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나운서들의 의상 논란은 수시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단골 이슈다. 또한 손바닥만 한 하의를 입은 여자 아이돌이 줄을 서 방송에 출연하는 요즘, 여자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들에게는 그 누구에게보다 엄격한 잣대가 겨눠지고 있다.
SBS의 조경아 기상캐스터는 지난 22일 방송된 SBS ‘오후 2시 뉴스’에서 날씨를 전달하던 중 입고 있던 블라우스 틈으로 속옷이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는 잘 알아보기도 힘든 경미한 사고였지만 뉴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상캐스터의 아찔한 노출 사고’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화제를 모았다.
정인영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는 이러한 의상 논란의 단골 주인공이다. 그는 KBS N 스포츠의 프로그램은 비롯해 KBS 2TV 아침프로그램 ‘굿모닝 대한민국’까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데, 몸에 달라붙는 초미니 원피스를 자주 입고 나온 덕에 순식간에 유명인이 됐다. 그의 뛰어난 몸매는 네티즌의 찬사를 받았으나 아나운서답지 않은 노출 의상이었다는 눈초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8월에는 SBS 아나운서 김민지가 ‘올림픽 기록실’ 진행 도중 바지 안의 속옷이 비치는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얇은 소재의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밝은 조명이 비치자 속옷 라인이 드러난 것. 의상 실수가 아닌 조명 문제로 인한 사고였지만 많은 네티즌은 그의 의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뿐 아니라 장수연 KBS 부산방송총국 아나운서는 지난해 3월 방송된 KBS 1TV '찾아가는 음악회'에서 가슴라인이 깊게 파인 노란색 의상을 입어 많은 구설수를 낳았고, MBC 스포츠플러스의 김민아 아나운서는 지난해 11월 MBC 스포츠플러스 ‘베이스볼 투나잇 야’에서 란제리 룩을 연상케 하는 핑크색 착시 드레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 등의 방송인들은 지성과 미의 표상이었다. 특히 뉴스와 날씨를 전하는 일을 맡은 이들이기에 시청자들의 신뢰는 일반 방송인을 향한 것과는 달랐다. 그러나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가 좀 더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대중은 이들을 향해 이중적인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대중은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에게 이전과 같은 품위를 지키길 바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함께 요구한다. 이들 방송인들은 이처럼 상반되는 시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요즘 일주일에 세 네 번, 짧은 치마와 아슬아슬한 시스루 의상을 입은 아이돌들이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여배우들은 야한 드레스를 입고 예능프로그램 패널석에 앉아 입담을 과시한다. 그러나 이들의 노출보다도 대중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여성 방송인들이다. 이들을 향한 엇갈리는 기대와 매서운 잣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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