라는 이름이 일본의 명칭이니 원명인 베이스볼로 고치든지 아니면 우리말로 바꾸자"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대의원들은 용어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이미 야구라는 용어는 고유명사처럼 굳어 진데다가 마땅히 대체할 말이 없기에 없던 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야구라는 용어는 사실 종목의 특성을 명확하게 표기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축구(蹴球)는 공을 발로 차기에(蹴) 붙은 이름이고 농구(籠球)는 공을 바구니(籠)에 담기 때문에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또한 배구(排球)는 네트 앞에 선수들이 늘어서기(排) 때문에 이와 같은 명칭이 붙었습니다. 반면 야외에서 했기에 붙은 이름이었던 야구는 이름과 의미가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야구만 야외에서 하는 구기종목은 아니니까요.
야구라는 현재의 용어보다 원어인 Baseball을 직역한 말인 '누구(壘球)'가 야구를 가리키는 가장 정확한 용어일 것입니다. 또한 현재 중화권에서 사용하는 봉구라는 말이나 초창기에 야구가 들어올 때 사용되었던 타구, 격구가 종목의 본래 뜻과 더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널리 통용되는 용어는 구성원들의 약속입니다. 새로 말을 만들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용어를 대치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아마 우리가 야구를 즐기는 동안에는 야구라는 명칭이 바뀌진 않을 것 같네요.
/신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