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주전 우익수가 아직 자리를 굳힌 것은 아니다. 수비-주루에서 우위를 갖춘 만큼 우선순위를 점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타율이 낮은 편이라 확실한 주전 선수로 도장을 받지는 못했다. 그 가운데 베테랑과 젊은 선배, 예비역 동기와 신인이 후보군으로 경쟁 중이다. 2013시즌 두산 베어스의 우익수 자리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두산은 우익수 포지션에서 다섯 명의 선수들을 경쟁 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2시즌 동안 주전 우익수였던 정수빈(23)과 베테랑 임재철(37), 경찰청 제대병들인 민병헌(26), 박건우(23)에 천안북일고 출신 1라운드 신인 김인태(19)다. 정수빈이 좀 더 우위를 점한 위치이지만 향후 연습경기 등을 통한 성과에 따라 구도가 약간 변화될 수 있다.
김진욱 감독도 “우익수 자리는 아직 경쟁 중”이라며 중견수 이종욱-좌익수 김현수 구도에서 우익수 자리가 아직 유동적임을 밝혔다. 2년 간 주전 우익수로 활약했던 정수빈은 지난해 101경기 2할3푼5리 32타점 24도루를 기록했다. 수비-주루 면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거뒀으나 주전 외야수로 놓기는 타율이 너무 낮았다.

그만큼 정수빈은 이번 전지훈련을 타격 중점의 시간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수비-주루 면은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정수빈은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의 타격 동영상을 보며 참고하고 있고 방망이가 늘어져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는 현상이 없도록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타격만 된다면 확실한 주전 우익수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되어 있다.
이전부터 전지훈련은 물론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룸메이트로 정을 쌓은 선후배 임재철과 민병헌은 다시 주전 우익수로 우뚝 서겠다는 각오다. 임재철은 2005년과 2009년 주전 우익수로 각각 한국시리즈 진출, 플레이오프 진출에 공헌했으며 민병헌은 2007년 강견준족의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게다가 둘은 지난해 각각 부상과 시즌 말엽 경기력 저하로 인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바 있다.

지난 시즌 오른손 골절상과 주장 완장 반납 등으로 혹독한 FA 1년차 시즌을 보낸 임재철은 아직도 운동능력은 젊은 선수들 못지 않다. 전지훈련 출발 전 종합 체력 테스트에서 야수조 1위를 기록한 임재철은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겠다”라는 각오로 훈련에 몰두 중. 경찰청 2시즌 동안 3할5푼 이상의 고타율을 자랑한 민병헌도 마무리훈련 도중 입은 무릎 부상을 털고 활발한 주루 플레이로 팀 전력에 힘을 보탠다는 각오다. 둘은 이미 야구계에서 ‘최고의 외야 송구’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상대의 주루를 손쉽게 막을 만한 우익수들이다.
상대적으로 1군 경험이 일천한 박건우와 신인 김인태는 무시할 수 없는 다크호스다. 서울고 시절 중심타자이자 2008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 주역으로 활약한 박건우는 박종훈 NC 육성이사가 두산 2군 감독 재임 시절 미래의 주전 외야수이자 중심타자로 추천했던 선수다. 당시 박 감독은 “당장 1군 백업 요원으로는 정수빈이 마침맞지만 미래를 본다면 박건우가 주전 선수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공수주에서 좋은 능력을 갖췄으며 발도 빠른 편이고 특히 400m 이상의 중장거리 달리기 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구력의 소유자다.
김인태는 고교를 갓 졸업한 선수답지 않은 배팅 능력과 야구 센스를 눈여겨 볼 만 하다. 일찍이 류중일 삼성 감독으로부터 “김기태 LG 감독의 현역 시절을 연상케하는 유망주”라는 평을 받았던 김인태는 고교 2학년 시절 145km 이상의 속구를 손쉽게 던지던 강견의 소유자. 발은 생각보다 빠른 편이 아니라는 평가지만 투수의 폼을 뺏는 요령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내부 평가다. 다만 지난해 말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치르며 “승부처에서 담력은 확실히 키워야 한다”라는 보완점도 확인했다.
임재철을 제외하면 모두 20대 초중반의 유망주들. 유망주들이 아직 1군 무대에서 확실히 검증된 타격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임재철은 베테랑이지만 뛰어난 선구안을 지니고 있다. 두산 야수진에서도 ‘죽음의 조’ 중 하나로 꼽히는 우익수 자리에서 과연 살아남는 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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